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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액상형 전자담배 규제, 불편한 이유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19-10-29 07:00 송고 | 2019-11-05 15:38 최종수정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으로 추정되는 중증 폐 손상 사례가 1479명 확인됐고, 그중 33명이 숨졌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견됐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도 칼을 빼 들었다. 이례적으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경고했다.

정부 규제에 편의점들은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고, 국회의원까지 나서 액상형 전자담배 수입·판매 금지를 촉구했다.

이제라도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안전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유해성 검증에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규제의 목적이 국민들의 공포를 잠재우는 방향으로 가야지,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곤란하다. 자칫하면 규제에 대한 진정성 자체가 의심받을 수 있다.

그동안의 정부 행태를 보면 이번 규제에도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나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유해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비자들은 건강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고, 담배업체 주장이나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만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더 유해한 담배를 피워도 되도록 정부가 방관한 셈이다.

더욱이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하더라도, 섬세하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 문제가 된 액상형 전자담배와 국내서 판매 중인 전자담배의 차이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공포감이 더 커진 이유다.

실제 미국서 피해가 발생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은 적법한 제조업체가 생산한 정품이 아니다. 노점상에서 불법적으로 판매한 모조품들이다. 특히 액상에 화합물을 주입한 것이 폐손상의 원인이다.

반면 국내는 소비자가 액상에 화학물을 첨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 세심하게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유해성이 적다고 알려진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와 같은 범주에 묶어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일반 궐련담배로 돌아가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금연에 대한 정부의 집착이 흡연자의 덜 해로운 담배 전환을 어렵게 하는 셈이다.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가 불편한 이유다.

무리한 규제는 행위의 목적을 의심하게 만든다. 정부가 겉으로는 금연을 말하지만,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로 흡연을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금연 인구가 늘어나면 당연히 담뱃세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괜한 오해는 피하고, 국민들의 공포심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합리적인 규제에 나서야 한다. 과학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유해성을 검증하고, 이를 근거로 규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부 정책의 1순위가 '국민 건강'이라는 팩트가 의심받지 않는 길이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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