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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 들고 저항하는 여성들…일상에서부터 변화를 외치다

노원희 개인전 '얇은 땅 위에'…8일~12월1일 학고재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11-07 14:53 송고 | 2019-11-07 17:39 최종수정
노원희 작가 '무기를 들고'.© 뉴스1 이기림 기자
노원희 작가 '무기를 들고'.© 뉴스1 이기림 기자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어요. 의미 있는 작품이었죠. 여성들의 처우는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하거든요."

7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에서 만난 노원희 작가(71)의 말이다.

28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 '얇은 땅 위에'을 선보이는 노원희 작가는 지난 40여년간 비판적 현실주의와 여성주의적 시각을 바탕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한 민중미술가답게 여성들의 현실에 대해 말을 꺼냈다.

노 작가는 "최근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느꼈다"며 "저도 성추행을 겪거나 불평등한 대접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런 무거운 현실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노원희 작가 '광장의 사람들'.© 뉴스1 이기림 기자
노원희 작가 '광장의 사람들'.© 뉴스1 이기림 기자

신작 '무기를 들고'는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화면 속에는 프라이팬을 든 여성들의 모습과 널브러진 각종 부엌 도구들, 그리고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외면하는 남성이 나온다.

노 작가는 "제가 주부로 40년 이상 생활했는데, 살림하는 사람이 주체가 돼서 (부조리에) 저항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집에 있는 살림살이들과 내던져진 도구 등을 그렸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에서 소재를 찾아낸 '오래된 살림살이' '대청소를 할 때에' 등의 작품을 통해서도 이같은 관점을 드러냈다. 

이들 작품은 지배층의 이데올로기가 일상에 스며들었다는 점과 일상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을 내포하고 있다. 

노원희 작가는 여성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일어나는 약자들의 아픔을 그린 작품들을 계속해서 그려왔다. 이번 전시에도 그런 작품들이 대다수다.

노원희 개인전 '얇은 땅 위에'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노원희 개인전 '얇은 땅 위에'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표제작 '얇은 땅 위에'는 현대중공업 노조 시위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삼보일배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작품에는 흰 벽과 큰 동상처럼 보이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작가는 벽을 넘어도 권력이 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노 작가는 광화문 촛불집회를 소재로 한 작품, 세월호 희생자와 삼성반도체 산재 희생자 등 폭력과 권력에 내몰린 약자들의 삶을 그려낸다.

노원희 작가는 "우리 세계는 상황이 어려워졌다가 좋아졌다가 하는 걸 반복한다"며 "70세를 넘다보니 현실이 부서지기 쉬울 만큼 얇아보여 걱정이 된다는 생각에 전시명을 이같이 정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8일부터 12월1일까지 진행된다.

노원희 개인전 '얇은 땅 위에'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노원희 개인전 '얇은 땅 위에'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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