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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00℃] "진짜 현빈 같은 북한 군인이 있나요?"

'사랑의 불시착'이 묻고 답하는 '티키타카'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2020-01-25 08:00 송고 | 2020-01-25 10:49 최종수정
편집자주 [북한 100℃]는 대중문화·스포츠·과학·경제 등 비정치적인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접점을 찾는 코너입니다. 뉴스1 북한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관점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사랑의 불시착 갈무리(tvN) 2020.01.25./© 뉴스1

"'사랑의 불시착' 봤어? 진짜 현빈 같은 북한 군인이 있어?"

요즘 지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여기서 '사랑의 불시착'은 패러글라이딩을 타다 돌풍을 만나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 분)와 그를 숨기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 분)의 이야기(tvN 드라마)다. "북한에도 현빈 같은 군인이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나도 모른다.

나는 딱 한 번, 2018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취재를 위해 북한을 가봤다. 북미 정상회담 취재차 싱가포르를 갔을 때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이동하는 '1호(김정은 국무위원장)'를 먼발치서 보기도 했다. 내가 본 북한은 그게 전부다. 가족과 헤어지기 아쉬워 눈물을 흘리던 어르신들과 어깨가 헐거운 옷을 입고 1호를 지키던 경호원, 한복을 입고 음식을 나르던 봉사원 동무들...  

주민들이 집에서 탈맥(탈피 명태와 맥주)을 즐기며 수다를 떨고, 김장철엔 다 같이 모여 고무장갑 없이 맨손으로 '김장 전투'를 벌이고. 기차가 연착되는 13~14시간 동안 '메뚜기 장사꾼'들이 몰려와 물건을 판매하는, 이런 북한까지는 알지 못한다. 모르면 질문도 못한다고,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나는 북한에 탈맥이 있는지, 김장 전투가 있는지, 메뚜기 장사꾼이 있는지 의문조차 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는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직접 답을 하기도 한다. 탈북민들이 직접 드라마를 리뷰한 영상은 조회수도 꽤 높고 인기가 많다. 단순한 감상평부터 '팩트 체크'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북한에서 리정혁의 아버지인 총정치국장의 서열은 몇 위인가. 대남 특수 임무를 담당하는 '11과 대상'이라는 게 진짜 있는가. 이런 질문들도 관심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전엔 탈북민들의 이야기 소재들은 거의 비슷했다. 탈북 루트는 무엇이 있는지, 탈북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남한과 북한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같은 것들이다. 어쩌면 우리가 이들에게 궁금한 것이 딱 그 정도였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한 탈북민 유튜버는 남한에 왔을 때 "북한 사람들은 머리에 뿔이 달렸다던데 너도 있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북한 사람들은 머리에 뿔이 달렸다'라고 해도 믿을 근거도, 믿지 않을 근거도 없었던 것이다.

물론 몇몇 장면은 논란의 소지도 있다. 대도시 평양마저도 정전이 일상이고, 기차도 연착되면 13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열악한 곳이지만 주민들이 대체로 따뜻하게 묘사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적인 북한을 너무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거다. 북한에 불시착한 '애미나이'를 다시 돌려보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지키는 리정혁과 그의 부하들, 윤세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선가 나타는 '북벤저스' 언니들도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팩트 체크'라는 과제가 남았지만, 이번 계기로 북한에 대한 질문이 다양해진 것은 좋은 변화라고 본다. 나도 북한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이 드라마를 보면서 새삼 느꼈다. 윤세리 대신 총을 맞은 리정혁을 치료할 만한 병원이 북한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예체능을 가르치기 위해 자식을 스위스로 유학 보내는 가정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리정혁은 응급수술을 받고 잘 살아났고, 윤세리와는 스위스에서 만난 적도 있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다"라는 진리를 유독 북한에 대해서는 허용하지 않았던 거다.

고정관념은 남북을 가리지 않는다. 10화 에필로그에는 총정치국장의 명령으로 '남북 군인 체육대회' 참가자로 위장해 남한 땅을 밟는 리정혁 부하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때 부하 중 한 명인 표치수(양경원 분)는 창밖을 보며 "이것들이 우리 오는 걸 알고 도로에 차까느라 고생 좀 했갔구나"라고 말한다. 남한에 차가 많은 것이 연출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북한 사람들이 진짜 저렇게 생각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북한 사람들은 뿔이 달렸대"라는 대사가 나온다면, 그것을 본 북한 사람들도 "남한 사람들이 진짜로 저렇게 생각할까?"라고 반문했을 것 같다.

이 드라마에서는 리정혁과 윤세리의 러브스토리만큼이나 윤세리, 표치수의 티키타카도 '신 스틸러'다. 티키타카(tiqui-taca)는 본래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뜻하는 말인데, 요즘은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조개 불고기'를 안주 삼아 술이 거나하게 취한 윤세리와 표치수가 끝말잇기를 시작한다.

"발바리 차."(치수)
"그건 뭐야."(세리)
"(비웃으며) 뭐네 남조선은 발바리 차 없네?"
"아 택시? 야 16차선 도로가 택시로 가득 찬 게 서울이야."
"후라이(거짓말) 많이 까보라우 내가 믿나."

우리도 이 드라마와 티키타카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북한엔 이런 것도 있어", "에이 진짜 그렇다고?" 나는 이 드라마가 던지는 화두를 우리가 다시 한번 받아치고, 또 질문을 던지고 드라마가 다시 답하는 티키타카가 이어졌으면 한다.


seojiba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