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격전지를 가다] 이낙연vs황교안…'미니 대선' 종로 민심은

차기 대선 지지율 1·2위…총리 출신·선대위 사령관 등 공통점
"안정감 있는 이낙연이 낫다"…"황교안 뽑아서 文정부 심판해야"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한재준 기자 | 2020-03-27 05:45 송고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왼쪽)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2020.3.2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왼쪽)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2020.3.2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대통령만 3명을 배출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에 전직 총리 출신 인사들이 맞붙었다. 두 후보의 이번 21대 총선은 의원직을 넘어 차기 대권까지 넘보는 '대선 전초전'이다. 

게다가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전국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만큼 종로의 민심을 통해 전국에 전해질 메시지는 단순한 1석 이상이다. 누가 승기를 쥐느냐에 따라 두 사람은 물론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기로에 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종로구는 거주민의 소득 편차가 크고 동네에 따라 보수와 진보 선호도가 비교적 뚜렷하다. 창신동과 혜화동 등 동쪽은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을 띠고 평창동 등 부촌이 많은 서쪽은 보수 성향이 다소 우세하다.

이에 종로를 '동진서보(동쪽은 진보, 서쪽은 보수)'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이 전 총리는 선거를 위해 서쪽인 교남동으로 이사하고, 황 대표는 동쪽인 혜화동에 집을 구했다. 종로 안 험지에 자리를 잡아 바람을 일으키려는 것. 

현재 다수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면, 이 전 총리가 앞서고 황 대표가 뒤쫓는 형국이다. 이 전 총리는 황 대표보다 2주 앞서 출마를 선언하고 지역 행보를 펼쳐 왔으며, 선대위 출범 전까지는 주요 당직도 맡지 않아 황 대표에 비해 비교적 여유 있게 바닥을 다져 왔다.
두 후보의 '필승' 메시지는 명확히 다르다. 이 전 총리는 '인물론'을, 황 대표는 '정권 심판론'을 꺼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두 후보의 프레임은 더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26일 총선이 20일 남은 가운데 후보 등록을 위해 방문한 종로 선관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황 대표는 "나라가 참으로 어렵다. 경제는 폭망했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안보는 불안하고 외교는 고립됐다"며 "이제 대한민국을 바꿔야 산다"고 호소했다.

반면 이 전 총리는 "국민들이 겪은 고통을 분담하면서 어떻게 하루라도 빨리 더 가볍게 덜어드릴 것인가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이후 평창동 모처에서 차담회를 한 후 <뉴스1>과 만나 "주민들을 만나보니 코로나 걱정이 많으시다. 잘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하시고, 울먹거리는 분들도 있다"며 "일반적인 선거 분위기와 다르다. 의지하고 싶어 하시고, 희망의 끈이라도 잡고 싶은 그런 마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26일 종로구 평창동에서 주민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 있다. 2020.03.26. <사진=이낙연 페이스북>© 뉴스1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26일 종로구 평창동에서 주민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 있다. 2020.03.26. <사진=이낙연 페이스북>© 뉴스1

종로 민심 역시 크게는 인물론과 정권심판론, 두 갈래로 갈렸다. 우선 이 전 총리의 경우 총리 시절 강원도 산불 등 국가적 위기에 잘 대처하면서 대중적인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 강점인데, 코로나 대책을 이끄는 과정이 이 전 총리의 강점을 극대화한 듯했다.

교남동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은 "부모님은 보수 성향이 강하신데, 저는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다"며 "뉴스에서 보면 이낙연 전 총리가 코로나 대책을 차분하게 이끌어가는 모습이 안정감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전 총리를 지지하는 목소리에는 다소 복잡한 분위기도 묻어났다. 평창동과 창신동, 그리고 이 전 총리의 거주지인 교남동에서 만난 주민들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 실망했고, 민주당에도 실망했지만 이낙연 전 총리가 더 나은 것 같다'라고 답한 주민이 적지 않았다.

택시 운전을 하는 60대 후반 남성은 "문 대통령에게서 이제 아집이 느껴진다. 조국 때문에 너무 실망해서 다시는 민주당을 안 뽑겠다고 다짐했었다"면서도 "황 대표보다는 이 전 총리가 좀 더 일을 잘할 것 같지 않나. 택시 손님들도 이 전 총리 얘기를 더 많이 하더라"고 전했다. 

황교안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지지 이유는 비교적 선명했다. 대체로 정권심판론에 한목소리를 냈다. 

창신동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은 "대통령 누굴 뽑아도 살기가 어렵다. 이번에는 조금 기대를 했는데 실망이 크다. 황 대표를 뽑아서 지금 대통령이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이 전 총리는 좀 딱딱해 보이나 황 대표는 인간미가 있어 보인다"고 평했다. 

황 대표는 정권심판론을 토대로 보수대결집의 명분을 쌓고 있는데, 최근 경제 등 각 분야에서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총선에서 기세를 잡아 정권 교체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 들어맞는다면, 황 대표는 정치 신인이란 약점에서 벗어나고 그 기세를 몰아 대권 길목에 안착하게 된다. 

광화문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는 30대 남성은 "이번 총선은 개인보단 정권 심판이 돼야 한다"며 "지금 지지율이 이 전 총리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나같이 여론조사에 한 번도 응하지 않고 보수 쪽을 뽑겠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나. 지금 여론조사 결과는 내 주변 분위기를 보면 그다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상 밖의 팽팽한 승부를 예상하기도 했다. 부암동의 20대 여성은 "은근히 박빙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광화문의 회사에 다니는 30대 남성은 "코로나 때문에 당이나 정부에 대한 평가가 다를 것 같다"며 "정부가 어느정도 대처를 하고 있어 이 전 총리가 좀 유리할 것 같지만 한 쪽이 압도적으로 이길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광장공원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여론조사를 보니 이낙연이 앞선다고 하는데, 황교안도 선전한다고 들었다. 접전일 것 같다"고 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선거운동은 예전만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후보는 바쁜 당 일정을 소화하는 틈틈이 소규모 차담회 등을 열어 한표를 호소하고 있으나 유권자와 직접 호흡할 기회가 크게 줄었다.

주민들은 거리에서 두 후보를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체로 "TV에서만 봤다"고 답했다.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으니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주민도 꽤 있었다. 

광장공원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요즘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없으니 선거 분위기라는 게 없다. 인사치레 이런 것도 없고"라며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평창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40대 남성은 "정치성향은 보수인데 특히 부동산 쪽에서 와닿는 공약이 없어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마음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공원에서 바둑을 두는 어르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2020.03.26/뉴스1 © News1 한재준 기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공원에서 바둑을 두는 어르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2020.03.26/뉴스1 © News1 한재준 기자 



jyj@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