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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생산 독촉하는데…마스크 증산 왜 빨리 안되나

핵심 재료 MB필터 공기청정기에도 사용…성수기 수요↑
고가의 MB필터 설비, 설치도 시간 걸려…빠른 증산 어려워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20-03-05 15:05 송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3일 오후 경북 구미의 마스크 원자재 MB(멜트 블로운) 필터 생산업체 '도레이첨단소재'를 방문해 생산 현황 등을 점검했다(총리실 제공). ©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는 3일 오후 경북 구미의 마스크 원자재 MB(멜트 블로운) 필터 생산업체 '도레이첨단소재'를 방문해 생산 현황 등을 점검했다(총리실 제공). © 뉴스1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필수품이 된 보건용 마스크의 생산을 독촉하고 있으나 업계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공기청정기 성수기인 봄철이 다가오면 마스크의 핵심 재료인 멜트블로운(Melt Blown·MB) 필터 수요도 늘어나는데다, 필터 설비를 새롭게 들이는 데도 자금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탓이다. 정부와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의 빠른 증산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5일 정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하루 생산할 수 있는 마스크의 총량은 1000만~1200만장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5000만명 인구가 하루에 하나씩 마스크를 쓴다고 가정한다면 수요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미 생산되거나 생산 중인 마스크의 분배뿐만 아니라 증산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러 차례 '마스크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경북 구미의 MB필터 생산업체인 도레이첨단소재를 방문, "정부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마스크 공급을 늘림으로써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가능하면 조금 더 물량을 늘려 달라"고 업체에 요청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전날(4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 부족의) 근본적 원인은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빠른 속도로 마스크를 공급하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가 MB필터의 생산과 조달, 마스크의 생산이라는 문제에 있어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먼저 대(對)중국 수출입이 가로막힌 이후 보건용 마스크의 핵심 재료인 MB필터를 조달하기 힘들다는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정부는 미국을 통해 MB필터 샘플을 들여 온 뒤 국내 공정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실제 적용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규격을 맞춰야 하고 식약처 인증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고 황사가 발생하는 3~5월 공기청정기 성수기철과 '마스크 대란'이 맞물리면서 MB필터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MB필터를 생산·납품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마스크만큼은 아니더라도 공기청정기에 쓰이는 필터 사용량 역시 많아지고 있다"며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양쪽에 다 공급하기도 힘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필터 생산 설비가 60억원대에 이르는 등 고가인데다 설치에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마스크 대란'만을 바라보고 기존 업체가 설비를 새롭게 도입하거나 신규 업체가 업계에 뛰어들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설치가 완료되는 시점이 되면 코로나19 사태 역시 종식을 맞을 수 있어서다.

현재 국내의 마스크 제조업체 수는 140여곳에 이른다. 최근 몇 년 사이 '미세먼지 특수'를 노리고 마스크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이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신생 업체가 맞닥뜨릴 수 있는 기술적 문제와 시행착오 등이 맞물린다면 모든 업체에서 마스크 생산을 안정적으로 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10년 넘게 마스크 사업을 해 왔는데 작년, 재작년 미세먼지 문제가 심해지면서 (업계에) 급하게 들어온 곳들이 있다. 원래 그렇게 많지 않았다"며 "새로 들인 장비들을 안정화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내구성이나 생산성도 그렇고 애를 많이 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하루에 몇십만개를 더 생산한다고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생산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이라며 "정부에서 애가 많이 탈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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