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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에 15만원씩 "팔수록 손해"…돼지 농가 '눈물'

ASF 발병 후 이동 제한 피해 극심한 데 소비까지 얼어붙어
"ASF는 인체에 무해…한돈을 살려주세요"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2019-11-09 09:38 송고
9일 오전 전남 장성군 돼지농가에서 새끼 돼지들이 먹이를 먹고 있다.(독자제공)2019.11.9/뉴스1 © News1
9일 오전 전남 장성군 돼지농가에서 새끼 돼지들이 먹이를 먹고 있다.(독자제공)2019.11.9/뉴스1 © News1
"한 마리에 15만원씩, 천 마리면 1억5000만원이 손해입니다. 평생 땀 흘려 키운 돼지를 눈물을 머금고 팔아야 하는 게 지금 돼지 농가의 현실입니다."

9일 오전 전남 장성군의 한 돼지 농가. 36년째 돼지를 기르고 있는 오재곤씨(56)는 요즘이 한돈 농가의 '역대급' 위기라며 걱정했다.

돼지 5000마리를 키우는 오씨는 꽤 큰 규모의 농가에 속하지만 피해가 컸다. 대규모 농가도 이런 상황인데 시설이나 기반이 열악한 소규모 농가(1000두 이하) 피해는 상상 이상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오씨는 "전남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지 않았다고 해서 ASF로 인한 피해가 없는 것이 아니다"면서 "ASF 발병으로 이동 제한이 걸리면서 전국 한돈 농가 경영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SF로 돼지 농가가 경매 위기에 놓이거나 빚더미에 앉은 곳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오씨는 "일부 농가들은 이동 제한에 걸려 당장 돼지를 팔지 못하는 상황에서 돼지들 사료를 먹이기 위해 기업에서 외상으로 사료를 가져와 먹이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겨우 이동제한이 풀렸을 땐 그간 제한됐던 돼지가 출하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가격이 폭락해 사료 비용도 변제하지 못하는 농가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9월17일 경기도 파주에서 ASF가 발병하면서 전국 돼지 농가에 돼지 출하, 분뇨, 사료 등 이동 제한이 내려졌다.

하루에 전국에서 7만두의 돼지가 출하돼야 하지만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하루 이틀 출하가 늦어져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소와 달리 하루에 1kg씩 자라는 돼지는 과체중이 되면 지방이 많이 껴 품질이 하락하고 가격은 급락한다.

110~115kg이 거래가 잘 되는 규격돈이지만 이동 제한이 걸리면서 출하되지 못한 돼지들은 주인 속도 모른 채 살만 올라갔다.

그런 돼지들이 한 농가에 수백 마리에서 수천 마리에 이르렀다. 한 마리에 10~15만원씩 손해가 나는데 1000마리면 1억에서 1억5000만원이 손해가 나는 것이다.

오재곤씨는 "제가 36년간 돼지를 키웠는데 도매시장 돼지고기 평균 경락가격이 1kg당 3000원대가 무너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규모부터 대규모 농가까지 피해가 없는 곳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물 가격 통계에 따르면 이동 제한으로 비정상적인 돼지 출하가 이뤄졌던 지난달 17일 도매시장의 돼지고기 평균 경락가격(제주 등 제외)은 1kg당 2969원을 기록했다.

지난 7일 1kg당 3476원을 기록하며 3주 동안 서서히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평균 가격이 4200원대인 것에 비교하면 여전히 농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ASF 발병 전(9월16일 기준) 평균 돼지 가격은 4403원이었다. 하지만 ASF가 발병한 후(10월28일 기준) 돼지가격은 2770원으로 33%(1434원)가량 폭락했다.

9일 오전 전남 장성군 돼지농가에서 만난 오재곤씨가 돼지 출하가격이 급락해 농가가 매일 적자를 보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2019.11.9/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9일 오전 전남 장성군 돼지농가에서 만난 오재곤씨가 돼지 출하가격이 급락해 농가가 매일 적자를 보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2019.11.9/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ASF 이후 이동 제한과 도별 반·출입 제한 등으로 도매시장 출하 두수가 급증(9월16일 2115두에서 10월28일 3953두로 85% 증가)했고 저품질(과체중) 돼지 출하로 돼지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이런 현실에 돼지 농가를 더욱더 힘들게 하는 것은 돼지를 기피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ASF 감염에 대한 막연한 소비자들의 두려움 등으로 소비가 30%가량 줄었다.

오씨는 "ASF가 사람에게 무해하다는 것은 100년간 입증된 세계의 상식이다. 수용체 자체가 달라 멧돼지, 집돼지 말고는 그 어떤 생명체에서 감염된 사례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씨는 "하지만 소비자들은 매일 같이 언론에서 ASF 발병, 폐사율 100%, 돼지 살처분 등의 보도를 접하다 보니 불안감이 자연스레 돼지고기 기피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한돈협회, 농협, 생산자단체 등에서 '소비촉진 시식회', '우리 돼지 대대적인 소비촉진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얼어버린 소비를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다.  

그는 "사룟값도 못 건지는 현실에 기업에 팔려나갈 위기에 처인 농가들이 수두룩하다"면서 "지자체가 적극 나서 한돈 소비촉진 캠페인을 추진하고 국민들도 막연한 불안을 덜고 돼지고기를 즐겨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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