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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번아웃' 판정 받았지만 '기생충' 찍고 싶었다"(일문일답)

"오스카 레이스 인터뷰만 600번…행복한 마무리 기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2020-02-20 06:00 송고 | 2020-02-20 08:40 최종수정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 9일(현지 시간) 한국 영화 최초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65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2020.2.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달변가 봉준호 감독의 입담은 '번아웃'이 된 상황에서도 빛났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진행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기자회견에서 500여명 취재진 앞에 앉은 봉 감독은 특유의 재치있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후일담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특히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소감 당시 남다른 존경심을 드러냈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보여준 이후 반응, '기생충'을 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반응, 구상 중인 두 편의 차기작, HBO 드라마 등에 대한 이야기는 달변가 봉 감독의 입을 통해 전달되며 듣는 이들의 흥미를 끌어올렸다. 세계적 거장으로 금의환향한 봉 감독과 취재진의 이야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금의환향해 기자회견을 하게 된 소감을 말해달라.

▶아까 말씀하셨지만 여기서 제작발표회 한지 1년이 돼가려고 한다. 그만큼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갖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마침내 여기 오게 돼서 기쁘다. 이른 시간에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기분이 묘하다.

-'기생충'의 수상 과정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은 로컬 시상식이라고 말한 것이 아카데미를 도발했다는 분석도 있는데.

▶나는 오스카 캠페인이 처음인데 무슨 도발씩이나 하겠나. 질문 내용이 영화제 성격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고, 칸과 베를린, 베니스는 국제영화제고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이라고 비교하다가 나온 말이다. 그걸 미국 젊은 분들이 트위터에 많이 올렸나 보다. 내가 전략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하는 '오스카 레이스'가 있다는 것이 '기생충'을 통해 알려졌다.

▶후보에 오른 모든 영화들이 오스카 캠페인을 열심히 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북미 배급사 네온(NEON)이라는 회사가 중소배급사로 생긴지가 얼마 안 됐다. CEO 톰 퀸은 나와 오래 같이 해온 분이긴 했다. 게릴라 전이라고 할까, 거대 스튜디오나 넷플릭스에 비하면 거기 못 미치는 예산으로 열정으로 뛰면서 했다. 그 말인 즉슨, 나와 (송)강호 선배님이 코피 흘릴 일이 많았다는 거다. 실제로 코피 흘린 +적이 있고 열정으로 메꿨다. 인터뷰가 600개, Q&A가 100회 이상이었다.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의 아이디어들을 활용했다. 다른 경쟁작들의 경우를 보면 LA 시내 거대한 광고판이 있고 TV에서 전면 광고가 나오는 등 물량 공세를 하는데 우리는 아이디어와 네온 CJ, 바른손, 배우들이 똘똘 뭉쳐서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하며 열심히 했다. 한때 그런 생각도 했다. 나뿐 아니라 노아 바움백 감독이나 토드 필립스, 쿠엔틴 타란티노까지 바쁜 창작자들이 창작 일선에 벗어나 많은 시간을 들여 캠페인을 하고 스튜디오가 이렇게 많은 예산을 쓰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한 적도 있다. 반대로는 이렇게 작품들을 밀도 있고 깊이 있게 검증하는구나, 어떤 작품이 뛰어나고 어떤 사람이 참여하고 어떤 생각으로 영화를 만드는지 점검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겠더라. 5~6개월을 오스카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거니까, 오랜 전통을 가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됐다.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65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2020.2.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65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2020.2.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괴물'이나 '설국열차' 등 전작들을 통해서도 빈부격차를 다뤘다. '기생충'이 처음 다룬 게 아닌데 왜 전세계적으로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이 나온 것 같은가.

▶'괴물' 때는 '괴물'이 한강변을 뛰고 '설국열차'는 미래의 기차가 나온다. SF적인 게 많았다. 이번 것은 동시대적 얘기고 우리 이웃에서 볼 수 있는 얘기를 배우들이 실감나게 표현했다. 우리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 분위기와 톤의 영화여서 그것이 폭발력을 갖게 된 게 아닐까 스스로 짐작해봤다.

-두 편의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고 알려졌다. 두 편의 작품도 '기생충'의 주제의식을 잇는 내용이 될까.(봉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두 편의 차기작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재앙을 다룬 호러 액션 영화 1편과 2016년 런던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어 영화 1편이다.)

▶두 편의 작품이 몇년 전부터 준비하던 거였다. '기생충'이 어떤 반응을 얻고, 결과를 얻은 것과는 관련이 없다. 평소 하던대로 준비하던 것이다. '기생충'도 배우, 제작사 모두 평소 우리가 하던대로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한 영화고, 예기치 못한 결과나 목표를 정하고 한 게 아니다. 평소대로 완성도 있는 영화를 정성스럽게 만들자는 마음으로 했고, 그 기조가 계속 유지된다고 보면 된다. 별 특별한 점은 없다. 이전부터 준비한 두개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언급한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소감이 크게 화제가 됐다. 또 개그맨 유세윤과 문세윤이 수상 소감 패러디도 화제가 됐는데.

▶유세윤씨는 천재적인 것 같다. 존경한다. 문세윤씨도 최고의 엔터테이너이신 것 같다.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편지 보냈다. 몇 시간 전에 그 편지를 읽었는데 나로서는 영광이었다. 나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편지라 내용 (모두) 내보이는 건 실례인 것 같다. '그동안 수고했고 쉬라, 대신 조금만 쉬어라, 나도 그렇고 다들 차기작을 기다리니 조금만 쉬고 빨리 일하라'고 편지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기뻤다.

-'번아웃 증후군'이 생겼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이미 2017년에 '옥자'가 끝났을 때 '번아웃 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기생충'이 찍고 싶어서 없는 기세와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작품을 찍었고, 촬영 기간보다 긴 오스카 캠페인을 소화했고, 오늘 여러분과 얘기하고 있으니 마침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끝나는구나 싶다. 곽 대표와도 '기생충'을 처음 얘기한 게 2015년 초로 올라간다. 거슬러 가면 긴 세월인데 행복한 마무리가 돼서 기쁘다. 내가 노동을 정말 많이 하는 사람인 것은 사실이다. 일을 많이 했다. 쉬어볼까, 생각도 있는데 스코세이지 감독이 쉬지 말라고 하셔서…

-'기생충: 흑백판'도 곧 개봉한다. 관객들에 흑백판의 관전포인트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마더' 때도 흑백 버전을 만든 적이 있다. 거창한 의도라기 보다는 고전 영화나 옛 클래식 영화들에 대한 동경에 대한 소위 로망이 있어서다. 세상 모든 영화가 흑백이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만약 1930년대 살고 있고 흑백으로 찍으면 어땠을까 하는 영화적 호기심이 있다. 영화 매니아라면 그런 관심이 있을 것 같다. '마더' 때도 그런 작업을 했고 이번에도 홍경표 감독과 의논해 흑백 버전을 만들었고 2번을 봤다.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봤다. 컬러가 사라진 것인데 이런 저런 다른 느낌이 있다. 뭐라고 미리 선입견을 갖게 말하고 싶지 않다. 로테르담에서 어떤 관객들이 흑백으로 보니까 화면에서 더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하더라. 무슨 소린지 저도 약간 궁금했다. 그 의미를 생각해 보고 '마더' 때도 그랬지만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연기, 섬세한 디테일이나 뉘앙스를 훨씬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알록달록한 컬러가 사라져서 배우들의 눈빛에 집중하는 측면이 있더라. 느낌을 미리 나열하기 보다 보시면서 보면 재밌는 체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길에 많은 생각을 정리했을 것 같다. 어떤 생각을 했나.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방전돼 간신히 기내식을 먹고 10시간을 계속 잤다. 착륙 방송에 눈을 뜨고 생각을 정리하고 시적인 문구를 남겼어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전혀 없었다.
배우 송강호(왼쪽 위 시계방향부터), 봉준호 감독, 한진원 작가, 배우 이정은, 조여정,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배우 박소담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 9일(현지 시간) 한국 영화 최초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65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2020.2.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배우 송강호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 9일(현지 시간) 한국 영화 최초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65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2020.2.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HBO '기생충' 드라마의 방향성 등에 대해 얘기해달라.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연출하실 감독님들은 차차 찾게 될 것이다. '빅쇼트' '바이스'를 하신 아담 맥케이 감독님이 작가로 참여한다. 몇 차례 얘기도 나눴다. '기생충'의 애초 주제의식과 동시대 빈부 격차에 대해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블랙 코미디와 범죄 드라마로 깊게 파고 들어갈 것 같다. '리미티드 시리즈'라는 명칭을 쓰더라. 시즌 1,2,3,4로 가는 게 아니라 '체르노빌'처럼 5편에서 6편 밀도 높은 TV 시리즈를 내려고 한다. 마크 러팔로, 틸다 스윈튼이 언급되는 것은 이르고 공식적인 사안은 아니다. 아담 맥케이와 초기 얘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이다. 이야기 방향과 구조들을 논의하고 있는 시작 단계다. 금년 5월에 '설국열차' TV 시리즈가 나오는데, 2013년, 2014년부터 준비했던 것이다. 5년 만에 방송되는 것을 보면 '기생충'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그만큼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외신 기자 질문) '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고 있지만 한국 관객들이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최성재씨(통역 샤론 최)가 없는 상황에서 영어 질문을 듣게 돼서 순간적으로 당황했다.(웃음) 자주 들은 질문이다. 도발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만들려고 하는 스토리 본질이랄까 그런 것을 외면하는 것이 싫었다. 스토리가 가진 우스꽝스럽고 코미디적인 면이 있지만 빈부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씁쓸한 면도 있다. 이 영화는 이 영화다. 처음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그런 부분을 정면돌파 해야 하는 영화고 그러려고 만들었다. 관객들이 어쩌면 그 부분을 불편하고 싫어할 수 있지만 그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영화에 당의정을 입혀서, 달콤한 장식, 데코레이션을 하면서 영화를 끌고 가고 싶지 않았다. 솔직하게 그리려고 했던 게 대중적인 측면에서 위험해 보일 수 있어도 편집할 때도 마무리 할 때도 그렇게 생각했다. 다행히 1000만 이상 관객들이 호응했고 프랑스, 베트남에서 일본, 영국에서 오스카 후광과 상관없이 후보 지명 전에 이미 25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외국어 영화로 역대급 기록을 하고 있었고 여러 나라에서 호응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부분이 기뻤고 수상 여부를 떠나서 동시대 많은 관객들이 호응해 준 게 되짚어보면 가장 큰 의미고 기쁨이다.

왜 그렇게 호응을 여러 나라에서 해줬는지 시간적 거리 두고 분석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이 나의 업무는 아닌 것 같다. 나는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서 뚜벅뚜벅 그 길을 걸어가야 할 것 같다. 기자, 평론가, 관객들이 왜 그랬을까, 세계적인 호응을 받았을까 평가하고 나야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다음 작품 시나리오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는 게 영화 산업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배우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 9일(현지 시간) 한국 영화 최초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65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2020.2.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오른쪽)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 9일(현지 시간) 한국 영화 최초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65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2020.2.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65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2020.2.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포스트 봉준호 법'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일부 정치권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생가를 보존하거나 동상을 건립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나도 기사를 봤는데 동상이라는 생각, 그런 얘기는 내가 죽은 후에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이 다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그런 기사들은 넘겼다. 그걸 갖고 내가 딱히 어떻게 할 말이 없다. 해외에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한국 영화 산업의 특유의 활기,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뭐고 한국 영화 산업의 활력과 장점, 우려되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플란다스의 개' 때 얘기를 많이 한다. '요즘 신인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 시나리오를, '기생충'과 토씨 하나 똑같은 시나리오로 가져왔을 때 투자받고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냉정하게 해봤을 때, 1999년에 데뷔했는데 한국산업이 20여년간 눈부신 발전이 있었고 그렇지만 동시에 젊은 감독들이 이상한 작품,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에는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재능있는 친구들이 산업으로 흡수되기 보다 독립영화로 만드는, 독립영화와 산업의 메인 스트림이 평행선을 이루는 그런 부분이 안타깝다'하는 얘기를 많이 했다.

2000년대 초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을 찍은 당시에는 독립 영화와 메인 스트림 영화가 서로간의 상호 침투, 좋은 의미에서의 다이내믹한 충돌이 있었다. 그런 활력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80년대, 90년대 홍콩 영화 산업이 어떻게 쇠퇴했는지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런 길을 걷지 않으려면 지금 한국에 많은 산업이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영화가 갖고 있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고, 더 도전적인 이야기를 산업이 더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나오는 여러 훌륭한 독립영화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워낙 많은 재능들이 이곳저곳에서 꽃 피고 있어서 결국에는 산업과의 좋은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은 자막의 힘도 컸다.

▶자막은 평소 하던대로 열심히 했다. 달시 파켓이 '플란다스의 개'부터 모든 작품을 같이 했다. 서로 일한 패턴이 있다. 본인이 한국말을 잘하는 미국인이고 부인이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이라 상호작용이 좋다. 매 장면 대사의 맥락을 잘 짚어준다. 박서준이 '수석이 2층 어디에 있다'고 하는 대사는 은근히 부자라는 걸 드러낸다. 그 단어를 어떻게 써야한다고 얘기해주고, 대만 카스테라를 순간적으로 맥락 전달이 힘들지만, 직관적으로 이해되게 해줬다. '짜파구리'도 번역이 어려웠지만 만들어줬고, 최우식 박소담이 남매지만 한다리 건너 아는 선후배인 척을 할 때 뉘앙스를 영어로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 최대한 맥락 짚어주고…최대의 표현을 달시 파켓 부부가 찾아냈다. 이미 '살인의 추억' 때 '밥은 먹고 다니냐'는 인류 최대의 난제를 해결한 분이라서 자신감을 갖고 작업에 임했다.  
배우 조여정과 이정은(오른쪽)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 9일(현지 시간) 한국 영화 최초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65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2020.2.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정은은 한국에서, 조여정은 미국에서 관객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준다면.

▶이정은도 미국에서 엄청 화제가 됐다. '오리지날 하우스키퍼가 누구냐'고 묻더라. '그녀가 늦은 밤 벨을 누르는 순간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새그'(SAG, 미국배우조합상, Screen Actors Guild Awards) 입장할 때 시상식장 들어가는 과정이 길고 복잡한데 톰 행크스 부부를 봤다. 송강호 이선균 뿐 아니라 이정은을 보고 아주 반가워하면서 영화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 LA 길에서 쿠엔틴 타란티노를 봤는데 그저께 극장에서 '기생충' 봤다면서 20분을 이야기 했는데 10여분을 조여정에 대해서 캐릭터에 대해서 얘기하더라. 하루 내내 그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 연기와 캐릭터가 인상적이어서 '새그' 앙상블상에서 입증됐듯이 전체 배우가 균형이맞았고, 빠지는 것이 없었고 미국 배우들의 열렬한 지지가 있었다. 아카데미 작품상 투표에도 배우들의 투표가 큰 비중을 차지해서 작품상 1등 공신이 앙상블을 보여준 우리 배우들, 그것을 지지해준 미국 배우협회 배우들이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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