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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마스크 재고 100개' 가보니 매진…또 '헛걸음' 분통

서초구 '판매 시간 통일'했지만… 약국선 "아직 안 팔아요"
일선 약사들 "오늘 기사보고 알았다" 홍보도 안돼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이비슬 기자 | 2020-03-11 12:38 송고 | 2020-03-11 19:01 최종수정
한 예비 부모가 10일 서울 강남구에서 공적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로 줄이 길게 늘어선 약국 앞을 지나고 있다. . 2020.3.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한 예비 부모가 10일 서울 강남구에서 공적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로 줄이 길게 늘어선 약국 앞을 지나고 있다. . 2020.3.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또 헛걸음했어요."

마스크 구매를 위해 약국을 찾은 시민들의 헛걸음을 막고자 민간 업체들이 개발한 '마스크 알리미 서비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마스크 알리미'를 통해 공적 마스크 재고 현황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앱상 '재고량이 충분하다'는 표시된 해당 약국을 방문했다가 재고가 모두 소진돼 11일 오전 시민들의 '헛걸음'은 곳곳에서 속출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A씨는 "마스크 알리미 앱을 보고 사러 왔다가 허탕 쳤다"며 "앱에는 마스크 30개가 남았다고 표시됐는데 실제론 품절된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방금 다녀온 약국의 경우 앱상 100개가 남았다고 표시됐는데 이미 번호표까지 배부해 제품을 모두 판매했더라"며 "알리미 앱이 실시간으로 마스크 수량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정보화진흥원 등은 지난 10일 오후 7시부터 약국의 마스크 판매 현황과 재고량 데이터를 공개했다.
민간 개발자들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련 서비스에 돌입했다. 개발자들이 만든 해당 사이트나 앱을 방문해 거주지·직장 근처를 검색하면 주변 약국에 마스크 재고량이 어느 정도인지 '색깔별'로 확인해 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마스크 대란에 지친 시민들의 신뢰를 얻기엔 아직 역부족이었다.

서초구 한 약국 앞에서 만난 30대 여성 B씨는 "마스크 알리미 자체를 안 믿는다"며 "그거 믿고 왔다가 수량이 달라져 있을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보건용 마스크(KF 표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면 마스크를 세탁하며 사용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초구 등 서울 지방자치단체도 공적 마스크 판매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일선 판매처에 '판매 시간대 통일'을 권고했으나 현장에선 또다시 혼선이 빚어졌다.

정부가 공개한 마스크 데이터를 활용에서 민간 개발자가 오픈한 마스크 구매정보 사이트 '마스크 사자' © 뉴스1
정부가 공개한 마스크 데이터를 활용에서 민간 개발자가 오픈한 마스크 구매정보 사이트 '마스크 사자' © 뉴스1

'오전 9시부터 판매하라'는 서초구의 권고 사항과 달리 판매처인 약국은 이 시간대 마스크를 팔지 않아 시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11일 오전 9시쯤 서초구 소재 A약국에는 '공적 마스크는 평일 오후 1시부터 판매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문은 아예 닫혀 있었다. 마스크를 구매하고자 방문했던 시민 10여명은 모두 발길을 돌렸다. 

같은 지역 약국 약사인 40대 여성은 "오늘(11일) 오후 2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할 예정"이라며 "어제도 오후 1시30분 판매를 시작해 45분 뒤에 마지막 손님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오전 9시 판매 권고 사항'에 대해선 "오늘 기사 보고 알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와 양천구는 앞서 '공적 마스크 판매 시간을 통일하라'는 권고 사항을 담당 지역 판매처에 전달했다. 서초구의 경우 오전 9시부터 공적 마스크를 판매해 달라고 전날인 10일 일선 약국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 시간 통일'은 정부가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지정한 요일에만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판매처의 영업을 일부 제한한 '5부제'의 보완책으로 주목받았으나 정작 현장에는 안착하지 않아 시민들의 혼란만 부추치고 있다.

보완책은 필수가 아닌 권고 사항이라 판매처는 이를 의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데다 홍보 자체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게 주요 이유로 분석된다.

직장인 정모씨(38)는 "기사를 통해 서초구의 권고사항을 접했다"면서도 "여러 군데 직접 가보니 (기사와 달리) 판매 시간이 모두 달랐다"고 지적했다. 검은색 면 마스크를 쓴 그는 기자를 등지고 빠른 걸음으로 다른 약국을 향했다.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공적마스크 여분을 확인한 뒤 약국을 찾았다는 김모씨(38)는 "솔직히 짜증 난다"며 지자체의 권고 사항과 현장 간 '괴리'를 성토했다. 김씨가 찾은 약국도 아예 문이 닫혀 '오전 9시부터 판매' 권고사항을 지키기는 불가능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의 마스크 5부제 실시에 앞서 서초구 약사회를 통해 약국들의 일제 판매 참여수요를 파악하고 참여하기로 한 약국 전체에 유선 연락을 취해 이날(11일) 오전 9시 시행을 독려한 바 있다"면서도 "다만 유선상으로 연락이 되지 않은 30곳의 약국에는 직접 권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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