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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의 IT프리즘]'AI 강국' 패러다임 전환…"대통령이 관심 가져야"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2020-03-03 06:45 송고 | 2020-03-03 09:24 최종수정
이성엽 교수© 뉴스1

정부는 2019년 12월 정보기술(IT) 강국에서 인공지능(AI) 강국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AI 시대 미래 국가 비전과 전략을 담은 '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 AI 기반 지능화 경제효과 최대 455조원 창출, 삶의 질 세계 10위 달성을 목표로 삼고 3대 분야 9대 전략 100대 실행과제를 제시했다. 3대 분야는 세계를 선도하는 AI 생태계 구축,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 사람 중심의 AI 구현이다.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 2021년까지 공공 데이터를 전면 개방하고 AI 반도체 핵심 기술인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에 2029년까지 1조96억원을 투자한다. 또한 AI 분야에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로드맵을 수립해 규제를 혁신하고 ‘미래사회 법제정비단’을 발족해 법제도를 정비한다. ‘AI 활용’과 관련 국민이 어릴 때부터 쉽게 SW와 AI를 배울 수 있도록 초·중등 교육 시간을 확대한다. AI 관련 학과 신·증설을 허용하고, AI 대학원 프로그램도 다양화한다. 또 AI·SW를 교원 양성 기본 과목으로 포함시키고 공무원·군인 AI 교육도 의무화한다. ‘사람 중심 AI’ 실현을 위해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회보험을 확대하고 취업 취약계층에게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AI로 인한 윤리적 문제에 대응한다.
이런 계획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 이슈다. 누가 어떤 조직을 통하여 실제 일을 할 것인지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통령실 소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AI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2019년 2월 11일 ‘AI 분야에서의 미국의 리더십 유지’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독일의 AI 정책은 연방경제에너지부가 주도하고 있으며, 연방경제에너지부는 AI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를 디지털·혁신정책총국 내에 두고 있다. 일본은 내각부를 컨트롤 타워로 하여 총무성, 경제산업성 등 관련 부처가 협업하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AI의 범국가 위원회로 재정립해 범정부 협업 체계를 구축한다. 또 대통령 주재 전략회의를 열어 전 국민 AI 교육, 전 산업 AI 활용 등 범정부적 과제의 실행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부처 역할을 하는 방향은 긍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 몇 가지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컨트롤 타워와 관련된 것이다. 컨트롤 타워에 적절한 권한이 부여되고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여야 할 것이다. 기존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민간이 주도한다는 이상론과 달리 실제 대통령의 관심과 지지가 충분치 않은 가운데 각 부처의 협조도 부족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개발, 인력양성을 비롯한 예산이 필요한 사업에 대한 관계 당국의 협조 부족과 개인정보, 블록체인, 원격의료 등 규제혁신이 긴요한 분야에 대한 대통령실의 관심 부족이다. 향후 구성될 AI 거버넌스는 대통령실이 보다 직접적으로 지원하면서 예산, 인력을 집중하고 실행력 있는 규제와 정책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부처 간 협업의 경우에도 대통령의 강력한 조정권이 전제되지 않으면 갈등의 장기화만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둘째, 민관, 민민 협력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AI 기술은 고도의 전문성, 복잡성과 빠른 발전을 그 특징으로 하는바 민관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부, 대학, 연구기관, 산업계가 가진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고 지식,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산업계의 AI 역량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대단히 열악한 상황이다. 개별 기업만의 AI 투자로는 결코 글로벌 기업 수준을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AI 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 기업 간 역할 분담, 기업 간 공동연구가 절실하다. SK텔레콤, 삼성전자, 카카오가 ‘AI 코리아 어벤져스’라는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KT, 현대중공업, KAIST, 한양대, ETRI 등 5개 산·학·연이 ‘AI One Team’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셋째, 이해관계자 참여 시스템 마련이다. AI로 인한 영향은 전 국민에게 그리고 일상적으로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책과정에 관련 전문가, 소비자, 노동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 한다. 특히 계획수립 시 정부안 발표 이전에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종종 몇몇 전문가와 산하기관이 참여하는 비공개 작업반 운영을 통해 사실상 정책을 결정하면서 이미 완성된 안이 공개된 이후에는 피드백을 거의 수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여 인간을 뛰어넘는 고도의 판단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AI는 머지않아 인간을 위한 보조수단을 넘어서 인간을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너무나도 중요한 AI이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AI 기술경쟁력 취약, 전문인력의 부족,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 부족이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의 첫 번째 단추는 AI 거버넌스의 개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bric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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