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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처증 남편 폭력에도 가정 지키려는 아내…법원 "졸혼해라"

이혼소송 제기했다 자녀 장래 우려에 법원 임의조정 결정
"법률상 혼인관계여도 별거상태 유지…배우자 의무 없다"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2020-03-22 08:00 송고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오랜 기간 폭행을 당하면서도 자녀의 장래를 걱정해 가정을 지키려 한다면 '졸혼'하라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의 준말로, 법률상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방법원 가사1단독 이현경 판사는 아내 A씨(51)가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졸혼하라는 내용의 임의조정 결정을 지난해 10월 내렸다. 재판상 화해를 의미하는 임의조정은 법원의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이 판사는 조정조서에서 '졸혼'이란 용어를 직접 사용하며 "부부는 졸혼한다. 법률상 혼인관계를 유지하되 현재와 같은 별거상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부는 배우자로서 의무가 없다"며 "즉 명절이나 어른들 생신, 제사 등 가족행사에 상대방을 동반하지 않으며 부부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청주에 사는 A씨는 심한 의처증을 가진 남편으로부터 오랫동안 폭행을 당해왔다. 남편의 무차별 폭행에 갈비뼈가 부러진 적도 있었다. 
결국 이혼을 결심하고 이혼소송을 제기한 A씨는 '나홀로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고, 공단은 가정폭력 피해자 A씨를 위해 무료 소송을 진행했다.

소송 과정에서 남편의 유책사실이 인정돼 이혼 판결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A씨는 자녀들의 장래에 해가 될 것을 우려해 이혼 가정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사건을 맡은 양지혜 변호사는 다섯 번의 조정기일이 진행되는 동안 결손가정이 되지 않길 바라는 A씨의 입장을 적극 대변해 결국 법원의 이러한 임의조정을 이끌어냈다. 

양 변호사는 "비록 조정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법률상 배우자로서 의무는 부담하지 않으면서 법률혼을 유지하는 졸혼을 법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향후 졸혼조정을 유도할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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