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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One]다 짓고 한번도 가동 안된 오스트리아 1호 원전

70년대 반핵 운동 확산…국민투표로 '탈원전' 결정
재생에너지에 집중…전체 소비의 70% 이상 충당

(빈=뉴스1) 강희정 통신원 | 2019-09-20 13:10 송고 | 2019-09-20 13:23 최종수정
편집자주 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1970년대 후반 오스트리아 원전 반대 시위 (강희정 통신원 제공)
1970년대 후반 오스트리아 원전 반대 시위 (강희정 통신원 제공)

오스트리아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완공되고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핵 없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서쪽으로 35㎞ 떨어진 곳에 있는 츠벤텐도르프 원전(Zwentendorf Nuclear Plant)은 1978년 완공된 오스트리아의 첫 원전이다.

핵연료 반응을 조절하는 제어봉 등 여러 주요 시설이 해체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지만 한 번도 쓰이지 않았다. 민주주의가 국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 역사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1960년대 후반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자 이런 필요를 충족해 줄 방안으로 원자력 발전이 떠올랐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1970년대 이 반열에 동참하기로 결정, 4~6개의 원전을 건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곧 원자력으로 인한 환경 오염과 안전성 우려가 제기되면서 반핵 운동이 확산됐다. 각 지역에서 원전 반대 시위가 일어났고, 시위대와 경찰들 사이의 무력 충돌이 뉴스에 빈번히 보도됐다.
결국 이 문제는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1978년 11월5일 2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트리아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국민투표 결과 불과 0.9%(약 2만표) 차이로 원전 가동이 무산됐다. 원전을 짓고, 또 유지하는 동안 들었던 비용이 10억유로가 넘었지만 환경과 후손을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민 정서에 따라 오스트리아 국회는 같은 해 12월, 1998년까지 핵 발전을 금지하기로 한 원자력 사용금지법 (Atomsperrgesetz)을 통과시켰다. 1997년에는 만장일치로 계속 핵 없는 나라로 남기로 결정했다.

츠벤텐도르프 원전은 이렇게 단 한 번의 가동 없이 폐쇄됐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판매할 수 있는 설비들은 독일 등 인근 지역으로 판매하고, 나머지 시설물은 견학시설로 사용하기로 했다.

1986년 체르노빌(Chernobyl)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탈원전을 넘어 반핵 정서를 확고히 갖게 됐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러시아 및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지역을 제외하고 방사성 낙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원전 금지 결정 후 오스트리아는 1980년대부터 수력,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개발에 집중했다. 2016년 기준 소비전력의 73%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으며, 지금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 재생에너지 최강국이다.

2015년 1월부터는 전력 원산지 제도를 시행,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 수입까지 엄격히 금지했다. 지금까지도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탈원전 선택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츠벤텐도르프 원전은 2005년 오스트리아 주요 에너지 공급업체인 EVN이 인수해 독일 원자력 기술자들이 원자로 작동 방법을 학습할 수 있는 교육 시설로 전환했다. 2009년에는 태양에너지 패널 1000개를 지붕에 설치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에서 가장 환경 친화적인 원전으로 자리 잡았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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