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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돈풀기 '한국판 양적완화'…코로나19발 돈가뭄 불씨 끈다

"실물경제 위기 금융으로의 전이 가능성 크게 낮춰"
"유동성, 자칫 투기자본 자극할 수도…당국 모니터링 강화해야"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2020-03-26 16:52 송고
한국은행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사상 처음으로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한은이 한국판 양적완화에 돌입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실물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한은은 이를 통해 10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도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도록 할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해 9월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추석 자금을 방출하는 모습. (뉴스1 DB) 2020.3.26/뉴스1
한국은행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사상 처음으로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한은이 한국판 양적완화에 돌입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실물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한은은 이를 통해 10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도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도록 할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해 9월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추석 자금을 방출하는 모습. (뉴스1 DB) 2020.3.26/뉴스1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3개월간 무제한으로 돈을 푸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특단의 조치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이번 결정으로 실물경제 위기가 금융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판 양적완화 성공 여부는 한은이 푼 돈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으로 흘러가는지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 IMF·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았던 '한국판 양적완화' 단독 조치  

26일 한은은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매주 한차례씩 한도 없는 전액공급방식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사상 처음으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공급한다고 밝힌 것이다. 무제한 유동성 공급은 1997년 외환위기 때,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꺼내들지 않았던 특단의 카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은이 '0%대' 금리시대를 연데 이어 '한국판 양적완화'의 첫걸음을 뗀 셈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양적완화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고 정의했다. 양적완화는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제로(0)로 낮춘 뒤 더 이상 금리를 낮출 여력이 없어 발권력을 이용해 돈을 공급하는 통화정책을 의미한다. 주로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장기금리의 지속적이고 큰 폭의 하락을 유도한다. 윤 부총재는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오늘 한은의 유동성 지원 제도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면서도 "양적완화로 보는 걸 꼭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의 전례 없는 조치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실물·금융 복합위기를 맞아 그 파장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자리한다. 윤 부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모두가 코로나19 영향이 더 크다고 할 것"이라며 "IMF 위기 때 충격보다 지금 클지, 그렇지 않을지는 (상황이) 지나가 봐야 알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날 RP 대상 증권사를  5개에서 16개로 확대하고, 대상 증권도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8개 공공기관 특수채로 확대했다. 증권사에 유동성을 공급해 단기자금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

윤 부총재는 "현재 금융시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국고채가 아니라 여타 채권"이라며 "RP 대상 채권을 은행채를 넘어 공공기관 발행 채권으로 확대하는 게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시장의 수요에 맞춘 전액공급방식의 RP 매입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탄력…"신용보증 제도 점검해야"

한은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으로 10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RP 매입을 통해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면 은행이 해당 자금을 이용해 정부의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이 제공한 자금 중 얼마를 각각의 프로그램에 투입할지는 은행이 결정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민생·금융안정 패키지를 내놨지만 정확히 어떻게 자금이 공급되는지 명확하지 않았다"며 "한은의 유동성 무제한 공급으로 정부 계획대로 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제공.© 뉴스1
한국은행 제공.© 뉴스1

전문가들은 한은의 이번 조치로 실물경제의 위기가 금융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김소영 교수는 "기업이 파산하면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은행이나 금융권이 연쇄 파산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한은이 RP매입으로 금융권에 돈을 공급하니 금융위기로 확산될 확률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 역시 "기업의 유동성 문제가 금융시장으로 파급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한은이 과감한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한은에서 금융기관으로 전달한 돈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등에 연결되느냐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돈이 금융시장에서 실물경제로 흘러갈지 봐야한다"며 "중소기업, 소상공인, 일부 대기업의 자금 부족이 해소돼야 한은의 적극적 조치가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용보증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소영 교수는 "정부가 신용보증을 확대한다고 한 만큼 신용보증이 확보된 기업은 돈을 공급받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신용보증이 안된 기업"이라며 "한은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해도 신용보증이 안된 기업엔 금융기관이 돈을 안 줄 수 있어 모든 기업이 전부다 수혜를 받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 등으로 흘러가지 않게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은이 제공한 유동성이 자칫 투기시장을 자극하면 한국판 양적완화의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감당해야 할 수 있다는 경고다. 김경수 교수는 "조심해야 할 것은 한은이 제공한 돈이 투기자본으로 가 집값 상승 등을 촉발하는 것"이라며 "통화당국과 금융당국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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