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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물 던져도 받을 사람이 없다"…고가 주택 거래 씨 마르나

대출 막히고 경기침체에 세 부담까지 '엎친 데 덮친 격'
보유세 50% 이상 올라…소득 없는 은퇴·고령자 부담↑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20-03-19 06:00 송고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급매물 전단들이 붙어 있는 모습. © News1 김진환 기자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급매물 전단들이 붙어 있는 모습. © News1 김진환 기자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며 규제 포화를 지속하면서, 향후 거래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대출 규제로 거래가 막힌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수세가 꺾인 상황이라 거래절벽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202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안'을 통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을 14.75% 올렸다. 2007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 평균(5.99%)의 2배를 뛰어넘는다.

서울이 특히 많이 오른 것은 정부가 공시가격 인상의 타깃으로 잡은 고가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산정하면서 시세와 공시가격 격차가 큰 시세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고가 주택의 공시가를 높여 부자들에게 적정과세를 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공시가격은 올해 보유세, 건강보험료 등 세금 부과 기준으로 활용한다. 이로 인해 고가 주택이 포진한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가 공시가격 상승률 18.5%~25.6%로 가장 많이 올랐고, 마포·용산·성동(12.3~16.3%)을 비롯해 양천구(18.4%), 영등포구(16.8%) 등도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실제 개별 아파트 단지의 세금 인상 사례를 보면 체감이 더 커진다. 올해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한 채를 보유한 집주인은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1652만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이 아파트 공시가격이 25억74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5.1% 올랐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의 부담은 더 커진다.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 84㎡)와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 등 두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는 올해 종부세 등을 포함해 5366만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지난해(3047만원)보다 무려 80%가량 늘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고가 아파트 시장은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으로 돈줄이 막히면서 거래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정부는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가능 금액을 줄이고,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아예 대출을 금지했다. 또 자금조달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해 편법·불법 증여의 진입이 어려워지도록 했다.

이에 더해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돼 국내 경기 침체에 이어 글로벌 경제 위기로까지 번지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 매수세도 급격히 사그라든 상황이다.

서울 지역의 9억원 이상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11월 2212건에서 지난달 691건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2월 거래분의 실거래 신고 기한이 남은 것을 고려해도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량은 11월 1144건에서 2월 222건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강남3구 아파트값은 지난주 0.06% 떨어져 8주 연속 하락했다. 이로 인해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도 0.02%로 보합권에 머물러 마이너스 진입을 목전에 뒀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나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집주인을 중심으로 6월 양도소득세 면제 기간 만료 전에 급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매수세가 사라진 상황이라 급매물이 거래되지 않고 적체될 경우 집값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시장이 활황기보다 위축기에 보유세 증가에 따른 세 부담을 더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에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보유·처분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며 "일정한 소득이 없는 고령자나 은퇴자를 중심으로 주택 수 줄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현재 시장 분위기를 보면 고가 주택의 경우 대출이 전면 금지돼있어, 급매물이 나오더라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코로나 사태 등으로 매수심리도 크게 위축돼 수요자가 받아들일 정도로 충분히 값을 낮춘 매물이 쏟아져나와야 그나마 거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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