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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논문' 나경원 아들 '포스터'는 무슨 차이?

논문, 발행 기관 심사 필요…포스터, 학술대회 발표 심사 없어
"기여도에 따라 저자순서 정하는 원칙은 지켜져야"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2019-09-11 07:03 송고 | 2019-09-11 09:47 최종수정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조국 후보자의 거짓! 실체를 밝힌다' 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 9.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조국 후보자의 거짓! 실체를 밝힌다' 기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 9.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딸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이 각각 제1저자로 등록한 '논문'과 '포스터'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과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포스터의 차이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논문은 학술지를 발행하는 기관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승인 심사를 받아야 한다. 반면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포스터는 특별히 까다로운 절차나 심사 없이 연구를 선보일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단 저자 표시에 있어서는 연구자 기여도에 따라 원칙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1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연구자가 국내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한 첫 단계로 논문을 '투고'하는 것이다. 학술지에 논문이 접수되면 학술지 편집자나 편집위원단이 검토와 검수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학술지 취지와 맞지 않다거나 문법상에 오류, 기존 연구와 차별성이 없는 등 기본적인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반환'된다.

그러나 기본적인 요건이 충족됐다면 또 다른 관문이 남는다. 중립적인 평가를 위해 제3자 전문가들로부터 '동료평가'(피어리뷰·Peer Review)가 이어지고 피어리뷰어들로부터 접수된 의견을 통해 편집자는 논문 게재를 '승인'하거나 '수정후 승인', '거절' 등을 결정한다. 약간씩 학술지마다 다르지만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는 과정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의사결정 과정도 복잡하다.

대조적으로 일반적인 학술대회에서의 '발표'는 논문 게재만큼 까다롭지는 않다는 게 과학기술인들의 얘기다. 학술대회에서의 포스터 발표는 포스터 1장에 논문과 같이 저자, 서론, 연구방법, 결론 등 형식을 갖춰 준비하긴 하지만 발표의 내용을 발표 전 누군가가 따로 심사하는 과정은 없다.

또 연구자마다 다르지만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포스터 내용은 논문에 실릴만큼 완성된 연구성과가 아니어도, 갓 시작한 연구 수준이라도 가능하다. 여러 전문가가 모이는 학술대회에서 일부러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한 후 연구를 발전 시키기 위해 연구 초기 단계나 중간 단계에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또 저명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일부를 요약해서 포스터로 발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포스터에 담긴 연구 내용이 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엄창섭 대학연구윤리협의회장(고려대 해부학교실 교수)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학술대회에서의 발표는 전문가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인만큼 특정한 연구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의 발표도 이뤄질 수 있으며, 연구가 끝까지 완성된 후에 발표가 이뤄질 수도 있다"면서 "때문에 학술지에서의 논문 게재와 학술대회에서의 포스터 발표를 같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공계 국립대 한 박사후연구원은 "국내 학술대회에서는 고등학교 선생님들을 교신저자로 미성년 학생들이 포스터 발표를 하는 경우, 연구초보인 학부생들만 발표를 할 수 있는 포스터 세션을 보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포스터 발표의 연구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논문과 포스터는 차이가 있음에도 두 종류 모두 다 저자 선정에서의 원칙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엄창섭 회장은 "포스터발표라고해서 저자논란을 비켜가는 것은 '어폐'다"라면서 "특별하게 학술발표에서의 저자 선정에 대한 원칙은 없지만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의 저자 선정의 규정을 준용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연구 기여도에 따라 저자 선정이 이뤄져야 하는 연구윤리 원칙은 논문이나 포스터에 모두 해당된다는 뜻이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포스터는 정식 논문이 아니지만 이도 당연한 연구자의 연구 업적이 된다"면서 "정식논문이냐, 포스터냐가 그리 중요하지 않고 결국 연구결과를 주도적으로 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1저자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한편 최근 정치권 인사들의 미성년 자녀가 고등학생 신분으로 연구성과를 낸 것에 대해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조국 장관 딸 조씨는 고등학교 시절인 2009년 3월 국내학술지 '대한병리학회지'에 실린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이라는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은 지난 5일  병리학회로부터 게재 취소 처분을 받았다.

또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 김씨는 고등학생때인 2015년 공학 분야 최대 학술대회인 '국제의용생체공학 학술대회'(EMBC)에서 '광용적맥파와 심탄도를 이용한 심박출량 측정 타당성에 대한 연구'라는 포스터를 제 1저자로 발표했다.

나경원 의원 아들 김모씨가 1저자로 등재된 초록 원문.(출처 : EMBC2015) © 뉴스1
나경원 의원 아들 김모씨가 1저자로 등재된 초록 원문.(출처 : EMBC2015) © 뉴스1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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