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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120억 기부금, 넙죽 받았다가 빚더미 앉을 수 있다?

대구, 기부금 거부…법조계 "기부, 사해행위 가능성 높아"
추후 구상권 인정되면 정부에 다시 돌려줘야 할 경우도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박승주 기자 | 2020-03-06 16:36 송고 | 2020-03-06 16:37 최종수정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2020.3.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2020.3.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기부한 120억원을 거부한 이유 중 하나가 향후 법적 분쟁시 기부금이 정부의 구상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기부금이 구상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법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일까.
6일 법조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방역활동 등에 사용한 돈을 신천지에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인정할 경우 결국 모금회 측이 기부금을 다시 정부 등에 돌려줘야 하고, 최악의 경우 거액의 빚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천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써달라며 지난 5일 120억원의 기부금을 조성해 공동모금회에 전달했으며 이 돈은 공동모금회 중앙회에 20억, 대구공동모금회에 100억이 전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다음날인 6일 권영진 대구시장은 "신천지 기부금 120억원 중 대구에 낸 100억원은 대구광역시공동모금회에서 거부했다"며 "나머지 20억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국 단위로 낸 것인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20억원을 거부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대구시 등이 기부금을 거부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신천지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정서와 기부금보다 방역 대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권영진 대구시장.(대구시 제공)© 뉴스1
권영진 대구시장.(대구시 제공)© 뉴스1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방역활동에 쓴 거액의 세금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코로나19 확산에 책임이 있는 신천지를 상대로 구상권(다른 사람의 채무를 변제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가지는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기부금이 구상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거부 이유 중 하나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구상권 청구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구상권이 성립하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명백한 고의가 신천지 측에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명백히 고의가 밝혀질 경우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지출한 비용을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상속자인 자식들이 갚아야 한다고 판단해 총 1700억여원의 배상 판결을 냈다.

유 전 회장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신천지의 불법행위, 즉 조직적인 방역활동 방해 등이 밝혀지고, 국가의 구상권이 인정될 경우 신천지가 방역활동 등에 쓴 비용을 국가에 물어줘야 한다. 만약 구상권이 인정된다면 기부금이 구상권 대상에 포함돼 결국 기부금이 정부에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언론 등 보도를 통해 정부 등이 신천지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거라고 신천지 측에서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기부를 했다면 사해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세월호/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세월호/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함으로써 재산이 감소돼 채권자의 채권을 만족시킬 수 없게 한 행위를 말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신천지 재단이 갖고 있는 재산이 얼마 안되면 (채무초과 상태로) 기부가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해행위가 인정된다면 기부금은 정부·지자체가 신천지에게 받아야 할 돈에 포함되기 때문에 모금회 등이 받은 돈은 결국 국가 소유가 된다.

만약 신천지가 추후 "정부의 구상금이 이렇게 클 줄 몰라 기부로 채무초과 상태가 발생할 줄은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사해행위 성립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우리나라는 사해행위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라며 "채무자의 주관적 생각은 사해행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사해행위가 성립할 경우 결국 돈을 정부 등에 돌려줘야 할 주체가 120억을 기부받은 모금회 측이 된다는 점이다. 신천지 측에서는 채무초과 상태가 돼 구상금을 낼 여력이 없다고 하고 정부 측이 이 돈을 받기 위해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 모금회 측에서 돈을 정부 등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금회 측에서는 덜컥 기부금을 받아 사용하면 나중에 법적으로 120억원의, 감당못할 채무를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한 고법판사는 "사해행위 관련해 채무자들에게는 별 문제가 안 되는데, 결국 그 돈을 취득한 사람(이 경우 모금회)이 돈을 다 반환해야 하니까 문제가 된다"며 "받은 사람은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경우는 △신천지의 위법행위로 정부의 구상권 인정 △정부가 구상한 액수보다 신천지의 재산이 적을 경우 △정부가 모금회 등을 상대로 기부금 반환 요구 등이 있어야 성립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나리오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여러 장애물들이 있지만, 모금회 측 입장에서는 거액의 빚을 떠안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기부금을 거부한 것이 합리적 법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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