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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이름도 못적는 전자소송 '확 바꾼다'…목표는 '편리한 재판'

제출 서류 용량 10MB 제한…'펲시'는 '펩시'로
향후 사법정보공개포털·지능형소송절차 안내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2020-01-18 07:0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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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A씨의 사업실패로 전 재산이 압류되자 평소 정신질환을 앓던 아내 B씨는 그 충격까지 겹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B씨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회사는 상법과 보험특약에 따라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특허분야를 시작으로 2011년 민사분야에도 도입된 '전자소송' 건수는 수십만건에 달한다. 지난 2018년 기준, 법원에 접수된 가사 전자소송은 약 4만3000건, 행정 전자소송은 약 3만2000건, 민사 전자소송은 약 83만6000건이다.

전자소송이 소송의 부담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다. 문제는 '시스템'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소송에는 여러 서류가 필요한데 전자소송 홈페이지에서 제출파일 용량을 10메가바이트(MB)로 제한하는 문제다. 서버 과부하 방지가 목적이라지만, 소송관계인의 민원대상이 되고 있다.

오래된 한글코드체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를테면 받침에 피읖(ㅍ)을 쓸 수가 없어 '포스코 더샾'을 '포스코 더샵'으로, '펲시콜라'를 '펩시콜라'로 입력하는 상황이다.

특히 외국인 소송당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당사자 이름을 원하는 문자로 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자소송 시스템은 장애가 빈번하게 생긴다는 점에서 재판부도 불편함을 겪는다. 한 법관은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하다 보니 (시스템) 점검이 잦고 예상치 못한 오류도 생긴다"며 "주말에 나왔다가 일을 제대로 못 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고민한 법원은 '차세대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용량제한과 입력오류의 개선에서 그치지 않고 △사법정보 공개체계 혁신 △국민 중심 사법서비스 혁신 △지능형 사건관리 기반 재판사무 혁신 △디지털 법원 실현을 위한 IT구조 개편을 목표로 한 전면적인 개편에 돌입했다.

차세대전자소송 시스템이 구축되면 현재 분산 제공되는 사법정보가 '원스톱'으로 제공될 수 있다. 관련 판결문, 법령, 문헌들을 클릭 몇 번으로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A씨는 대법원이 새로 오픈한 '사법정보공개포털'에 접속해 '보험금 자살'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B씨의 경우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소장을 작성하고 첨부서류 준비를 혼자서 하는 것이 어렵지만, 앞으로는 지능형 소송절차 안내 서비스가 도입될 예정이다.

A씨는 '챗봇'과 같이 대화형으로 된 응답서비스를 24시간 365일 받아볼 수 있고 궁금한 사항은 챗봇을 통해 물어가면서 손쉽게 소장을 작성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인터넷 전자소송, 나홀로 소송, 전자공탁, 전자민원센터 등 개별 포털이 분리 운영되는데 향후에는 개별 포털을 통합하고 별도 로그인이 필요 없는 통합인증체계가 만들어진다. 모바일을 통해서도 통합민원포털을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소장을 접수한 A씨는 짬짬이 시간을 내 스마트폰으로 소송기록을 열람하고 준비서면을 제출할 수 있고, 변론기일 지정 알람으로 재판에 빠지지 않고 참석할 수 있게 된다.

차세대전자소송 추진단은 지난해 10월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내에 설치됐으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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