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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00℃] '사랑의 불시착' 표치수에게 보내는 편지

남한을 겪은 북한 군인의 변화, 그에 대한 단상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2020-02-22 09:00 송고
편집자주 [북한 100℃]는 대중문화·스포츠·과학·경제 등 비정치적인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접점을 찾는 코너입니다. 뉴스1 북한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관점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사랑의 불시착' 캡처 © 뉴스1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끝났습니다. 이제 이 드라마를 소재로 칼럼을 쓰는 것도 끝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나는 이 드라마에 나오는 북한군 표치수(양경원)를 흥미롭게 관찰했습니다. 그는 북한에 불시착한 남한 재벌 윤세리(손예진)에게 가장 까칠했던 인물입니다. 남한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될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북한 사람을 만난다면, 아마 대부분 표치수 같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표치수는 ‘입체적 인물’입니다. 남한에 대한 적개심이 깊었던 그는, 북한으로 돌아가고 나서 “감자는 역시 감튀(감자튀김)지”라는 말을 할 정도로 남잘알(남한을 잘 아는 사람)이 돼 있었습니다. 이유 없이 미워했던 윤세리도 그 곳에서는 중대원 누구보다도 그리워합니다. 표치수는 확실히 남한에 와보기 전과 후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랑의 불시착을 떠나보내며, 그런 표치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 편지 형식을 빌립니다. 편의상 그를 ‘동무’라고 부르겠습니다.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방영 모습.(충주시 제공).2020.01.06/© 뉴스1


표치수 동무, 일단 진급을 축하합니다. 리정혁(현빈) 중대장이 얼마 전 소환제대(상부의 결정에 따라 제대)해 동무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지요? 어찌 그리 잘 아느냐며 놀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내 표치수 동무를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우리에 대해 지독한 오해를 품고 있는 것이나 불쑥 불쑥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이, 처음엔 나와 닮은 것 같아 관심이 갔지요. 나도 그랬거든요. 늦은 감이 있지만 내 소개를 하겠습니다. 나는 ‘북한팀’에 소속된 대한민국 기자입니다. 기자는 현장에 가야되는데 내 담당인 북한은  직접 가볼 수 없어 힘듭니다. 여기 사는 북쪽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거나 매일 아침 노동신문을 읽지만 직접 현장에 가보는 것만은 못합니다. 

나도 북한에 대해 지독한 오해를 품고 있었습니다. 불쑥 불쑥 적개심이 올라오기도 했었죠.  남북이 갈라진 이후 줄곧 등을 지고 살았으니 감정이 좋을 리 있겠습니까. 북한을 공부하기 전에는 적개심의 크기도 더 컸습니다. 남한은 인터넷 속도가 빠르고 정보도 넘쳐나지만 북한에 대한 정보는 적고 제한적입니다. 확인되지 않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사실들도 많지요. 오해가 생겨도 대화는 안하고 등만 지고 있었으니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겠습니다.

그래도 표치수 동무는 우리에 대한 오해가 풀린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남한에 직접 와보니 그게 후라이(거짓말)가 아니란 건 알겠지요? 우리는 발바리차(택시)가 16차선 도로를 꽉 채우고 있습니다. 도로는 아주 매끈하게 정비돼 있고 자동차는 항상 많습니다. “남조선엔 발바리차가 없지?” “이것들이 우리 오는 걸 알고 도로에 차까느라 고생 좀 했갔구나”라는 동무의 말은 솔직히 좀 황당했습니다. 정말 우리를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물론 나도 황당한 질문을 안 할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아직 북한에 대해 모르는 게 많습니다. 나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취재 때문에 북한에 딱 한 번 가봤습니다. 머무른 기간이 고작 2박 3일이었으니 북한에 대한 오해와 의구심을 풀기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분단의 비극으로 헤어진 가족들을 실제로 보니 마음이 더 뭉클했던 게 사실입니다. 듣기만 하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참 많은 차이가 있더군요. 한 번 하고 끝나는 행사가 아니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표치수 동무, 남북 군인 체육대회 덕분에 남한에 올 수 있었지요? 남북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로 오갔고, 정상회담도 3번이나 했습니다. 지금은 다시 분위기가 바뀌어 그런 만남이 언제 다시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함께, 평화롭게 공존해야 합니다. 나는 서로를 모르거나 잘못 안 채로 미워하기보다는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먼저라고 봅니다. 북한 체제를 옹호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나는 우리 국민들에게 북한을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애쓸 겁니다.

표치수 동무, 북으로 돌아가 중대원들과 감자를 먹으면서 ‘감튀’를 그리워한 걸 알고 있습니다. 감튀가 한 번 맛보면 끊을 수 없는 맛이긴 하지요. 우리가 또 만나는 날이 온다면 내가 거하게 대접하겠습니다. 동무도 그날을 조금은 기다려주면 좋겠습니다.


sseo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