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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돌풍 화성FC 김학철 감독 "선수들이 빨리 팀을 떠났으면 좋겠다"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09-25 16:56 송고
화성 FC 김학철 감독이 2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종합경기타운 보조경기장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9.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근래 한국 축구계의 가장 큰 화제는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연출하고 있는 화성FC의 FA컵 돌풍이다. '칼레의 기적'이란 지난 2000년 프랑스 FA컵에서 4부리그 소속의 아마추어 클럽 칼레가 준우승까지 차지했던 것을 일컫는 말인데, 화성FC가 버금가는 파장을 만들고 있다.

화성FC는 '2019 KEB하나은행 FA컵' 4강에 진출해 있다. 현재 한국 시스템 상 4부리그 격인 K3리그 클럽이 대회 준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멈추지 않았다. 화성은 지난 18일 화성종합스포츠타운에서 열린 수원삼성과의 4강 1차전에서 전반 23분 터진 문준호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결승진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오는 10월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차전 결과가 남아 있다. 하지만 이미 놀라움의 연속이다. 수원은 여러모로 화성과 비교가 안 되는 구단이다. 최상위리그인 K리그1의 명가이자 포항과 함께 FA컵 최다우승(4위) 구단이다. 지금은 다소 퇴색됐지만 K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구단으로 손꼽힌다. 선수들의 자부심, 팬들의 자긍심 모두 1등을 지향했던 구단이다.

그에 비한다면 화성FC는 작은 클럽이다. 24일 선수들이 훈련하는 화성종합스포츠타운 보조구장에서 만난 김학철 화성 감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는 그 팀(수원)과 비교가 안 되는 팀이다. 사실 처음에는 (선수들도)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격차를 인정한 뒤 "하지만 1차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며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말은 아끼겠으나, 지금은 한 번 해보자라는 의지가 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화성 FC 김학철 감독이 2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종합경기타운 보조경기장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9.9.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 사연 많은 배고픈 선수들, 반전 스토리를 쓰다

"프로에서 퇴출된 선수들, 프로 문턱도 가보지 못한 선수들, 이리저리 방황했던 친구들 등 모든 선수들이 크고 작은 사연을 품고 있다. 어릴 때 볼 잘 찼던 선수인데 흘러 흘러 여기에 온 선수도 있고 프로 무대를 밟았다가 빛을 보지 못한 채 추락한 선수도 있다. 심지어 어떤 선수는 축구를 그만두고 공장을 다니다가 다시 하고 싶은 마음에 여기로 온 친구도 있다."

김학철 감독은 '배고픈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흔히 말하는 '눈물 젖은 빵' 맛을 모르는 선수들이 없다. 거의 대부분이 실패자다. 하지만 그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다시 이를 악문 덕분에 올 시즌 기막힌 반전 스토리를 쓰고 있다.

현역 시절 대구FC와 인천유나이티드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던 김학철 감독이 화성FC와 연을 맺은 것은 3년 전이다. 그는 "화성과 3년째다. 코치로 1년 반을 지냈고 지난해 후반기부터 감독 대행을 맡다가 올해 정식 감독이 됐다"고 말한 뒤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는 말로 올 시즌의 호성적 배경을 설명했다. 

화성FC는 19라운드까지 마친 현재 14승2무3패 승점 44점으로 K3리그 어드밴스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FA컵 4강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김 감독은 "팀을 만들 때 '우리 1년만 고생해보자. 그리고 나서 우리가 1년 뒤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인해보자'고 했다. 노력을 통해 무엇을 얼마나 쟁취할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고 말했다"면서 "고참들이 잘해주니 어린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따라가고 있다. 내 입장에서는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화성 FC 김학철 감독이 2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종합경기타운 보조경기장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9.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운동장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과거 인천유나이티드 시절 K리그 득점왕까지 차지했던 유병수가 화성FC에서 뛰고 있다는 것을 FA컵을 통해 알게 된 이들이 적잖다. 4강 1차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문준호가 수원삼성에서 방출된 선수라는 것은 더 낯선 정보였다. 김 감독은 "문준호라는 이름이 이렇게 많이 불렸던 적이 없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학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자체로 행복하다. 무명의 선수들이 이름을 알리고 잊혔던 선수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는 게 보람"이라면서 "수원삼성이라는 큰 팀과 맞붙으니 동기부여가 더 됐던 것 같다. 경기 전에는 다소 긴장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경기가 시작되니 의외로 자기 역할들을 충분히 해줬다"며 흡족함을 보였다.

이어 "선수들을 훈련시키다 보면 각자 장단점이 크다는 것을 느낀다. '이래서(단점이 있어서) 프로에서 어려운 생활을 했겠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말한 뒤 "그러나 지금 내 입장과 우리 팀 현실에서는 단점을 고치기보다 장점을 돋보이도록 돕는 게 맞는 것 같다. 팀이 좋은 성적을 계속해서 내면서 다들 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각자 궁극의 꿈을 품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궁극적인 꿈'은 K3리그 우승이나 FA컵 결승 진출 등이 아니다. 물론 그 목표도 놓치고 싶지 않은 열매이지만 결국은 성과를 발판으로 내셔널리그, K리그2, K리그1 등 더 좋은 리그로 진출하는 것이 모든 선수들이 가진 바람이다. 그것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눈물 젖은 빵을 먹지 않기 위해 이 악물고 훈련하는 길 뿐이다.

김학철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더 좋은 곳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감독과 코치가 큰 틀에서는 도움을 주겠으나 결국 그것이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는 이는 자기 자신 뿐"이라면서 "선수들에게 '나(감독)를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은 속이지 마라. 운동장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선수들이 명심해야한다"고 거듭 밝혔다.

끝으로 선수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말에 그는 "빨리 다른 곳(좋은 팀)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어떤 이의 꿈이 다른 누군가의 꿈보다 더 크다고 임의적으로 재단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대표와 해외진출이라는 목표 이상으로, 화성FC 선수들은 지금 간절하게 꿈을 꾸고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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