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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오갔던 '선거의 제왕' 김종인…이번에도 통할까

진영 바꾸며 19·20대 총선 모두 승리…경제민주화·중도의 매력
황교안과 궁합 기대되지만…공천 끝나 칼잡이 역할 한계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2020-03-26 12:31 송고 | 2020-03-26 22:29 최종수정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2017.11.2/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80세 노정객, 김종인을 정치권이 다시 소환했다. 그는 26일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을 책임지는 자리를 수락했다. 아직 직함은 정해지지 않았다. 

박형준·신세돈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전 대표가 미래통합당의 선거대책과 관련한 총괄 역할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황교안 대표가 맡고 있는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이어받아 사실상 선거 전반을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가 선거 때마다 정치권의 주목을 받은 것은 여야를 넘나들며 선거 승리를 이끈 경력 때문이다. 김 전 대표의 이름은 19대 총선을 앞둔 2011년부터 크게 거론됐다.

이듬해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던 한나라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대선에 앞서 전초전으로 치렀던 총선 전면에 '경제민주화'를 내걸었다.

당시엔 양극화 해소와 경제민주화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화두였다. 보수정당의 색채에는 맞지 않았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를 대표 정책으로 채택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2012년 19대 총선과 대선을 함께 고려한 외연 확장 포석이었다.

김 전 대표는 박근혜 비대위에서 경제민주화 공약 설계를 도맡았고, 정치권에서는 2012년 총선 승리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근혜 비대위는 총선 승리의 기세로 같은해 말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승리를 얻어낸다.

그러나 대선 승리 이후 그는 대기업의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이견을 보여 결국 길을 달리한다.

김 전 대표가 다시 정치권 전면에 등장한 것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다.

2016년 초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표는 국민의당 분당 사태 등 상당한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었고, 이에 김 전 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회를 맡긴다. 박 전 대통령이 이른바 '좌클릭'을 하기 위해 김 전 대표를 불렀다면, 문 대통령은 '우클릭'을 위해 김 전 대표를 부른 셈이다.

2016년 선거에서 김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고, 역시 '경제민주화'를 다시 외쳤다. 그리고 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박형준, 신세돈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영입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김종인 전 대표는 선대위를 총괄하는 역활로 28일부터 업무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2020.3.2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정치권에서 그의 이름을 찾는 것은 그가 '중도'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중도층'을 차지해야 하는 양 진영에서 그는 선거 때마다 매력적인 카드인 것이다.

그의 조부는 독립운동가이자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으로 '사법부의 표상'인 가인 김병로 선생이다.

서강대 교수 시절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계획 수립에 관여했고, 1980년 민정당에 합류해 전두환·노태우 정부에서 11대·12대·14대 전국구(현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보건사회부 장관 및 청와대 경제수석까지 역임했다. 다시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년에는 새천년민주당에 영입돼 제17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보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경제에서 합리적 중도의 이미지로 개혁의 아이콘이 돼 왔다.

특히 그가 '경제민주화의 입안자'로서 현재의 입지를 확보한 것은 1987년 민주화로 탄생한 현행 헌법 개정에 참여하면서다. 

헌법 제119조 제2항은 적정한 소득분배,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 민주화, 이를 위한 규제와 조정 등의 개념을 담고 있다. 이 조항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재벌개혁'의 헌법적 근거로 해석되면서 김종인의 선견지명으로 지금까지 회자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김종인의 이름은 곧 잊히고 말았다. 양당 체제에서 주류를 형성하는 것은 좌우가 선명한 진영의 대표자들이다. 중도 정당이 집권하지 않는 한 김종인의 정치적 '유랑'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함께했던 김종인의 동거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는 문 대통령을 향해 "제왕적 대통령제에 혈안이 된 사람"이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경제 기조에서 '중원'에 머물면서도 단호한 '칼잡이'의 풍모를 잃지 않는다는 것은 쇄신을 이끌 수 있는 '덕목'으로 평가되면서도 당내 주류 세력에는 반발에 부딪히는 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수술용으로 데려왔지만, 당 전체를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김종인 전 더물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 뉴스1

황교안 대표를 대신해 당의 선거를 이끄는 김 전 대표에 대해서는 기대감과 우려감이 갈린다.

점잖은 성격의 황 대표는 종로 선거 자체에 집중하고, 김 전 대표는 통합당의 강한 야성을 살려 선거를 지휘한다면 좋은 하모니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어려운 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경제 전문가' 김종인의 진가를 보여준다면 국민들의 가슴에 불을 댕길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통합당 안팎에서 나온다.

다만 한켠에서는 그의 한계도 제기된다. 선거 때마다 그가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공천 등 소위 '칼잡이'를 해냈을 때다. 당내 잡음도 많았지만 그만큼 당의 쇄신 역시 동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통합당은 공천 과정이 이미 종료된 상태여서 그의 역할을 보여주기엔 시기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