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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일촉즉발…한국경제도 油彈(유탄) 맞나

충돌시 원유 수급 차질 세계경제 침체, 韓수출 타격
갈등 장기화시 직격탄…"시나리오별 대응방안 마련"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박동해 기자 | 2020-01-07 07:10 송고 | 2020-01-07 09:27 최종수정
4일(현지시간) 이란 시아파 성지 쿰에 위치한 잠카란 모스크에 '피의 복수'를 뜻하는 붉은 깃발이 내걸였다. (이란 국영TV 캡처)2020.1.5/뉴스1
4일(현지시간) 이란 시아파 성지 쿰에 위치한 잠카란 모스크에 '피의 복수'를 뜻하는 붉은 깃발이 내걸였다. (이란 국영TV 캡처)2020.1.5/뉴스1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인 가운데 저성장 국면에 빠진 한국경제도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갈등이 격화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 경제도 가시밭길을 가는 형국이다.

지난해 불이 붙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최근 이라크 미군 주둔 기지에 대한 로켓포 공격과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습격, 이란의 최고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살을 거치며 전쟁 직전으로 치달았다. 양측의 이어진 강대강(强對强) 대응으로 협상의 여지는 줄어들고 있다.
현재의 중동 정세 불안으로 세계 경기가 위축되면, 수출 위주 산업 국가인 한국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해 미국-중국의 무역전쟁으로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전세계적 수요 감소의 칼바람을 그대로 맞았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 규모는 5424억달러로 전년 대비 10.3% 줄었다. 해당 수치가 두자릿수로 감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13.9%) 이후 처음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갈등이 국지전, 더 나아가 확전의 양상을 보인다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가속화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 및 수급에 차질을 줄 것이며, 상황이 장기화되면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5일(현지시간) 테헤란 의회에서 의원들이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미군의 공습 사망에 항의하며 “미국에 죽음을” 외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5일(현지시간) 테헤란 의회에서 의원들이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미군의 공습 사망에 항의하며 “미국에 죽음을” 외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특히 한국은 산업 전반에서 사용하는 원유를 모두 수입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에서 '국제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6일(한국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분 브렌트유 3월물 가격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직전 거래일 종가보다 2.2% 오른 배럴당 70.11달러에 거래됐다. 한달 전 보다 10달러 급등한 수치다.
이런 유가 상승과 원유 수급의 불안정성은 다른 산업의 제품 가격을 높여 우리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환율과 금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이번 사태로) 제일 걱정되는 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환율, 그리고 유가"라며 "한국은 이런 것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에 장기적으로 경제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꺼낼 수 있는 카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4분의 1이 지나가는 이 해협을 통해 원유 수입 물량의 70%를 들여오고 있다. 이 바닷길이 막히면 당장 공장을 돌리지 못할 뿐더러, 국제 석유 공급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 유가는 지금보다 더욱 급등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 © 뉴스1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아직 완전히 종전되지 않았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최근 협상을 이어가며 입장차를 좁혀가고 있지만, 미국 대선 과정에서의 경제·외교 정책 불안정과 양국의 보호무역주의 우선 등을 고려하면 환율 문제 등 언제든지 전쟁으로 번질 불씨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한해 한국 수출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이들의 전쟁이 재발하면 한국 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국내 기업인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1월 전망치는 90.3을 기록했다. 전망치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으로, 현재 해당 조사는 20개월 연속 '부정적' 답변이 우세하다. 기업인들마저 우리 경제에서 희망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참석자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2018.10.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 참석자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2018.10.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다만 일각에선 이번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 센터장은 "이란이 보복을 하더라도 미국에는 군사력이 밀리기에 소규모·저강도로 이뤄지지 전면적으로 할 것 같진 않다"며 "현재 해커들도 미국의 주요 시설 공격에 나섰는데, 사이버 공격은 전형적인 소규모 비대칭 공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갈등이 어떻게 종결될지 불확실한 만큼 국내 산업계와 정부는 원유 수입원 다각화 등 할 수 있는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사태가 단기간에 마무리 된다면 기회가 올 수도 있다"며 "(미국-이란 갈등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만들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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