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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질문 세 개' 받은 박원순의 '소통'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2019-09-20 15:40 송고 | 2019-09-20 15:50 최종수정
이헌일 사회정책부 기자. © 뉴스1
"제가 소통 잘하기로는 유명합니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공식·비공식석상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2011년 취임 이후 크고 작은 사안에서 수많은 위원회를 만들어 각계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청취하는 시정을 펼쳐 온 자신감의 표현이다.

시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직장 상사'로서 호불호는 있지만 박 시장이 '격의 없이 소통하는 시장'이라는데는 많은 직원이 동의한다.

"소통 만큼은 역대 시장 중 독보적", "공무원이 이런 방식으로 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장님한테 배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박 시장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두고는 시민들로부터 '일방통행'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각종 시민단체와 인근 주민들로부터 광장 조성부터 활용에 이르기까지 계획이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비판이 이어졌다. 차기 대선을 위해 2021년 5월로 완공시기를 못박고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이번에 재검토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지난 3년 동안 광화문포럼, 광화문광장시민위원회를 통해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는 판단이었다. 100차례나 각종 협의나 회의를 통해 소통했다는 게 박 시장의 항변이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시민이 참여하는 회의가 적었다는 등 여러 비판이 나왔고 행안부와의 마찰도 계속되면서 19일 결국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설계안부터 재검토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여전히 시민들은 소통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며 시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박 시장의 실책은 재검토를 발표한 19일 긴급브리핑에서도 이어졌다. 많은 취재진이 몰리며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브리핑 직전에야 서울시 측은 '질문은 3개만 받겠다'고 공지했다.

실제로 박 시장은 딱 3개 질문에 대해서만 답한 뒤 진희선 행정2부시장에게 뒤를 맡겼다. 스스로 "서울의, 대한민국의 미래 100년이 걸린 사업"이라고 말하는 사업이 큰 전환점을 맞이했는데도 질문 세 개만 받고 퇴장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돌출 행동'이었다는 평가다.

박 시장이 스스로 자랑하는 '소통'이 결국 이런 것이었나라는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hone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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