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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욜로은퇴] 주택연금이 뭐가 중한디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2020-03-06 15:01 송고 | 2020-03-06 15:44 최종수정
편집자주 100세 시대, 누구나 그리는 행복한 노후! 베이비 부머들을 위한 욜로은퇴 노하우를 전합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뉴스1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죽을 때까지 연금처럼 돈을 받는 제도를 말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를 역(逆)모기지라고 합니다. 모기지(mortgage)란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하니 결국 ‘거꾸로 주택담보대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 거꾸로일까요? 주택담보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목돈을 대출받고 이를 분할 상환합니다. 10년 만기로 3억원을 빌리고 매월 원금과 이자를 분할해서 10년 동안 모두 갚는 방식이죠. 이를 거꾸로 한다는 것은(역모기지) 매월 조금씩 빌리고 만기에 빌린 금액(목돈이 되어 있겠죠)을 한꺼번에 갚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매월 빌린 금액에 대출이자가 가산되어 목돈으로 쌓여가는데, 이를 갚을 때는 집을 팔든지 아니면 현금으로 갚을 경우 집은 다시 자신의 소유가 됩니다. 목돈을 빌리고 분할 상환하는 게 아니라 분할해서 빌리고 목돈을 갚기에 거꾸로 주택담보대출인 것입니다.

주택연금은 여기에 더해 대출 만기를 없앴습니다. 10년, 20년 만기를 정해서 돈을 갚는 게 아니라 죽을 때 상환하면 됩니다. 여기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람 수명을 알 수 없으니 도대체 얼마를 빌려줘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70세에 3억원 주택을 주택연금에 가입하여 월 90만원 받는 사람이, 80세에 사망하면 1억8백만원을 빌리지만(이자 제외), 120세에 사망하면 5억 4천만원을 빌립니다. 생각보다 빨리 사망하거나 생각보다 오래 사는 경우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담보되는 주택가격 변동도 관건입니다.

너무 오래 살거나 혹은 집값이 많이 떨어져서 빌린 원금, 이자, 보증료 등의 합계가 집값을 넘을 경우 손실은 주택금융공사가 부담합니다. 만일 빨리 죽거나 집값이 많이 올라 집값이 부채보다 더 많을 경우 차액을 상속인이 받습니다. 그래서 수명과 주택가격 변동의 위험을 떠안는 대가로 대출 이자 외에 보증료를 받습니다. 가입할 때 주택가격의 1%를 받고 거기에 매년 받는 연금액의 1%를 연 보증료로 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명이 길어지고 주택가격 하락이 예상을 벗어날 수 있으므로 주택금융공사는 위험을 떠 안게 됩니다. 위험에 대한 부담은 공적인 것이기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가입조건을 제한하는 이유입니다. 부부 기준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이어야 하고(현재 시가 기준이지만 곧 공시가격 기준으로 변경 예정) 다주택자의 경우 합한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면 됩니다. 9억원 초과 2주택자는 3년 이내에 주택 하나를 팔면 됩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머튼(R. Merton) 교수는 우리나라의 주택연금제도를 극구 칭찬한 바 있습니다. 특히 주택연금제도를 다른 나라처럼 역모기지라 하지 않고 ‘연금’을 붙인 것에 ‘엄지 척’을 했습니다. 그런데 노후에 주택연금이 중요한 이유는 이름을 잘 붙인 게 아니라 주택연금의 세 가지 기능인 현금창출, 종신지급, 자산변환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가계자산에서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비중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집만 가지고 있으면서 현금이 부족하다고 해서 ‘house rich, cash poor’라고 합니다. 문제는 주택은 큰 덩어리여서 떼어 팔지를 못하기에 주택을 생활비(현금흐름)로 전환할 수 없습니다. 벽돌 하나씩 떼어 내어 팔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집을 팔고 월세로 사는 건 안될 일입니다. 주택연금은 자기 집에 살면서 현금창출을 가능하게 합니다.

현금창출은 집값의 변화 여부에 관계 없이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지속되는 종신지급입니다. 다만, 매월 정해진 금액을 주는 정액식(定額式)이다 보니 물가가 많이 오르면 구매력이 떨어집니다. 국민연금처럼 물가에 연동되지 않는게 아쉽습니다. 불편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혹 물가가 많이 오르면 아마 집값도 오르게 될 텐데, 그때 빌린 돈을 갚고 집을 찾아와서 일정 기간 후에 주택연금에 재가입하면 주택가격이 올랐으므로 이전보다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집값 변화에 관계 없이 정액식으로 지급하지만 집값의 추이에 따라 변동시키는 상품도 어떨까 합니다.

그뿐 아니라 주택연금은 주택자산을 국채로 바꾸어주는 자산변환 기능이 있습니다. ‘엄연히 주택에 살고 있는데 뭔 소린가’ 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주택연금은 주택금융공사가 연금을 지급하므로 국가의 신용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매월 지급되는 연금은 마치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coupon)와 같습니다. 주택연금을 영구히 이자가 지급되는 채권이라고 보면, 매월 100만원 연금을 받으면 금리가 1.5%일 경우 그 가치는 8억원(=100만x12/1.5%)이 됩니다. 월 100만원 받는 주택연금에 가입했다면 어림 잡아 8억원 국채를 가진 셈입니다. 물론 기대수명을 40년으로 보면 대략 4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습니다. 기대수명에 따라 가치가 다르겠지만 여하튼 주택을 국채로 통으로 바꾼 셈입니다. 전문 용어로는 스왑(swap)이라고 합니다. 주택보다 국채를 갖고 있는 게 노후에 마음이 더 놓이지 않겠습니까? 국민연금에 주택연금이라는 국채까지 더하면 노후 재무 안정성이 높아질 겁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50대 직장인 중 보유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인 15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주택연금 가입 의향이 55%였습니다. 다만 가입시기는 ‘다른 노후자산이 떨어졌을 때, 가능한 최대한 늦게, 혹은 일을 더 이상할 수 없을 때’라는 비율이 70% 가량 되었습니다. 주택을 생활비를 얻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실제 현황을 보면 7만 명이 가입했고, 가입자 평균연령은 72세, 월연금수령액 100만원, 평균주택가격은 3억원입니다.

주택자산은 노후 대비한 훌륭한 자산입니다. 당국도 이를 인식하여 2019년 11월 <인구정책 TF>에서 주택연금 제도 개선안을 낸 바 있습니다. 주택연금 제도는 유연하게 변화해갈 것입니다. 문제는 이를 활용하는 개인들의 운영의 묘입니다. 집만 보유한 채 자린고비처럼 살지 아니면 집을 현금흐름으로 만들어 풍요로운 노후를 보낼 것인지는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집을 물려줘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 부모님께 자녀가 먼저 권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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