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토브리그'에서 열연한 배우 홍인/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스토브리그'를 통해 눈도장을 찍은 홍인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면서 존재감을 쌓은 배우다. 뮤지컬 '그리스'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 '소수의견' '밀정' '공조' '신과 함께' '돈' 등 스크린에서 활약한 데 이어 '나의 아저씨'를 시작으로 드라마 '배드파파' '스토브리그' '더 게임'을 통해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N인터뷰】①에 이어>
-그렇게 연기를 하고 작품이 쌓이는 과정에서 언제 가장 뿌듯한가.
▶음, 어머니가 기뻐하실 때다. 사실 나는 드라마라는 장르는 접한지 얼마 안 됐다. '나의 아저씨'가 첫 작품이다. 그 전에는 드라마는 안 하려고 했다. 영화만 해왔고 그 현장이 편했다. 내게 드라마는 너무 먼 매체처럼 보였다. 그런데 가족이 기뻐하는 것이 내게 크게 와닿았다. '나의 아저씨'라는 작품 이후 드라마를 해야 할까 생각이 많았다. 내가 (신)성록이와 친한데 '너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연기를 해야지, 이 업계의 사람도 너를 볼 수 있고 가족들도 너를 볼 수 있다'면서 '왜 작품을 하자고 하는데도 안 한다고 하냐. 그건 모순이다'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네가 드라마를 두려워하는 건 영화를 많이 해서 낯설기 때문인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라고 했다. 성록이의 조언과 내가 드라마를 하고 난 후 기뻐하는 어머니의 반응이 합쳐져 드라마를 한 두 편씩 하다 보니 뿌듯해졌다.
SBS '스토브리그'에서 열연한 배우 홍인/뉴스1 © News1 |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한 작품은 영화 '달콤한 인생'을 보고 나서다. 그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에 8번 넘게 본 적도 있다. 단편영화 만들면서 '달콤한 인생' 장면을 오마주한 컷을 넣기도 했다. 그 영화가 너무 좋아서 김지운 감독님, 이병헌 선배님, 촬영감독님, 무술감독님 등 나중에 이런 분들과 꼭 함께 작업하고 연기해야지 다짐했다. 그 뒤로 프로필 사진을 돌리면서 오디션을 보곤 했다. 이후 '밀정'에서 내가 존경하던 분들을 모두 다 만나게 된 거다. 그때 내 인생의 첫 목표를 이룬 기분이었다
-드라마에서 악역을 많이 맡아서, 결이 다른 역할을 맡았을 때 남다른 기분으로 연기를 준비할 것 같다.
▶영화 '돈'에서는 증권맨이었고, 지금 출연 중인 드라마 '더 게임'에서는 기자 역할이다. 소위 말하는 악역이 아니잖나. 이 역할들을 많을 땐 더 많은 레퍼런스들을 보고 캐릭터를 준비할 수 있어서 즐거운 마음이 컸다. 기자 역할을 맡을 때 '베로니카 게린' '스포트라이트' 같은 작품도 많이 보고 기자들의 습관이나 고충들을 찾아봤다. 기존 매체에서 표현한 왜곡된 부분, 연기하면서 버려야할 것들도 참고해 연기를 했다. 기자들이 통화를 할 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전화기를 어깨에 받쳐서 통화를 하더라. 그게 재미있어서 이번 연기할 때 표현해봤다. 같이 연기하는 임주환씨가 '그 장면 너무 좋았다'고 하시더라. 재미있게 봤다는 반응에 나도 기분이 좋았다.
배우 홍인/마이컴퍼니 제공 © 뉴스1 |
▶전혀 숙제가 아니다.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유가 있을 땐 연기하는 친구들과 모여서 같이 스터디도 한다. 사소한 것들도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고 준비해두면 연기하는데 많이 도움이 된다.
-'스토브리그'에서 예시가 있다면.
▶아버지(권일도/전국환 분)와 권경민(오정세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아버지가 나가면서 경민의 배를 툭 치고 가거나 옷깃을 만지는 동작을 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경준도 나가면서 아버지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한다. 경준의 입장에서 경민에게 '나는 아빠와 동급이야'라고 말해주는 거다. 그런 작은 것들도 캐릭터를 더 살려주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선생님의 연기를잘 살펴보고 경준의 것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20대 때는 카페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며 사람들을 보곤 했다. 싸우는 커플은 왜 싸우는 건지, 지하철에서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잠을 자는지 그런 것들을 관찰하곤 했다. 그것들이 내겐 연기 레퍼런스가 된 것 같다.
-오정세와의 연기호흡은 어땠나.
▶ 평소에는 내가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처음에는 선배님을 뵀는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선배님은 내가 실없는 놈처럼 보였을 것 같다. (웃음) 선배님은 내가 어떤 연기를 하든 다 받아준다. 돌발적인 표현도 유연하게 받아준다. 방송에는 안 나왔는데, 연기하면서 경준이 경민에게 문을 열라는 듯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동작을 했다. 그걸 오정세 선배가 캐치해서 받아주시더라. 아쉽게 방송에는 안 나왔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뭔가가 통하는 느낌이 들때 기쁘고 기분이 좋다.
SBS '스토브리그'에서 열연한 배우 홍인/뉴스1 © News1 |
▶빨리 도망쳐 나오는 편이다. 이 작품을 하고 있는 동안은 연기하는 인물의 기본적인 분위기는 가지고 있다. '스토브리그'하는 동안은 조금 더 게을렀고 안하무인까지는 아니어도 심드렁한 느낌이 있었다. 다른 사람과 만나는 시간도 많이 줄었다. 부부나 연인이나 오랜 시간 만나면 서로 닮지 않나. 나도 내가 표현할 인물을 만들고 그 얼굴을 계속 들여다본다. 보면 닮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본다. 그러면 신기하게 닮더라. 그렇게 가까워지면 다시 홍인으로 돌아온다.
-주변에서 말하는 홍인은 어떤 사람인가.
▶좋게 말하면 예민하다고 한다.(웃음) 나는 나를 낭만주의자라고 하고 싶다. 세상이 빨리 바뀌고 사랑에 필요한 조건들도 많아지는 게 슬프다. 사람에게, 삶에 사랑이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사랑을 사랑답게 하고 싶다. 뭔가를 주고 따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주는 것, 마음을 주고 싶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우로서 목표는.
▶책임감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맡은 친구의 인격을 존중하는 거다. 그러려면 그 인물의 삶을 책임감있게 표현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고 경력이 쌓일수록 더 책임감이 있는 배우가 되는게 나의 지향점이다.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