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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기침·발열 없어도…입맛 없고 힘 빠지면 감염 의심"

"의심증상 없던 29번 환자, 비전형 폐렴…세심한 관찰 필요"
"고령자, 오인 가능성…의심되면 마스크 착용 선별진료소로"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2020-02-18 06:03 송고 | 2020-02-18 09:09 최종수정
© News1 오장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째 확진자(82·남)가 나오면서 보건당국은 바이러스 확산 우려의 고삐를 다시 바짝 당기게 됐다. 29번 환자의 감염경로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데다 그와 그의 아내인 30번 환자(68·여) 모두 폐렴을 의심할 만한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침·가래나 고열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폐렴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의심하지 못하고 동네 의원과 종합병원 등을 여러 곳 돌아다녔다. 보건당국이 파악한 29번 환자의 접촉자는 114명에 이른다.

호흡기 분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증상은 환자에 따라 차이가 있고,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일반적인 폐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노년층에게서 전형적인 폐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증상 다양…고령자는 흉통으로 심근경색 오인 가능"

일반적으로 알려진 폐렴 증상은 기침이나 객담, 고열 등이다. 29번 환자는 마른 기침 증세를 보였을 뿐 폐렴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그는 가슴 쪽에 답답함을 호소하며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엑스레이 검사에서 폐렴이 발견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재열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은 세균성 폐렴과 달리 전형적인 증상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고령자에게는 이렇게 '비(非)전형 폐렴'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은데, 29번 환자는 이 두 가지 요인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비전형 폐렴은 가래가 없이 마른 기침이 나거나 미열이 나는 경우가 있고, 따라서 엑스레이 등으로 사진을 찍지 않으면 진단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29번 환자가 흉통을 호소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폐렴이 폐 바깥쪽 늑막 근처에 생긴다면 늑막이 자극되면서 흉통이 생길 수 있고, 고령자의 경우에는 이를 심근경색이나 다른 병증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9번 환자는) 가슴통증으로 다른 진료를 보려다가 폐렴이 발견된 운이 좋은 사례"라며 "코로나19의 경우 아직 (증상) 정립이 되지 않았고, 증상이 거의 없는 사람부터 심한 사람까지 분포가 다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노인일수록 비(非)전형폐렴 가능성 높아…입맛 없어도 의심을"

전문가들은 노년층일수록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비전형 폐렴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도 조언했다. 또 노인들은 폐렴에 걸려도 기침이나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니 상태를 더욱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고령인 경우는 말이 없어지거나 식사를 못해 병원을 찾았다가 폐렴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육안으로 뚜렷한 소견이 없어도 평소와 다르다고 하면 빨리 선별진료소를 찾는 것이 좋고, 주변인들이 더 세심하게 관찰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교수도 노인의 폐렴 감염에 대해 "노인 폐렴은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게 특징이고, 노인들일수록 표현을 잘 하지 못해 더욱 폐렴에 취약하다"며 "발열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식욕부진이 심하거나 전신쇠약이 나타나면 폐렴을 의심하고 엑스레이를 찍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발열이란 밖에서 들어온 항원과 싸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인데, 노인은 면역이 약해 폐렴이나 패혈증에 걸려도 열이 안 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노인들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이 아니어도 폐렴만으로 가슴이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입맛이 없다고 하거나 식사를 잘 하지 못하는 증상만 있어도 폐렴의 징조일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역질이나 설사, 배탈 등의 증상도 함께 나타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 News1 

◇"노년층 세심하게 살펴야…감염 예방수칙도 철저히 준수"

노년층이 이 같은 증상을 보일 경우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됐다. 29번 환자는 특히 노인들을 상대로 봉사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환자가 거주한 서울 종로구 숭인1동 일대 노인들에 대해서는 보건당국이 더욱 각별한 관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수는 "결국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숙면을 취하고, 외출을 할 때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에는 손씻기와 양치질 등 개인 위생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도 "노인의 경우 전형적인 폐렴 증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폐렴 가능성을 의심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다만 병원을 찾을 경우 최소 KF80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선별진료소부터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29번 환자와 30번 환자는 해외여행력이 없고 현재까지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정황이 없어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인 상태다. 보건당국은 감염원 파악을 위해 두 환자의 발병시점부터 14일 이전까지 기간 행적에 초점을 두고 있다. 29번 환자의 상태는 현재까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29번째 확진환자(82·남)가 종로구민으로 밝혀진 16일 확진자의 숭인동 자택 인근에서 방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0.2.16/뉴스1 © News1 한유주 기자



kays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