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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무명 활동가는 어떻게 비례후보 4번이 되었나

더불어시민당 비례후보 공천 비하인드, 정개련과 연합 결렬 후 시민사회 전문가 공모
기존 정당이 반영하지 못했던 사회 곳곳의 숨은 시민활동가들에 기회의 문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20-03-24 10:08 송고
정도상 더불어시민당 공관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회의를 앞두고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03.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정도상 더불어시민당 공관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회의를 앞두고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03.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시각장애를 가진 무명의 소상공인 시민운동가가 21대 국회 입성을 앞두고 있다. 

거창한 출마선언도 없었고 유력 정치인의 뒷배도 없었다. 학생운동을 하던 젊은 시절 최루탄에 맞아 한쪽 눈이 실명됐지만 기성 정치권 주류가 된 운동권 정치계에서 활동한 것도 아니다. 
이동주(48)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부회장이 더불어시민당 비례후보 4번에 올랐다. 현재 정당지지율이라면 그는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다. 

더불어시민당이 비례정당으로 뒤늦게 출발하면서 오히려 이동주 부회장 같은 인물에게 기회의 문이 열렸다. 기성 정당이 입맛에 맞는 인물을 고를 수 없었고 시간도 촉박했다. 오롯이 시민사회 추천으로 각 분야별 전문가 출신 비례후보를 공모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이동주 부회장은 전국 소상공인 관련 7개 단체에서 공동 추천을 받았다. 서로 비례후보로 나서려고 단체간 싸울법도 한데 소상공인 단체 7곳에서 한목소리로 그를 지지했다고 한다. 소상공인들이 염원하던 현장 전문가이자 소상공인 분야 '정책통'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는 문이 열린 것.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당이 예상하는 최소 의석수는 17석이다. 시민사회 후보들은 모두 10번 안에 들어 사실상 당선안정권이다. 
더불어시민당 관계자는 "이동주 부회장은 아주 오랜 기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10년 넘게 뛰어온 분으로, 영세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분야 7개 단체가 모두 이 부회장을 추천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기획실장으로 중소상공인 정책에 매달려온 전문가이기도 하다. 고질적인 프랜차이즈 갑질횡포를 고발하고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정책적 접근을 통해 활로를 찾아보려는 노력을 해왔다. 

이 부회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21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면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정책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겠다"며 "일단 상반기엔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해야 하고, 하반기에는 20대국회에서 제정된 소상공인기본법 등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더불어시민당에서 비례후보 4번을 받은 이동주 한국중소상공인자영업자총연합회 부회장. © 뉴스1

더불어시민당은 급하게 창당되며 후보 검증이나 비례 공천 과정을 둘러싸고 진통이 상당했다. 그러나 정치개혁연합의 합류 불발로 비례대표 후보를 모집하는데 분야별 시민추천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단기간 전국의 직능단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광범위한 추천 작업이 진행됐다. 

'코로나19'와 싸운 의사인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비례 1번을 받은 것도 상징적이다. 그 외에도 기존 정당들이 대표하지 못했던 위안부·강제징용 관련 활동가(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나 기후환경정책 전문가(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문화예술콘텐츠 전문가(유정주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회장) 등 다양한 인사들이 제도권 정치로 진입하게 됐다. 

더불어시민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개혁연합과의 통합 협상이 결렬된 이후 연대의 대상을 통상적인 정치 위주의 시민사회 영역에서 소상공인이나 보건의료, 여성인권 등 다양한 시민사회와의 넓은 연대로 선회했던 것이 주효했다"며 "빛을 보지 못하는 무명의 시민운동가들에게 여의도의 빗장을 열기 위해 현장형 정책전문가를 관련단체에 추천해달라고 열심히 의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외에 비례 2번에 오른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도 대표적인 중소기업 정책전문가로 중소기업중앙회의 추천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각 정당들이 기존 틀에서 담아내지 못한 각 분야의 전문가를 비례후보로 발굴하고 추천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며 "우리 정당과 정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결핍을 채우고 다방면의 전문가들을 찾기 위해 각 다양한 기관과 단체에서 추천한 인물들을 검증했다"고 부연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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