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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언택트-③]우리도 실리콘밸리처럼 '스마트 워크' 열릴까

"스마트워크, 합리적인 KPI 설정·평가 시스템 마련이 우선"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0-03-13 06:00 송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5일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2020.2.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5일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2020.2.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낯선 근무환경에 피로감을 토로하는 직장인이 많아졌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국내 직원들은 크게 당황하지 않는 눈치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재택근무의 시작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등 외국계 IT기업이었다. 이러한 조치는 국내 IT기업을 시작으로 점차 전 산업군에 퍼져나갔다. 이에 업계에서는 '우리나라도 스마트워크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美 "성과만 좋으면 뭘 해도 OK"…韓 "성과만큼 과정도 중요"

미국 'IT공룡' 직원들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한다. 회사는 직원이 '결과'만 잘 낸다면 근무를 어디서 하든 관여하지 않는다. 특히 구글은 철저히 성과로 직원을 평가하지만 전 세계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구글은 채용과정부터 깐깐하다. 서류전형은 간단하지만 면접전형만 약 6개월이 소요될 정도로 수십번의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구글은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가 나가떨어진다'는 말에 업계 관계자들이 동의할 정도다.

이에 대해 라즐로 복 구글 전 최고인적자원책임자(CHRO)는 "잘못된 채용은 개인의 성과를 떨어뜨리고 주변의 성과와 사기, 열정까지 떨어뜨린다"며 "구글이 뽑은 상위 10% 인재는 최악의 경우라도 입사 이후 1년 내 평균적인 성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깐깐한 채용 과정을 채택했다는 것.

구글은 매년 하위 5% 직원을 추려내 해당 인원에게 경고를 한다. 이후에도 성과가 좋지 않으면 타 부서로 이동을 권고하고 그 이후에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회사에서 내보낸다.

대다수 미국 기업은 이러한 평가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1월~2월 중 레이오프(일시해고)를 진행하면서 저성과자에게 사직을 권한다. 대부분 업무가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프로젝트의 납기를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성과가 좋지 않은 팀과 개인은 쉽게 눈에 들어온다.

FILES-US-IT-POLITICS-RIGHTS-GOOGLE © AFP=뉴스1
FILES-US-IT-POLITICS-RIGHTS-GOOGLE © AFP=뉴스1

미국 IT업계에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재택근무가 어려운 점은 관리자들의 태도와 업무 성과측정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큰 몫을 한다"며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관리자가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 일만 하면 네 물리적인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정'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선 가차없는 인사평가는 상상할 수 없다.

국내 IT업계 고위 관계자는 "구글 등 미국 IT기업의 성과위주의 인사평가는 직원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직원이 노력했어도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구글은 이런 경우 두 번의 기회를 보고 잘라내지만 국내 기업은 목표 성과를 내지 못했어도 성과를 채우기 위한 노력(과정)을 같이 봐준다"며 "국내 기업이 구글과 같은 성과 평가 시스템을 채택하는 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업무과정·개인목표…전 직원 공유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

구글은 자신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OKR'(Objectives & Key Results)을 꼽는다. OKR은 실리콘밸리 전체로 확대된 성과관리 기법으로, 조직적 차원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결과'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목표 설정 프레임워크다.

이에 구글 직원은 매년 '이 목표를 왜 세웠으며, 어떻게 얼마만큼 채울(개선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사내 인트라에 공유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사원뿐 아니라 임원도 해당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경우 핵심성과지표(KPI)는 '개인' 이 아닌 '팀'에 달려있다. 개인별 KPI도 세우지만 결국 구성원들은 기업 계층구조(피라미드 구조)에 따라 고위 직급 관계자를 위한 KPI를 짜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의 KPI 설정은 구색을 갖추기 위한 구색이나 다름없다"며 "국내 기업에 구글과 같은 KPI 지표를 들이대고 '결과'로만 평가하겠다고 하면 노조부터 들고 일어서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한편 구글은 성과평가나 승진 역시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승진도 다른 사람의 동의를 거쳐 결정된다. 구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구글은 내부에 '상사' 개념이 없고 '동료' 개념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다원평가로 주변 사람들이 최대한 객관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MICROSOFT-UNVEILS-NEW-SURFACE-LAPTOP © AFP=뉴스1
-MICROSOFT-UNVEILS-NEW-SURFACE-LAPTOP © AFP=뉴스1

◇"기업과 조직원 모두 성숙해야 '스마트워크' 자리잡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IT업계를 중심으로 실리콘밸리와 같은 업무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주로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IT기업이 이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 재직 중인 한 관계자는 "매니저(팀장)와 합의하면 개인 재량에 따라 언제든 재택근무를 할 수 있고 대다수 직원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개인에게 주어진 업무만 제대로 해내면 어디서든 일해도 된다'는 분위기 덕에 눈치를 보는 일도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외국계 IT기업에 근무중인 직원은 "본사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시차 문제로 새벽에 화상회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새벽에 콘퍼런스콜이 잡히면 오히려 상사가 먼저 '오늘은 출근하지 말고 저녁 시간부터 재택근무를 내라'고 한다"며 "재택근무 중에도 회사는 내가 근무하는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그저 믿어준다"고 말했다.

조직문화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이 필요한 분야(제조 등)를 제외하곤 스마트워크 도입을 고려하지 않겠냐고 전망한다. 다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우선돼야 해 다소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조직문화 전문가는 "기업이 최근 재택근무를 채택하며 오히려 구성원이 PC앞에서 항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일각에선 '재택근무가 불편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며 "구성원들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적 요인(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기업에 '유연한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기업의 스마트워크는 당장 보편화되진 않을 것이며, 기업과 구성원이 모두 준비가 된 상태에서나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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