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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도전, 두려움 없죠" 천정명 '얼굴없는 보스'로 돌아온 이유(인터뷰)

[N인터뷰] '얼굴없는 보스' 천정명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2019-11-19 10:52 송고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얼굴없는 보스' 배우 천정명 인터뷰. 2019.11.1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얼굴없는 보스' 배우 천정명 인터뷰. 2019.11.1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로맨틱코미디 장르로 사랑을 받았던 배우 천정명(39)이 누아르 속 '건달'로 돌아왔다. 스크린 복귀 역시 '목숨 건 연애' 이후 3년 만이다. '로코'의 달달한 이미지를 벗고 처절한 건달 세계의 모습을 그려낸 천정명이 이미지 변신은 물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나가는 자신만의 연기관에 대해 솔직하게 밝혔다.

천정명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얼굴없는 보스'(감독 송창용)와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얼굴없는 보스'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건달 세계, 멋진 남자로 폼 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일념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끝없는 음모와 배신 속에 모든 것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보스의 실화 감성 누아르다.

상곤을 맡은 천정명은 극 중 가족과 동료들을 파멸로 몰고 갈 수밖에 없는 건달의 숙명, 나아가 자기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처절하게 보스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모습을 그렸다. 상곤은 어둠의 건달 세계를 이끌고 나갈 중심인물로 삶의 모든 것을 걸었지만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처한 보스다.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얼굴없는 보스' 배우 천정명 인터뷰. 2019.11.1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얼굴없는 보스' 배우 천정명 인터뷰. 2019.11.1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천정명은 "기존에 로코 장르를 많이 했던 것 같아서 '얼굴없는 보스'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가 2017년인데, 기존 장르와 다르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서 누아르 장르를 택했다"며 "영화로서 발전된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당시에 누아르와 액션 장르를 많이 보던 때라 거기에도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누아르에 도전하는 만큼 천정명은 명작들을 많이 참고했다며 "한국영화부터 홍콩영화, 할리우드 영화의 갱스터 영화들을 많이 참고했다. 저도 조직에 있는 행동대장이라 그런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처음부터 조직에 몸담고 있던 인물이 아니고 학교에서 운동을 하다가 그쪽으로 전향하는 인물이라 건달 하면 험할 것 같지만, 좀 더 인간적이고 평범한 모습을 감독님이 요청하셨다"고 밝혔다.

'얼굴없는 보스'는 실제 건달의 이야기를 바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천정명은 "큰 부담감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처음 봤었을 때는 기존에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화려하진 않더라. 보통 조직과 조직의 싸움, 치열한 일대일 전투 등이 있을 법한데 저한텐 그런 신이 없었다. 평범한 다툼 정도라 부담감이 덜했다"고 말했다. '건달' 하면 떠오르는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천정명은 "오히려 전 당시에 살이 쪄있는 상태라, 10kg 이상 감량도 하고 액션 준비도 많이 했다. 감독님이 날렵하고 날카로워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강렬하고 날렵한 인물을 만들어 가려는 차원에서 체중을 감량했다"고 말했다.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얼굴없는 보스' 배우 천정명 인터뷰. 2019.11.1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얼굴없는 보스' 배우 천정명 인터뷰. 2019.11.1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천정명은 이번 이미지 변신에 대해 되돌아보며 "시나리오를 받아 봤을 때, 그리고 시나리오를 분석해서 연기했을 때와 화면에서 나오는 모습이 다르더라. 세월도 많이 흘렀고, 찍었을 때와 개봉했을 때 시점이 달라서 그런지 연기적인 부분에서 뭔가 많이 아쉬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이미지를 바꿨다기보다는 한 장르에서 쭉 머물다 보면 정체된 느낌을 받지 않느냐. 그래서 새로운 장르를 하고 싶었다. 한 번으로 이미지가 바뀌는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전 되게 만족스럽다.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모르지만. 하하. 저는 누아르에 대해 좀 해소가 됐다"고 밝혔다.

'로코'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그에게 이미지 변신이 꼭 필요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천정명은 "어떻게 보면 정체일 수도 있다. 자극을 못 받은 것 같다. 계속 한 장르만 하니까. 감독님들은 로코를 할 때 '진짜로 사랑했으면 좋겠고, 그 감정을 끌어냈으면 좋겠다'고 항상 얘기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그런지 배우들과 친해지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로코를 하면 항상 거의 비슷하게 흘러갔고, 그 과정이 되게 어색하더라. 그래서 새로운 장르를 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이번에 한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다만 조폭 문화에 대한 우려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밝힌 '얼굴없는 보스'도 여느 조폭 영화와 마찬가지로 '조폭 미화 아니냐'는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주인공 상곤의 의리와 형, 동생들과의 끈끈한 브로맨스 장면 등이 영화 속에 많이 담긴 것이다. 이에 대해 천정명은 "감독님과 영화 투자자분께서 조폭 우상화에 대해 경계하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첫 번째 목적이 '조직의 모습은 끝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주변에 듣다 보니 쉽게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권상곤도 쉽게 유혹에 넘어간 인물인데 실제 있었던 일이라더라. 그래서 상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끝은 좋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아내려고 했다.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어떻게 평가가 될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얼굴없는 보스' 배우 천정명 인터뷰. 2019.11.1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얼굴없는 보스' 배우 천정명 인터뷰. 2019.11.1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렇듯 누아르 장르에 도전한 천정명은 그렇다고 장르를 가리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로코도 좋은 작품이 주어진다면 언제든 할 생각이 있다. 좋은 작품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전 작품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새로운 것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고, 이것저것 여러 장르를 하다 보면 저한테 맞는 장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도한 것이다. '얼굴없는 보스'도 제가 좋아한 장르라 해보니까 나쁘지 않더라. 어떤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있었고. 언젠가 좋은 작품을 찾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어떠한 평가에도 두려움이 없냐'고 묻자, 천정명은 "안 좋은 평가를 받아도 도전할 생각이다. 롤모델로 삼는 선배님들의 필모그라피를 찾아보면 물론 다 잘된 작품도 있지만, 중간에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선배님들 또한 도전하신 게 아닐까 생각을 했다. 연기는 드라마부터 영화, 뮤지컬, 연극까지 다양한데 그런 것도 다 도전이라고 본다. 이번에 연극 추천을 받았다. 큰 도전인 것 같아서 연극도 생각하고 있다. 최근 웹드라마도 들어왔는데, 이제는 어떤 채널에서 뭘 하는지가 이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더라.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웹드라마도 기다리고 있다"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얼굴없는 보스' 배우 천정명 인터뷰. 2019.11.1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삼청동 카페, 영화 '얼굴없는 보스' 배우 천정명 인터뷰. 2019.11.1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 영화는 2017년에 촬영을 모두 마무리했으나 2년여 만에 개봉하게 됐다. 원래 박기영 감독이 촬영 후 후반작업까지 진행했으나 개봉 직전 송창용 감독으로 교체되기도 했다고. 우여곡절 끝에 영화를 개봉한 만큼 천정명은 "열심히 촬영했다. 영화가 별로라고 할 수 있겠지만 평이 한쪽으로 치우치진 않았으면 한다. 영화 자체를 보면 주인공이 나름대로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 의리를 중시하다가 배신과 사기를 당하고 결말이 극단적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도 배신을 당하고 그러지 않나.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는 것 같고 저 역시 경험해 봐서 감정 이입이 많이 됐다"고 돌아봤다.

한편 '얼굴없는 보스'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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