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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받지 않은 '소라넷' 후예들이 '박사들' 됐다"

박사방 무료회원도, 피해자 신상털이도 모두 '조직범죄'
"2차피해 막기 위해 방심위와 포털도 법·제도 개선해야"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2020-03-26 16:22 송고
텔레그램 성착취 대응 공동위원회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회관 앞에서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하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텔레그램을 비롯한 디지털 성착취 범죄는 갈수록 그 행위가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이를 처벌할 법과 제도는 범죄에 대응하기 한참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20.3.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를 '조직범죄'로 규정해 처벌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성폭력피해자 지원센터 9곳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0만 회원 중 운영자 단 1명만 처벌받았던 '소라넷'과 같은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현재의 텔레그램 성착취방 사태를 만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대위는 텔레그램 성 착취 가담자들이 성 착취방을 관리하기 위해 이용자들의 서열을 만들고, 심사를 거쳐 참가자를 선정한 행위가 '조직범죄'의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여성의 인격을 훼손할 목적으로 구성된 방에서 누가 얼마나 더 여성을 능욕하느냐로 서열이 결정됐다"며 "더 포악한 이미지를 올리는 자, 더 비인간적인 언어를 쓰는 자가 주목받는 서열문화가 60여 개의 방에서 하루 종일 동시에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단체는 조주빈을 비롯한 '박사방'의 운영자뿐 아니라 가입비를 지불해 성착취물을 관전하고 때론 피해자 성 착취에까지 가담한 유료회원, 조주빈이 홍보를 위해 무료로 공유한 성착취물을 불법촬영물임을 알면서도 시청·소지한 무료회원까지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변호인단의 박예안 변호인은 "특히 아동성착취영상물은 아동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제작이 곧 아동학대이고 시청은 제작을 부추기는 행위로 아동학대에 가담하는 것"이라며 일반 회원들의 범죄행위를 평가절하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공대위는 네티즌들이 성 착취 피해자의 개인신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고, 포털과 관련 기관이 이를 방치하고 있는 2차 피해 실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또한 텔레그램 성착취방이라는 '조직적 범죄'에 가담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변호인단의 원민경 변호사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이름을 공개하는 행위와 특정인이 성폭력 범죄를 당했다는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는 범죄행위"라며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유포하는 행위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또 대형포털사이트의 자동완성어·연관검색어 서비스에 '텔레그램 n번방 ○○○'라는 식으로 피해자의 이름이 노출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원 변호사는 "현행법상 포털 사업자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이름이나 사진이 담겨 피해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게시물에 대해 임의로 삭제 및 게시 중단 조치를 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포털사이트는 모든 게시물을 피해자가 먼저 신고해야 한다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송통심심의위원회가 피해자의 사진이나 영상물이 포함된 게시물은 24시간 삭제 조치를 하고 있지만, 인적사항만 게시된 경우에는 일반 게시물로 분류해 신속 처리하지 않고 있다"며 "신속한 삭제와 더불어 성폭력 피해자의 인적사항에 대해서도 포털사업자에게 삭제 의무를 부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wh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