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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두 번 쓰러진' 코로나 최전선 사령관

소통중시·솔직함 장점…책임은 '인간성'으로 상쇄되지 않아
"대구시장은 대권도전 할 사람이"…큰 꿈, 무게 견딜 수 있을까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2020-03-27 12:33 송고 | 2020-03-27 15:29 최종수정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이 26일 오후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제273회 임시회 본회의를 마친 후 나오 던 중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며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있다. (경북일보제공) 2020.3.26/뉴스1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이 26일 오후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제273회 임시회 본회의를 마친 후 나오 던 중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며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있다. (경북일보제공) 2020.3.26/뉴스1

'영웅호걸'인지 '극강 빌런'인지, 아직은 모를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정국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이목을 끄는 게 권영진 대구시장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은 모습이다.

권 시장은 지난달 20일 대구에서 본격적으로 촉발하기 시작한 코로나 사태에서 우왕좌왕하며 최악의 상황을 자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재난생계자금 지급 시기를 둘러싼 논란까지, 권 시장이 소극적·정략적으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역 안팎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급기야 지난 26일 대구시의회 임시회 퇴장 도중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의 항의를 받다 쓰러진 일에 대해서도 권 시장이 '할리우드 액션'을 하고 있다는 조롱과 야유가 또다시 쏟아지고 있다.

'또'가 붙은 이유는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유세 도중 지역 장애인단체 회원으로부터 항의를 받다 쓰러진 적이 있어서다. 당시 그 회원의 손길이 권 시장의 몸에 살짝 스쳤을 뿐인데 권 시장이 뒤로 쓰러졌다며, '장풍에 당했다'는 풍자까지 쏟아졌다.
근 6년에 걸친 권 시장의 대구 시정사는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다.

기실 권 시장의 대구 입성은 금의환향이라기보다 '백의종군'에 가까웠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이어 서울 노원구을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2012년 총선에서 우원식 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한 뒤 돌연 대구로 귀향했다.

2014년 지방선거, 본선보다 치열하다는 당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선 '친박(親박근혜)핵심' 3선 국회의원 서상기와 재선 조원진, 지역의 '신예' 정치인으로 급부상한 이재만 대구 동구청장이 그의 맞상대였다.

당연히 대구 정계에선 사실상 무명이었던 권 시장이 꼴지 자리를 예약해 놓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경선투표결과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이들을 모두 누르고 대구시장 후보로 최종 선출된다.

대구 새누리당 진성당원들 사이에서도 침체된 지역사회의 변화를 위해선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권 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게다가 본선 상대는 민주당의 중진 출신인 김부겸 의원. 대구 새누리당에게 역대 가장 힘겨운 선거전이 펼쳐졌지만 권 시장은 이 또한 이겨내고 시장으로 당선된다. 모르긴 몰라도 이 두차례의 결전은 권 시장 인생의 최대 변곡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구시에 입성한 권 시장에게 지역사회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관선과 민선의 중간 어디쯤, 그러니까 당시만 하더라도 관료들 중 '우두머리'가 시장이 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지역 공직사회와 엘리트층의 '텃세'가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직간접적으로 지켜본 권 시장은 소통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자칫 지역 공직사회에 짓눌려 고립될 뻔했던 그가 지역사회와 중앙정치권의 고리를 자처하며 끊임없는 대화·설득을 시도 끝에 나름 안정된 리더십을 구축했다는 평이 많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바른미래당' 합류설에 휩싸이며 컷오프될 것이란 관측까지 받았지만, 우여곡절끝에 공천을 받아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또 권 시장은 꽤 솔직한 사람이다. 26일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어떤 때는 제정신이 아닐 때가 많다", "정신적으로도 많이 피곤하다. 제가 많이 부족해서 그렇다", "(생계자금 지급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서 화근이 됐다. 저도 '조속한 시일'이라고만 할 걸 후회도 된다" 등의 발언을 봐도 그렇다.

그러나 대구시 행정 총책임자, 특히 전시상황 최전방에서 지휘하는 사령관의 무게감은 이러한 '인간성'으로 상쇄되지 않는다. 35일 넘게 사무실에서 야전생활을 하고 있는 권 시장에게는 가혹한 말일 수 있지만, 그만큼 막중한 시기에 막중한 자리에 있는 사람이 마셔야 할 독배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26일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을 하고 있다.(대구시 제공)© 뉴스1
권영진 대구시장이 26일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을 하고 있다.(대구시 제공)© 뉴스1

"대구시장은 적어도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구시민에게 적임자로 인정받는다면 당당하게 도전하겠다"

솔직한 그 사람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전에서 자신의 야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여전히 더 크고 넓은 길, 정치 인생을 이어가고 싶은 욕심을 여전히 갖고 있을 것이다.

때마침 권 시장이 코로나 중대 분수령으로 설정한 '3·28 대구운동'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가 대구시의 책임자를 넘어 미래 정치지도자로서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시점이기도 하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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