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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번엔 남미와 무역전쟁…철강·알루미늄에 기습관세(종합)

트럼프 "브라질·아르헨 철강관세 즉시 부활"…농민표 노린듯
브라질·아르헨 정부 "환율조작 사실 아냐…대화 나설 것"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19-12-03 08:30 송고 | 2019-12-03 14:19 최종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미와의 무역전쟁을 재개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아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활을 전격 발표하면서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자국 통화의 대규모 평가절하를 주도해왔다"며 "이는 우리 농민들에게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재개할 것이고 즉각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갑작스런 미국의 발표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서둘러 대화를 모색하고 나섰다. '브라질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현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미국)의 경제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다. 몇 배는 더 크다. 나는 이번 일을 보복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그에게 전화를 걸겠다. 우리 경제는 기본적으로 원자재 수출에서 나온다. 나는 그가 이런 사실을 이해하길 바라며, 그가 우리의 말을 들을 것으로 거의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정부도 성명을 내고 "미국과 이미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중앙은행이 화폐를 회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이 제기한 환율 조작 의혹을 일축했다. 

아르헨티나도 대화를 요청하고 나섰다. 단테 시카 아르헨티나 생산노동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며 이번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에 대화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카 장관은 "상업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이번 발표에 대해) 더 정밀하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파악 중이다. (대책의) 규모는 아직 모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작년 3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씩의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그동안 한국 등과 함께 관세를 면제받아 왔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이유로 환율 조작을 들었지만, 이번 조치는 미국 대두(콩) 농가에 대한 복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미국 농산물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큰 수혜를 입었다. 쉽게 말해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 표심 공략을 위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때렸다는 얘기다. 

남미 양국이 자국 통화에 대해 막대한 평가 절하를 주도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두 국가는 오히려 통화 절상을 위해 적극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서는 중앙은행이 직접 레알화가 하락하자 시장 개입에 나섰고, 아르헨티나도 유사한 통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브라질 주요 철강 로비단체인 아코브라질은 이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당혹스럽다"면서 "미국이 자국 농부를 '보상'하기 위해 브라질산 철강에 세금을 부과했다. 이는 브라질에 대한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브라질산 반제품이 필요한 미국 철강산업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표에 미국 철강업체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US스틸과 AK스틸의 주가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 오후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각각 4.0%, 5.8% 상승했다.  

브라질 철강업체들의 주가는 장 초반 하락세를 보이다 반등세로 돌아섰다. JP모간이 대(對)미국 수출 비중이 낮다는 점을 들어 브라질 철강 섹터 매수를 권고하면서다.

반면 아르헨티나 증시에서 철강사 테르니움 주가는 이날 장중 6% 가까이 폭락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7억달러,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약 5억 2000만달러 규모의 철강·알루미늄을 미국에 수출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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