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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 놀다 감염되면 어떡해요"…외면받는 긴급돌봄교실

'집단감염' 우려 개학 연기해놓고 보육대책은 '집단돌봄'
맞벌이 궁여지책 자녀 보내지만…전담교사도 "불안해요"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한유주 기자 | 2020-03-06 05:30 송고 | 2020-03-06 10:05 최종수정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의 어린이집이 휴원을 한 가운데 지난달 27일 오후 강원 원주시의 한 어린이집이 긴급보육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시원 인턴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의 어린이집이 휴원을 한 가운데 지난달 27일 오후 강원 원주시의 한 어린이집이 긴급보육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장시원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국 어린이집·유치원과 초등·중·고교 개학이 평년보다 3주 늦은 오는 23일로 연기되면서, 집에서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을 대상으로 긴급돌봄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부모들은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자녀를 여러 아이가 모이는 환경으로 보내야 하고, 결국 불안한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상당수가 이용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4살과 6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던 구모씨(33·여)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고, 긴급돌봄도 이용하지 않고 있다.

구씨는 "어차피 어린이집도 불안하고 사람이 모이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 그냥 내가 직접 돌보고 있다"며 "학습지를 집에서 받아서 공부만 시키고 있고, 마트도 거의 나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상황이라 이렇게 선택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3살 딸을 기르고 있는 박모씨(30·여)도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는 게 걱정이 돼서 긴급돌봄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남편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온 가족이 계속 집에만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씨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의 옆 아파트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상태다.
박씨는 "아이가 2주 가까이 집에만 있으니까 너무 답답해하는 게 힘들고, 친구들을 보고 싶다며 집에 놀러오게 하면 안되냐고 한다"며 "하지만 아이들 여러 명이 한 공간에 있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어 영상통화로 친구들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씨의 자녀와 같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원생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박씨는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원생이 13~14명인데, 그중 2명만 긴급보육을 이용한다고 들었다"며 "그중 1명은 맞벌이부부고 1명은 신생아인 동생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경우"라고 전했다.

집으로 돌봄교사가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둔 김모씨(37·여)는 돌봄교사가 가정으로 방문해 자녀를 돌봐주는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입학식이 연기되면서 어린이집도, 학교도 못 가게 된 상황이어서 이 서비스를 신청했다"며 "집에 사람이 오간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가능한 방법이 이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주변에 긴급돌봄을 이용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5일) 개인사정으로 6살 자녀를 처음 어린이집 긴급돌봄에 보낸 서울 종로구 강모씨(32·여)는 "아이의 반에 15명이 있는데 그중 1명만 꾸준히 긴급돌봄을 이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며 "아이가 모처럼 어린이집을 방문하니 선생님들이 몹시 반가워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주위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맞벌이 부부여도 긴급돌봄을 이용하지 않고, 대신 양가 부모님께 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하더라"며 "울산에서 시어머니가 올라와 아이를 돌봐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돌봄전담 교사들은 돌봄교실에 나오는 아이들이 행여나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는 비정규직 돌봄전담사들이 돌봄교실에서 일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관계자는 "돌봄교실에서도 개학 때와 마찬가지로 감염병 관련 우려가 있는데, 체계적으로 현장에서 안전대책이 마련돼 있는지에 대해 일선의 우려가 크다"며 "아이들이 답답하다며 마스크를 잘 쓰지 않으려 하는 점도 고충"이라고 지적했다.

돌봄교실에서 일했던 한 교사는 "집단돌봄에 대한 부모들의 우려가 크다 보니, 돌봄교실을 신청하고도 보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외부인 출입을 신경써야 하고, 아이들끼리 모여 노는 시간도 주지 못해 돌봄교실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교사는 또 "여러 아이의 손이 닿는 책을 통해 옮을 수도 있으니 독서마저 지양하라고 하더라"며 "돌봄교실에서도 개별활동 정도만 허락하니 아이들도 무료해하고 교사들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사들은 아이들 간 전염이 일어나지 않는 데도 신경써야 하지만 자신이 옮기지는 않을지, 혹은 자신이 옮지 않을지도 늘 신경써야 한다"며 "행여나 아이들이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돌봄교실에 책임이 쏠릴 수도 있어 심리적으로 지쳐있다"고 덧붙였다.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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