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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빈 "연기할때 가장 절박해져"…'지푸라기'서 다시 본 이 배우(인터뷰)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0-02-25 16:55 송고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뉴스1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이하 '지푸라기')은 각 인물들의 강렬한 캐릭터와 서사로 관객들의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간다. 이를 연기로 구현한,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등 배우들의 숨막히는 열연 속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 배우가 있다. 바로 주부 미란 역의 신현빈이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각각의 평범한 인간들의 선택이 불러오는 비극 속에, 미란은 관객들이 가장 공감했던 인물 중에 한명이었다. 분명 미란의 어떤 선택이 옳았다고 할 순 없었지만, "제가 느꼈던 괴로움과 절박함을 느껴주시길 바랐다"던 신현빈은 이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완벽하게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다.

평범한 주부의 모습부터 빚으로 인해 가정폭력에 내몰린 한 여자의 모습, 그리고 희망과 절망 사이 표정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신현빈의 연기를 보는 순간은 '지푸라기'에서 가장 흥미롭고 인상적인 순간으로 남았다. "이 장면만 잘 해낼 수 있다면 정말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마음이 이 영화를 찍으면서도 몇 번이나 저를 찾아왔었다"는 고백처럼, 진심을 다해 연기에 임했다는 그다. 올해로 데뷔 10년째를 맞이한 이 배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뉴스1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이고, 미란에게는 어떤 흥미를 느끼셨나요.

▶영화의 모든 것이 강렬했고 독특했어요.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왔고요. 끈적하게 꿈틀대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이었어요. 그중 ‘미란’이 있었고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상대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미란의 모습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미란과 남편의 사연이 궁금해지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압축적으로 표현된 두 사람의 관계와 사연에 어떻게 접근해가면서 연기했나요.

▶촬영을 준비하면서 우선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영화에 드러나지 않는, 좋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나 둘의 관계가 급변한 이후에 대한 이야기들이었죠. 남편 재훈 역을 연기한 김준한 배우와도 그간의 관계성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화면에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얘기하고, 그를 바탕으로 서로가 어떤 행동들을 해도 익숙하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연기했습니다.

-미란의 선택이 잘못됐지만 그를 이해하게끔 만드는 것은 연기의 힘인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데는 배우의 어떤 노력이 있었을까요.

▶미란의 선택을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저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연기를 하면서 다른 선택지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미란의 선택을 위화감 없이 받아들인 것처럼 관객들 역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고민했고, 그러기 위해 미란이 처해있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변해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표현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괴로움과 절박함을 느껴주시길 바랐어요.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뉴스1
-진태(정가람 분)가 나타났을 때, 연희(전도연 분)가 나타났을 때 미란은 현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희망을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변화되는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었을까요.

▶절망이 일상이 되어버린 삶 속에서 희망이 보이는 순간 동요하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명확하게 보이고 싶었고, 그래서 촬영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많은 상상을 하고 막상 촬영할 때는 그 순간의 감정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그런 순간들을 잘 연결해나가기 위해 기억해두려고 했고요.

-진태의 실수로 또 다른 위기가 생겨나면서 미란의 표정이 일순간 달라지는 지점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의 본능적인 감정에 근접한 연기를 보여주는 과정은 어땠을까요.

▶어떤 표정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표현해낼 자신이 없었기에 그저 상황과 그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면 자연스레 표정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어요. 정말로 간절한 마음으로 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전화 속 상대방의 얘기를 숨죽여 집중해 들으려고 했어요. 그 장면에서는 진태 역의 정가람 배우가 본인 촬영도 없는 날인데 직접 통화로 연기를 해줘서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김준한 정가람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요. 폭력신이나 노출신 등 상대배우와 많은 소통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어떻게 부담감을 이겨내며 호흡했나요.

▶두 배우 모두 전작에서 함께 연기했던 경험이 있고 친분이 있다보니 힘들고 어려운 장면들도 함께 잘 만들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촬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장면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죠. 제가 미란 캐릭터의 상황이나 감정에 최대한 집중해서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두 분이 배려해준 덕분에 쉽지 않은 장면들도 비교적 편안하고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두 배우에게도 말한 적이 있지만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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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배우와의 호흡도 돋보였습니다. 두 여성 배우의 시너지가 돋보일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은데, 선배 전도연과의 연기를 어떻게 보여주고 싶었는지요.

▶어떻게 보여주고 싶었다기보다는 영화의 구조적으로 미란과 연희가 연결되는 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연희에 대한 미란의 감정선과 둘의 관계 변화가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지기를 바랐습니다. 미란이 연희에게 바통을 넘기고 연희가 영화의 끝으로 달려가는 구조 안에서 제가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한 고민 역시 크게 다가왔었죠.

-가까이에서 본 전도연 선배는 어땠나요.

▶미란이 연희에게 의지했던 것처럼 실제의 저도 선배에게 많이 의지했어요.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셔서인지 제가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배려해주셨죠. 감사한 마음이 크고 동시에 저도 더 치열하게 잘 해내야겠다는 좋은 자극이 됐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신인감독과 작업하며 이전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있었을까요.

▶캐스팅이 되고 나서부터 촬영이 시작되기 전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요. 여러 인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보니 미란 캐릭터는 물론, 미란이 가지는 영화 전체에서의 균형에 대해 많이 고민했는데, 캐릭터 간의 관계성부터 완결성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를 나눴고, 감독님께서는 저의 생각을 믿고 귀 기울여 주셨어요. 그런 믿음 속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었고 집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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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배우 생활을 하면서 심정적으로 미란의 상황에 가까운 감정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지요.

▶순간순간 그런 감정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지 않는 순간에 만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연기를 하며 그런 감정을 맞닥뜨릴 때면 짧은 순간에도 가장 절박해지는 것 같아요. 이 장면만 잘 해낼 수 있다면 정말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마음이 이 영화를 찍으면서도 몇 번이나 저를 찾아왔었고요.

-2010년에 데뷔해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배우 신현빈에게 연기란, 그리고 연기의 매력과 도전의 원동력을 말씀해주세요.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언젠가 알게 되는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이렇게 저를 궁금하게 하고 기대하게 하고 괴롭게 하고 기쁘게도 하는 일,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일이 연기 말고는 없어서 저는 계속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과 그걸 새롭게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그런 저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기존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 미란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연기에 대해 새롭게 느낀 바가 있을까요? 또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까요.

▶저에게 미란은 오히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관객의 예상을 빗겨나가며 혼란을 만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이 납득될 수 있어야 했기에 저에게도 큰 도전이었고 자극이었던 작품입니다. 많이 괴롭고 외로운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함께한 상대 배우들과 현장의 사람들 덕분에 혼자라고 느끼지 않았던 감사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 영화에서 미란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셨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가요?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요.

▶영화가 재미있다는 평이 가장 듣고 싶어요. 더불어, '미란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그게 배우에게 가장 큰 칭찬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맡은 인물 그 자체로 보일 수 있는 배우이고 싶고 그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더욱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연기해나가고 싶어요.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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