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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다운 거장' 이스마일 카다레…용기와 풍자의 진면목

[이기림의 북살롱] 올해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23일 수상 위해 아내와 방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아스투리아 왕자상 등 각종 문학상 수상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10-23 15:33 송고 | 2019-10-23 16:06 최종수정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책 소개를 하고 있다. 2019.10.2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책 소개를 하고 있다. 2019.10.2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동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알바니아는 평소 우리가 접하기 쉽지 않은 약소국이다. 이런 알바니아보다 유명하다는 말이 나오는 알바니아 출신 소설가 이스마일 카다레(Ismail Kadare, 83)가 한국을 찾았다.
카다레가 아내와 함께 한국을 찾은 이유는 올해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의 방한은 2000년 서울국제문학포럼 이후 2번째다.

그는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부커 인터내셔널상)의 제1회 수상자로,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는 저명한 작가다.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카다레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정정하게 "상당히 먼 곳에 있는 나라, 한국에서 문학상을 받아 기쁘다"고 소감을 언급했다.

카다레는 암울했던 알바니아 독재 등 정치상황을 작품으로 알렸던 작가로 유명하다. 특히 알바니아 정치 현실을 담은 1963년 첫 장편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문학동네)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알바니아의 신화, 전설, 구전 민담 등을 활용해 암울한 조국의 현실을 우화적으로 그려내는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일부 작품은 알바니아에서 출간이 금지되기도 했지만, 그는 공산독재체제를 중단없이 고발했다.

카다레는 "유럽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이자 자유와 자유롭지 않음 경계에 있는 알바니아에서 작품을 써왔다"며 "허구를 끌어들여 가공된 이야기가 위협적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하고, 일부 동료들은 실제 감옥에 간 경우도 있다"며 고단했던 문학 여정을 돌아봤다.

그렇지만 특유의 풍자를 통해 어둠을 표현했고, 이는 카다레 문학의 특징이 됐다. 그는 "저뿐만 아니라 제 알바니아 동료, 공산 정권 아래 있던 모든 작가들이 대항을 찾은 방법이 풍자"라고 설명했다.

카다레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에게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한트케는 1990년대 유고 내전에서 알바니아계 '인종청소'를 벌인 밀로셰비치 유고슬라비아연방공화국 대통령과 세르비아 정부를 옹호한 바 있다.

그는 "한트케는 개인적으로 만나 저녁도 먹는 사이지만, 그가 작가로서 수용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한트케가 옹호한 인종학살 등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 수용되거나 이해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 내내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그의 모습은 '할말은 하는' 작가의 전형으로 보였다.

한편 카다레는 오는 26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리는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해 1억원의 상금과 함께 상장을 받는다.

박경리문학상은 토지문화재단이 소설가 박경리(1926~2008)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2011년 제정한 상으로 '문학 본연의 가치를 지키며 세계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이 시대의 가장 작가다운 작가'에게 주어진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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