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사회 >

"암보험 깬 그분께"…대구 울린 기초수급자에 '핑퐁 기부'

서울 길음 주민 '코로나 고통' 대구에 119만원 성금
대구 50대 시민 "고마운 분, 전액 보상하겠다" 연락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2020-03-03 10:51 송고 | 2020-03-03 11:54 최종수정
6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지난 2월27일 성북구 길음2동 주민센터에 남긴 돈봉투(길음2동 주민센터 제공) © 뉴스1
6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지난 2월27일 성북구 길음2동 주민센터에 남긴 돈봉투(길음2동 주민센터 제공) © 뉴스1

"그 분한테 다시 보상해주고 싶다고 대구에서 전화가 왔어요. 울면서 그 분한테 너무 감사하다고 그러시네요."

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길음2동 주민센터 한지용 주무관이 걸어온 전화 목소리에서는 짙은 감동이 묻어났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60대 기초생활수급자 강모씨는 지난 2월27일 길음2동 주민센터를 찾아 118만7360원을 맡겼다. 다리가 불편해 지체장애 5급으로 판정받은 강씨는 자신의 어려운 삶을 뒤로 하고 7년간 유지하던 암보험을 해지, "코로나19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대구 시민을 위해 꼭 써달라"고 성금을 기탁했다.

이 사연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된 50대 대구시민 A씨(56)는 3일 오전 길음동 주민센터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같은 액수를 보낸다고 전화를 했다. A씨는 정확히 118만7360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그분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 주무관은 설명했다. 

한지용 주무관은 이어 "대구에서 오전에 전화가 와서 지정기탁서로 보내는 중"이라며 "그 분(강씨)이 암보험을 해약한 돈을 보상해주고 싶다는 A씨가 현재 입금 처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의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보통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서울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서울로 전해지고 있다.

홀로 생활을 하는 강씨는 성금을 내기 위해 주민센터를 3번이나 찾아야 했다. 강씨는 지난달 26, 27일 이틀동안 3차례 길음2동 주민센터를 방문, 한 주무관과 상담한 후 기부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 강씨의 기부의사를 만류했던 한지용 주무관은 "꼭 익명으로 해달라"는 강씨의 부탁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한 주무관은 "기부자는 익명으로 꼭 전해달라고 하면서 자신은 나라에서 기초수급을 받아 너무 쉽게 살고 있는데 대구를 보고 죄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들려줬다.

한 주무관은 강씨에게 "마음이 너무 아름다우신데 기부자님도 어려우시잖아요. 생각을 한번 다시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재차 말했고 강씨가 암보험을 깬 봉투를 들고 두번째로 센터를 방문했을 때도 만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씨의 의지를 끝내 막을 수는 없었다.

암 보험을 해지하고 118만원과 동전들을 봉투에 담아온 강씨. "힘들고 어려운 사태를 맞이해서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강씨의 3번째 방문에 한 주무관은 설득당했고 성금을 대구에 보냈다.


suhhyerim777@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