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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입장료' 코인 추적…수사협조 발벗고 나선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비트코인 거래기록 블록체인상에 모두 기록…'자금책' 지갑주소 확보가 관건
코인원·빗썸·업비트 "수사기관 요청에 적극 협조하겠다"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0-03-24 12:15 송고
© News1 DB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한 영상을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일명 'n번방'이 전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일부 텔레그램방은 채팅방 입장료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는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4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코인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암호화폐는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그 어떤 자금도 익명으로 거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의 의무"라며 "디지털 성범죄가 하루 빨리 근절되길 바라며 수사협조 요청에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텔레그램 방은 접속 시 비트코인, 모네로 등 암호화폐로 입장료를 요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은 암호화폐로 억대의 수익을 챙겼다고 전해진다.

암호화폐는 중앙기관(은행)을 거치지 않고 거래할 수 있는 '탈중앙화' 성격을 갖기 때문에 만능의 탈을 쓰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거래내역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만능'이라고 볼 수만도 없다.

암호화폐는 거래 시 상대의 이름을 요구하지 않는다.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지갑) 주소만 있으면 된다. 모든 거래내역(트랜잭션)이 블록체인(분산원장) 상에 기록된다. 어느 지갑에서 얼마만큼의 암호화폐가 어디로 빠져나갔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입장료를 받은 '자금책'의 암호화폐 지갑주소만 확보하면 암호화폐를 송금한 상대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다. 블록체인 상에 한 번 기록되면 영원히 삭제할 수도 없다.

대다수 암호화폐 거래는 거래사이트를 통해 이뤄진다. 개인이 별도로 지갑을 구매할 수 있지만 비용과 거래방식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는 이용자 가입 시 최소한의 개인신원확인(KYC) 절차를 거친다. 또 암호화폐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시중은행에 연동된 계좌를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n번방 입장을 위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구매, 텔레그램방 운영자에게 송금한 투자자는 특정해낼 수 있다. 다만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코인'으로 분류되는 모네로는 예외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는 걸러질 전망이다. 암호화폐 거래에 능숙하지 않은 일부가 모네로 구매대행 업체를 이용한 것.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사방 가입자 100여명은 국내 암호화폐 구매대행사 A사를 통해 박사방 측에 모네로를 송금했다.

A사는 이 과정에서 모네로 대리구매를 요청한 이용자의 이름과 연락처, 이메일 등을 필수 기재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이미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회원의 명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모네로와 별개로 추적이 가능한 비트코인을 박사방 측에 송금한 이용자가 국내 거래사이트를 이용했다면 더 쉽게 잡아낼 수 있다. 거래사이트들이 '수사기간의 요청에 협조하겠다'고 입을 모으는 배경이다.

일부 거래사이트는 이미 수사기관의 협조공문을 받은 상태다. 경찰은 일부 거래사이트에서 확보한 회원명단을 바탕으로 관계자의 신상정보와 송금횟수, 송금액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빗썸 관계자는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비트 역시 "수사기관의 요청에 대해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는 '불법', '사기'로 치부되던 암호화폐의 양성화를 위해 이번 n번방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이어 국무회의까지 통과하면서 암호화폐는 제도권 편입이 코앞에 있는 상황이다. 특금법 개정안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가상자산 사업자)를 '금융회사'로 보고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조달 규제를 위한 내용이 골자다.

블록체인 개발업계 관계자는 "특금법 개정안은 자금세탁방지를 골자로 하기 때문에 거래사이트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수사기관과 거래사이트가 공조해 거래내역을 추적, 빠르게 관계자를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이 음지에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돕기도 했지만 오히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가 '추적가능한' 자산이기 때문에 범죄자를 색출해낼 수 있게 됐다"며 "사기, 불법으로 얼룩진 블록체인, 암호화폐 시장이 이번 기회에 오명을 벗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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