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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유엔총회 계기 멈춰있던 '평화 바퀴' 다시 돌렸다

북미 촉진자 등판한 文대통령…한반도 종전선언 기대감 높여
정상 간 만남은 없었지만…文대통령, 日 향해 연일 메시지

(뉴욕=뉴스1) 진성훈 기자, 조소영 기자 | 2019-09-26 05:00 송고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9.25/뉴스1

제74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25일(이하 현지시간) 3박5일간의 방미(訪美)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노딜(No Deal) 사태 후, 한동안 멈춰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수레바퀴'를 다시 돌리게 됐다는 평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비무장지대(DMZ)의 실질적 평화지대화(化)를 제안했다.

◇文대통령, 북미 촉진자로…한반도 종전선언 기대감 높여

문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북미관계 중재자이자 촉진자로 다시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23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북한과의 적대관계 종식 의지와 '싱가포르 합의정신 유효' 등에 뜻을 함께 하면서 최근 재개 조짐이 완연한 북미 비핵화 협상에 청신호를 더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6월 역사적인 첫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전사자 유해 송환 등 4개항에 합의한 바 있다.

한미정상은 특히 양국 모두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할 의지를 확인함으로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현에 한발짝 가깝게 다가갔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로 정리되며 말 그대로 아직 휴전상태인 남북 사이 종전선언을 시작으로, 종반에는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가져오자는 것이다. 애초 문 대통령 구상대로라면 지난해에는 종전선언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북미 간 '노딜' 후 종전선언은 먼 일이 됐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9.24/뉴스1

청와대는 곧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돼 적절한 합의가 도출된다면 연내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고 이를 통해 북미관계의 대진전이 이뤄질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정상 간 만남으로 비핵화 결단을 내리는 '톱다운 방식'이 현 북미관계상 적합하다고 보고 있고 북미정상 또한 이에 거부감이 없다. 더구나 이번에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비핵화 실무협상이 확실한 성과를 냈다는 의미로 종전선언까지 잇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아마도 한반도에 비핵화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아주 세계사적인 대전환, 업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미국 측에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 당시, 문 대통령이 북한에 제안한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 구상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4일 기조연설에서 "유엔과 모든 회원국들에게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는 DMZ를 국제기구가 물리적으로 위치하는 국제평화지대로 만듦으로써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실질적으로 해주자는 것이다. 북한의 핵포기시 재래식 군사위협에 노출되는 상황으로 두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런 우려를 소멸시키는 방안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런 파도가 김 위원장의 방남(訪南)을 가져올지도 주목된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미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의 답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났고, 이때 두 정상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그해 안에 서울을 방문하는 것이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정상 간 만남 없었지만…文대통령, 日 향해 메시지

한일정상 간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22일 한국에서 뉴욕으로 향할 때까지만 해도 일각에선 한일정상이 유엔총회 관련 행사장에서 조우하거나 갑작스럽게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미국과 폴란드, 덴마크, 호주 정상과의 양자회담 등 예정했던 일정만을 소화했다. 23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지난 8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우려가 있을 것으로도 예상됐지만, 청와대는 회담에서 지소미아나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대일(對日)메시지는 연일 나왔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일본을 향해 던졌던 메시지가 다시 한 번 직·간접적으로 언급된 형태였다. '과거사(史)는 직시하고 경제문제는 자유무역을 기본으로 공정하게 하라'는 취지다. 뉴욕에서 이처럼 목소리를 낸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일대응에 대해 국제무대에서의 동의를 얻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일본 아베 신조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가 24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열린 유니세프 주최 콘퍼런스를 마친 뒤 헤어지며 포옹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9.25/뉴스1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동아시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침략과 식민지배의 아픔을 딛고 상호 긴밀히 교류하며 경제적인 분업과 협업을 통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왔다"며 "자유무역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그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마하트마 간디 탄생 150주년 기념행사에 가서도 "간디 탄생 150주년인 올해는 한국의 3·1독립운동 100주년이기도 하다"며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비폭력의 힘으로 일제에 맞섰고 평범한 사람들이 세운 3·1독립운동의 정신은 민주공화국의 기초가 됐다"고 했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쓴소리만 한 것은 아니다. 물론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이 찍혔지만, 문 대통령은 2020년 도쿄올림픽 남북 공동진출 등 스포츠를 통한 남북협력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도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24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나 "한국은 작년 평창동계올림픽부터 시작해 내년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이 화합의 장이 되고 동아시아의 공동번영을 이끌어나가는 아주 성공적인 대회가 되도록 적극 함께 노력하고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편에선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 대응 및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피폭 안전 문제 탓에 도쿄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언급도 나왔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가 뉴욕에서 깜짝 만남을 해 주목됐다. 두 사람은 24일 오후 뉴욕공립도서관 2층 트러스티룸에서 열린 유엔총회 계기 '발달장애인을 위한 보편적 의료보장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행사 중엔 만나지 못하다가, 김 여사가 행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던 중 아키에 여사를 발견하고 먼저 다가갔다. 김 여사는 자신의 오른손으로 아키에 여사의 왼손을 꼭 잡고 인사했고 헤어지면서는 서로가 가볍게 껴안으며 포옹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