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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과기계는 언제까지 머리 아닌 몸으로 때울 것이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2020-03-29 07:45 송고 | 2020-03-30 14:37 최종수정
트랜스포머1 포스터. (포털사이트 영화 소개란 갈무리) 2020.03.27/뉴스1
트랜스포머1 포스터. (포털사이트 영화 소개란 갈무리) 2020.03.27/뉴스1

2007년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를 봤을 당시 충격을 잊지 못한다. 옵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의 변신은 뇌리에 깊이 박혀 영화관 밖의 자동차들도 모두 변하는 상상을 하게 했다. 비록 트랜스포머는 외계에서 온 변신 로봇생명체라는 설정이지만, 과학이 조금만 더 발전한다면 미래사회에선 트랜스포머와 같은 로봇들도 현실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품게 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20년. 과학기술은 일면 착실히 발전해나가고 있는 듯하다. 돈을 받는 사람이 없어도 지불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겼고(키오스크) 초기단계지만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자율주행 자동차)도 생겨났다.
하지만 트랜스포머나 어렸을 적 그렸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떠올리면 과학계의 발걸음이 더딘듯한 느낌이 든다. 과학에 거는 기대가 컸던 탓일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면서 이런 마음은 더욱 커졌다.

'더딤의 원인'으로 기자가 내린 결론은 과학인, 더불어 의학인들의 자세다. 백신과 치료제가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대책없는 낙관주의는 독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들리는 과학·의학인들의 목소리에서는 우주, 인체의 신비 같은 미지의 세계에 뛰어드는 도전정신보다는 체념이 더 짙게 느껴진다. '그래도 해보자'보다는 '지원이 없어서, 절차가 있어서, 그래서 안됩니다'라는 푸념만 쏟는다.

과학인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한 전염병 퇴치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사회를 위해 해야할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이제라도 '마스크'에 집중했던 고개를 들어 과학이 나아가야 할 '담대한 길'을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 전인류의 미래는 결국 과학기술에 달려있다.
정부가 올해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을 24조원이나 투입한 것은 과학인들에게 거는 기대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관심이 없었다면 지원도 없었을 것이다. 특히 현 정부들어 R&D 예산 증액에 과감하다. 올해 R&D 예산은 2019년 정부 총지출 증가율인 9.1%의 약 두배인 18%나 늘었다.

이후 정부의 지원, 그리고 국민의 관심을 더 키울 수 있느냐 없느냐는 과학계에 달려있다. 성과가 있다면 응당 그에 맞는 더 큰 지원이 주어질 것이다. 긍정적 여론의 지지는 '덤'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더 열심히 뛰어야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점에 비추어봤을 때, 지난 26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연 유튜브 토론회(코로나19가 가져올 변화) 당시 이영완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을 지지하는 채팅창의 목소리가 컸던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이 회장은 이날 "과학계는 기업과 구분이 안됐던 고리를 끊어내고 과학 본연의 자세로 국제적 연대를 통해 인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과학기술계는 위기시 언제까지 머리가 아닌 몸으로 때울 것이냐"고 일침했다.

트랜스포머는 기자가 과학계에 거는 최고의 기대다. 그만큼 과학계의 발전을 믿는다는 뜻이다. 트랜스포머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과학계가 꼭 희망이 돼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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