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두 작가가 작품 '느린 풍경-덕도길' 앞에 서있다.© 뉴스1 이기림 기자 |
어색한 만남인 듯 보이지만 사실 이 모습은 작가의 의도 하에 배치됐다. 김 작가에 따르면 어느 여름, 비가 내리던 오후 그는 차를 타고 국민대학교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었기에 도로가 막혀 차를 천천히 몰았다. 그러던 중 속도를 줄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됐다. 표지판 뒤로는 평소 빠르게 지나가느라 보지 못한 어둠이 내린 북한산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데이션이 잘 된 모습이었다.
김선두, 나에게로 U턴하다, 2019, 장지에 분채, 77x189㎝.© 뉴스1 이기림 기자 |
김 작가는 "저도 예전엔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는 욕심을 갖고 바쁘게 살았는데, 저도, 가족도, 친구도 피폐해지는 삶을 살고 있더라"라며 "이게 결코 잘 사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그림 안에 'SLOW' 표지판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양화와 서양화의 조화도 함께 이루고자 했다"며 "서양의 원근법을 담은 반사경 안 풍경,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자 하는 동양 철학이 나타난 이동시점의 빨갛고 따뜻한 배경을 그렸다"고 덧붙였다.
김선두 '별을 보여드립니다-호박'(왼쪽)과 '별을 보여드립니다-옥수수'. 모두 2019, 장지에 먹, 분채, 138x178㎝.© 뉴스1 이기림 기자 |
이번 전시에는 김선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정신도 들어갔다.
김 작가는 "미술사적으로 아직까지 살아남아있는 한국화는 박수근, 김기창 등 전통과 현대를 나름대로 조화시키려 한 작가들의 작품"이라며 "이번 전시는 한국화가 현대회화의 어법으로 정말 가능한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실험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1일까지.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