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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억의 여자' 정웅인 "강한 악역, 처음엔 출연 거절"(인터뷰)

[N인터뷰]①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020-01-24 07:00 송고 | 2020-01-24 09:03 최종수정
KBS 2TV '99억의 여자' © 뉴스1
배우 정웅인은 KBS 2TV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극본 한지훈, 연출 김영조) 확신의 신 스틸러였다. 극에서 정서연(조여정 분)의 남편 홍인표로 등장한 그는 아내를 향한 삐뚤어진 애정, 광기 어린 집착을 보이며 갈등의 한 축을 담당했다. '찐 사이코패스' 같은 그의 연기가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홍인표가 등장하는 신은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그는 마지막까지 '99억의 여자'에 긴장감을 주며 제 몫을 훌륭히 해냈다.

정웅인은 홍인표로 '악역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처음엔 너무 강렬하고 자극적인 캐릭터 설정 때문에 출연 자체를 고민했다고. 하지만 정웅인은 이미지 관리보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에 더 마음이 끌렸고, 살벌하게 홍인표를 연기했다. 덕분에 '2019 KBS 연기대상'에서 상까지 받으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동료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를 받아줘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며, '99억의 여자' 출연진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올해 정웅인은 50대가 됐다. 불혹에서 지천명으로 넘어간 요즘의 고민은 '꼰대 되지 않기'라고. 후배들을 존중해주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그다. 타성에 젖어 나태해지지 않고, 항상 기대감을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 많은 배우' 정웅인을 23일 뉴스1이 만났다.
KBS 2TV '99억의 여자' © 뉴스1
- '99억의 여자'가 종영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 첫 대본 리딩을 할 때 '지상파를 살려보겠습니다'라고 호기롭게 말했는데, 그 사이 '동백꽃 필 무렵'이 그렇게 잘될 줄 몰랐다.(웃음) 우리 드라마도 바통을 이어받아 좋은 결과를 낸 거 같아 뿌듯하다. 한 스태프 분이 '웅인씨 그 인사 덕분에 우리 드라마도 잘된 거 같다'고 말씀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또 이번 작품을 통해 여정이, 강우, 나라, 지훈, 현민, 현철이 형을 비롯한 좋은 배우들을 만나서 감사하다. 감독님, 작가님도 너무 고생 많으셨다.

-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았다고 들었다.

▶ 지훈이가 워낙 애교스러웠다. 나도 현장에서 항상 즐겁게 이야기하고… 여정이는 나를 보면 항상 웃었다. 또 나라가 인맥이 좋아서 현장에 커피차도 많이 오고 그랬다. 좋은 배우들이 작품에 포진되는 게 연기 외적으로도 참 중요하다. 큰 행운이었다.

- 조여정, 김강우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 여정이에게 정말 고맙다. 감성적인 건 물론,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연기도 잘 받아줬다. 오히려 본인이 욕심을 내서 '세게 가자'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기도 했는데, 여정이가 되려 '초반에 오빠랑 나랑 극을 이끌어야 한다'며 투혼을 발휘했다. 나중에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 연기자 중 하나다. 강우는 이번 드라마에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액션을 할 때 허투루 하지 않더라. 이 작품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서 놀랐다. 후에 영화에서 한 번 만나보고 싶다.
KBS 2TV '99억의 여자' © 뉴스1
- 극 중 홍인표는 정서연을 학대하는 '폭력 남편'이다. 호감일 수 없는 캐릭터기에 출연 전에 고민하진 않았나.

▶ 처음엔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 너무 악역이라 와이프가 많이 반대했다. 우여곡절 끝에 작품을 하게 됐는데, (홍인표의 행동이) 자극적이긴 해서 가족들은 드라마를 못 보게 했다. 그랬더니 딸들과 아내가 밖에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아빠, 왜 땅에서 나왔어?', '당신 사포질 했어?' 이런 말들을 하더라. 와이프가 연기 좀 적당하게 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밥벌이를 적당하게 하냐, 살벌하게 해야지'라고 말했다.(웃음) 사실 요즘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워낙 높아서, 예전처럼 악역이라고 식당에서 밥 안 주고 쫓아내거나 등짝 때리지 않으신다. 세상이 변했다. 이미지 관리 때문에 연기 스펙트럼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말한다.

- 드라마가 초반에 비해 후반에 이야기의 힘이 빠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쉽진 않았는지.

▶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처음과 끝이 정해져 있으면 밀고 나가야 하는데, 중간에 여러 인물들이 투입되다 보니 몰려 들어서 마무리가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래도 결말에 만족한다. 홍인표가 죽지 않고 정서연을 떠나보낸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홍인표가 죽어서 정서연이 자유롭게 떠난 거다. 죽는 장면도 여정이가 슬프게 연기를 해서 처절하게 잘 나온 것 같다.
KBS 2TV '99억의 여자' © 뉴스1
- '99억의 여자'를 통해 좀비, 홍가이버 등의 별명이 많이 생겼다.

▶ 좀비라니.(웃음) 땅 파고 나오는 장면은 나도 보고 참 '인표스럽다'고 생각했다. 대역 없이 찍었는데, 그 장면이 간단하게 나왔지만 촬영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 보통 일이 아니더라. 별명이 많아 기분이 좋다. 언젠가 댓글을 보면서 방송을 봤는데 내 이름이 꽤 많이 보이더라.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 좋았다.

- 너무 연기를 잘해서 사이코패스처럼 보인다는 말도 많았다.

▶ 소시오패스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댓글을 보니 '자식이 없으면 진짜 사이코다', '이쯤 되면 저 사람은 진짜 저런가 싶다'라는 게 있더라. 와이프가 보여주면서 웃었다. 다들 표현하지 않고 감추고 있어서 그렇지 인간에겐 다 이중적인 면이 있지 않나. 사실 평범한 회사원, 정치인보다 사이코패스 같은 극단적인 캐릭터가 더 표현하기 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여정이가 내 연기를 잘 받아줘서 캐릭터가 더 잘 표현된 게 아닐까 한다. 고맙다.

- 주로 악한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주목을 받는다.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 연기자는 그런 두려움을 늘 갖고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하나의 캐릭터로 먹고살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변화된 인물을 보여주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고, 유행어가 생기면 그런 것들에 의해 사랑받게 된다. 사실 나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99억의 여자' 사이 많은 작품을 했지만, 두 작품이 강렬하다 보니 악역에서 악역으로 넘어간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회사와 상의해 계속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한다. 다만 타협하지 않는 건 가정이다. 경제적으로 흔들리면 안 되니까 악역을 이어간다는 느낌이 들어도 할 때가 있다. 직장인도 힘들다고 회사를 막 그만둘 수는 없지 않나. 비슷하다.
KBS 2TV '99억의 여자' © 뉴스1
- 지난해 '2019 KBS 연기대상'에서 '동백꽃 필 무렵' 같은 따뜻한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 '동백꽃 필 무렵'의 노규태처럼 찌질하면서도 능청스러운 그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아니면 필구처럼 따뜻한 역할. 또 장애가 있지만 따뜻함이 있는 인물에도 도전하고 싶다. 사실 어떤 작품이든 이미지로 모험하지 않으려는 게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나 같은 사람이 멜로를 하고, 원빈이 악역을 하면 재밌지 않을까. 코믹 연기도 욕심난다. 얼마 전에 '세친구' 팀을 만나 회포를 풀었는데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진짜 웃었다. 재미있는 성인 드라마 출연도 욕심난다.

- 드라마에서처럼 실제로 본인에게 99억이 생긴다면 어떻게 쓰고 싶은지.

▶ 일단 아이들한테 22억씩 나눠주고 싶다. 그러면 일을 안 해도 되고 편할 것 같다.(웃음) 나머지는 공연이나 작은 영화를 제작하는 데 쓰고 싶다. 내 작은 꿈인데, 지금은 가정을 건사해야 해 어렵다. 언젠가 아이들이 출가하고 여유로워지면 그때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99억의 여자'가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 이 작품에서 무대에서만 할 수 있는 '1인 9역'을 한 느낌이다. 연극에 대한 작은 꿈을 가졌던 정웅인이 tv에서 그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된 작품이다.

<[N인터뷰]②에 계속>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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