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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고발하라" 역풍 민주당, 임미리 교수 고발 취하(종합)

민주당, "고발 과도했고 유감. 그러나 정치적 목적 있다 판단했던 것"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이우연 기자, 이균진 기자 | 2020-02-14 10:47 송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야당이 선거철을 앞두고 대통령 탄핵 등 도를 넘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2.1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쓴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고 14일 밝혔다. 야당 등 보수진영의 비판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반발이 거세지자 서둘러 사태를 봉합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진심어린 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5일 자당에 비판적인 내용의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해당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정당이 언론의 칼럼을 문제삼아 필자와 언론 관계자를 고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선거를 앞두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집권여당이 언론의 칼럼에까지 간섭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비판이 시민사회와 지식인층,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터져나오자 민주당은 고발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만에 고발을 취하했다.

민주당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은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게재됐다. 칼럼 내용을 보면 임 교수는 조국 법무부장관 사태과 촛불 민심 등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은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조국)에게 있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썼다.

고발 취하 결정이 이뤄진 이날 오전까지 민주당 지도부의 관련 발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사과하거나 언급하지 않고, 대신 민주당 공보국을 통해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고발 취하를 알려왔다.

민주당은 고발조치에 대해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임 교수의 이력을 거론했다.

민주당 측은 "임미리 교수는 안철수의 싱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는 '#민주당만빼고' 해시태그와 함께 민주당을 비판하는 "나도 고발하라"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엽고 슬프다.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 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 지난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 권력을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며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말자. 나도 임 교수와 같이 고발당하겠다"고 격분했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힘 있는 집권 여당이 표현의 자유와 국민 알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가 보호한다는 말인가"라며 고발 취하를 촉구했다. 진보 성향의 누리꾼들은 임 교수에 공개지지를 보내면서 "나도 고발하라"는 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

야권도 맹공을 퍼부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언론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독재적 행태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름에만 민주가 들어있지 행태는 반민주적"이라며 "파문이 커지고 비판여론이 커지자 민주당 고위인사가 고발을 취소하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고 말했다.

사태가 심상치않자 언론인 출신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전날 오후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임 교수 고발을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지지자 이탈로 이어질 조짐에 민주당 의원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며 항상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가치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적었다.

같은날 홍의락 의원 역시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어쩌다가 이렇게 임 교수의 작은 핀잔도 못 견디고 듣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며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심은 민주당을 자유한국당과 비교하지 않는다. 민주당에게 온전하고 겸손하기를 원한다"며 "한국당에는 요구하는 게 없다. 그런데도 이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민주당 지도부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seei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