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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문화예술계 성폭력 전담센터' 폐쇄 위기…예산 전액삭감?

시의회 경제문화위 1억원 삭감…"통합 관리하면 돼"
지역예술계 "특수성 전혀 이해못한 발상…복원돼야"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2019-12-10 15:26 송고
부산지역 문화예술인들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부산문화예술계 전담 성폭력신고센터 서명운동을 진행해 왔다. 당시 서명운동에 시민들이 동참하는 모습.(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 제공)© 뉴스1
부산지역 문화예술인들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부산문화예술계 전담 성폭력신고센터 서명운동을 진행해 왔다. 당시 서명운동에 시민들이 동참하는 모습.(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 제공)© 뉴스1

부산지역 문화예술계 안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에 대응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대응센터'가 부산시의회의 예산 전액 삭감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7월 문을 연 센터는 운영 4개월만에 부산시의 예산 미편성으로 위기를 겪다가 규탄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통해 예산을 편성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산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에서 전체 예산을 삭감해 또다시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현재 센터에 접수된 부산지역의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은 2018년 44건에 이어 올해는 73건에 달한다.

예산을 삭감한 시의회 상임위는 부산성폭력상담소로 통합해 관리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지역예술인과 시민단체들은 문화예술계 안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실태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역 문화예술계 구성원이나 피해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도 없었고 구체적인 피해자 연계방안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부터 삭감했다는 비판이 터져나온다.
◆김혜린 시의원 "시 재정 열악…분야마다 성폭력센터 만들 순 없어"

부산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는 지난 4일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를 통해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 성폭력대응센터' 지원예산 1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경제문화위 김혜린 시의원은 "삭감은 확정이 아니라 조정 중"이라며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뜻이지 필요가 없다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지역 예술인들과)면담 대신 (실적)자료를 보고 판단한 것"이라며 "부산시 재정은 열악한데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분야마다 성폭력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예술인뿐 아니라 체육계 안에서도 위계질서 속에 벌어지는 성폭력 피해가 만연한 것으로 보여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거점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문화예술계는 오는 13일 열리는 예결특별위원회가 이 예산을 최종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산문화예술계 '반 성폭력연대'는 시의회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고 예산삭감 반대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6일부터 현재까지 시민단체 100곳에서 800여명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도 문화예술계 특수성 인정…성폭력 대응기구 설치 권고"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 송진희 활동가는 "임시 운영에서 정식 운영으로 들어선 지 1년도 채 안된 상황에서 예산이 삭감됐다"며 "시의원 한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전문가와 지역예술인들과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예산삭감 여부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도 미투 운동 이후 예술인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방침 아래 이미 여러차례 문화예술계의 특수성을 살린 성폭력 대응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며 "피해자 지원통계 자료만 갖고 판단했는데 문화예술계의 복지 문제와 기형적인 생태계를 반영한 사전 자료만 제대로 검토했어도 이같은 예산삭감은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센터에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고 도움을 받아온 A씨는 "예술계 안에서는 정식적인 고용루트를 통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프리랜서 형태로 1~2달 이후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직장에 소속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다른 상담기관에서는 왜 작품 참여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뒤풀이를 계속 갈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아무런 소속이 없어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답변만 되돌아 왔다"고 토로했다.

또 "지역 예술계에서는 대부분 선후배로 이뤄져있고 예술공간 운영자들도 서로 좁은 네트워킹 안에 있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 편에 서주지 않는다"며 "'저 사람이 술만 먹으면 그렇게 하니 네가 이해해라'는 말을 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문체부 성희롱·성폭력 예방대책위는 지난해 11월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업무협약을 맺은 지역문화재단이 성희롱, 성폭력 예방교육과 피해구제사업이 예술인 복지사업 영역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지역기관에서도 시행되도록 협력하고 지원하도록' 권고문을 내렸다.   

◆서울에는 영화·게임·웹툰 등 성폭력 신고창구 3곳 운영

현재 서울에서는 문체부 산하 영화계 성폭력 신고창구인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게임이나 방송, 웹툰 등 콘텐츠산업 내 성폭력 신고창구 '콘텐츠 성평등센터 '보라', 문화예술종합 성폭력 신고창구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등 3곳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성폭력 피해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기관은 '부산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대응센터'가 유일하다.

2018년 부산문화재단이 발표한 지역 문화예술계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 및 목격경험 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1803명 가운데 12.5%가 피해를 직접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의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를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42%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 10명 가운데 1명이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고 이같은 장면을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적이 있는 응답 비율도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choah45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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