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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심폐소생 급하다] '엔터업계', K팝 공연 올스톱·극장 텅텅…"구체적 지원 절실"

영세 피해 업체 많아 우려 커져…"장기적으로 한류에 악영향 미칠 수도"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정유진 기자, 김민지 기자 | 2020-03-23 05:10 송고 | 2020-03-23 09:45 최종수정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뉴스1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가 경제 전반이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취미 및 문화 비용과 직결된 분야인데다가, 다수가 모이는 가수들의 콘서트가 올스톱되고 영화 관람도 크게 줄어 산업 자체의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들은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될 것을 바라며 '보릿고개'를 버티지만, 더 장기화될 때는 상대적으로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의 사업체가 붕괴돼 회생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 인해 한류콘텐츠의 힘도 빠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가수들 공연 '올스톱'…영세업체 많아 피해 확인도 어려워
가수들의 공연은 소극장부터 대형 콘서트장까지 사실상 전면 '폐업' 상태다. 국내 소규모 공연은 물론, 해외활동이 활발한 K팝 스타들의 투어에도 차질이 생겼다. 2월, 3월 콘서트는 전면 취소, 연기됐고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라며 버티던 공연들도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에 따라 결국 하반기로 미루고 있다. 방탄소년단(빅히트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JYP엔터테인먼트), 태민(SM엔터테인먼트), 세븐틴(플레디스), 위너(YG엔터테인먼트) 등 인기 K팝 그룹들은 월드투어를 연기 및 취소,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상장회사의 경우 주 수입원 중 하나인 가수들의 해외 투어가 미뤄지거나 취소되면서, 주가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인기 콘서트 시리즈인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투어 콘서트도 일부 취소됐다. 엠씨더맥스, 우주소녀, 지코 등 역시 콘서트를 잠정 연기 및 취소했다.

트와이스© 뉴스1
트와이스© 뉴스1

가수들의 주수입원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학 봄 축제 및 여름에 열리는 대형 음악페스티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 우울한 전망은 이어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을 제작한 한 가요 관계자는 "가요 업계, 엔터테인먼트사 등은 앨범 판매와 공연이 주 수입원인데 올해 상반기 콘서트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타격이 크다"며 "그래도 대형 기획사는 조금 여유가 있지만, 자본력이 충분하지 못한 중소기획사는 회사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K팝스타들의 해외 투어도 올스톱돼 주목도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 한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피해가 발생하는 건 가요 기획사뿐만이 아니라 공연업계를 구성한 수많은 외주업체도 마찬가지다. 많은 외주업체들이 규모 자체가 작은 경우가 많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회생이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피해 실태를 조사 중인 연예제작자협회 한 관계자는 "상장기업이 대부분이거나 산업 자체가 안정, 시스템화된 다른 분야와 달리 연예산업은 워낙 소규모 사업체도 많고 단발성 사업이 많아서 공연업계의 지난해 대비 피해규모 데이터를 집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소규모 사업체들은 피해 규모를 입증하기 쉽지 않아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예제작자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에 피해 상황을 전달하고 구제가 필요한 분야들에 대해 긴밀한 논의를 거치고 있는 중이다. 

다수의 인기 콘서트를 제작한 경험이 있는 한 제작자는 "공연 취소로 수입이 사라지니 작은 업체는 사실상 도산한 곳도 있다"며 "정부에서 공연업계가 버틸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을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공연·문화 펀드'를 조성해 코로나19 사태 후 업체들을 지원해준다든지, 공연을 재개할 경우 지원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제작자는 "당장 어려운 업체를 돕는 일도 시급하지만, 일단 제대로 된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향후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업체들이 줄도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위기대처 시스템화도 강조했다.
 
'기생충: 흑백판', '사냥의 시간', '콜', '침입자', '결백', '밥정'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뉴스1
'기생충: 흑백판', '사냥의 시간', '콜', '침입자', '결백', '밥정'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뉴스1

◇매출 1300억원이 뚝, 텅 빈 극장가

가수들의 공연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모여야 매출이 발생하는 영화산업도 코로나19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에는 2227만 관객이 극장을 찾았고 매출액은 1899억원이었으나, 올해 2월은 737만 관객 및 623억원의 매출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약 1500만 관객이 감소했고, 1300억원 가량 떨어졌다. 3월은 더욱 심각한 상태다. 지난해 3월 극장 매출액은 1265억원이었으나, 올해 3월18일까지 매출액은 104억원에 불과하다. 영화 제작사들은 이같은 영화산업 위축에 2월 개봉 예정이던 영화 '사냥의 시간' '침입자' '콜' '결백'이 개봉을 연기했다. 이에 국내 대형극장 체인들인 롯데시네마, CJ CGV, 메가박스에서는 재상영작들로 스크린을 채우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신종 플루나 메르스 사태와 비교해도 훨씬 심각한 상태로 보인다"며 "3월은 지난해 대비 관객수가 85% 줄어든 상태다. 매출은 폭락했는데 고정지출은 이어지고 있어서 극장 운영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재상영을 하거나 상영횟수를 줄이는 정도의 탄력 경영으로는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는 것. 또 대형 배급사들이 짠 1년 단위 영화 개봉 일정도 전면 재수정, 연기되면서 한 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관계자는 "극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전무한 상태여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극장의 자체적인 노력과 운영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진위에서 극장, 영화산업의 어려움을 파악해 정부에 지원예산확보 요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가 코로나19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을 선정해 지원하기로 발표한 특별고용지원업종에 극장도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며 "영화 산업의 70% 이상이 극장 매출로 구성되기에 극장이 무너지면 영화 산업 자체가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영진위가 제작사, 투자사, 마케팅사 등의 어려움을 파악해 실태 조사 및 구체적 구제 방안을 두고 고심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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