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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One]'가축들의 천국' 알프스에선 소들이 런웨이 선다

프랑스 라발 마을 농산품 및 가축 품평회 참관
주택 건설 늘며 경작지 가격 급등·농민수는 급감

(그르노블=뉴스1) 정경화 통신원 | 2019-09-09 16:20 송고 | 2019-09-11 15:38 최종수정
편집자주 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축산 농가에서 몰고 나온 소와 염소, 양© 정경화 통신원 제공
축산 농가에서 몰고 나온 소와 염소, 양© 정경화 통신원 제공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주식은 프랑스인들 99%가 먹는 빵. 빵의 원재료 밀을 얻기 위해 한여름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한 프랑스 농민들은 가을에 밀 수확을 축하하는 축제를 이웃 마을끼리 뭉쳐 연다.
  
자신들이 키운 농산물, 또는 가축을 모아놓고 '누가누가 잘 키웠나' 겨루는 품평회가 농촌에서는 축제다. 밀 수확에 필요한 옛 농기계와 특산품 전시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여름내내 알프스의 광활한 목초지에서 신선한 풀을 뜯어 먹고 질 좋은 고기와 치즈를 만들어내는 젖소와 양들이 자태를 뽐내는 것이 품평회의 하이라이트다.

지난 9월1일 알프스의 벨돈 산맥(La chaine de Belledonne)의 농촌 마을인 라발(Laval)에서도 농산품 및 가축 품평회가 열렸다. 전통을 중요시 여기는 농민들은 대를 이어 사용해온 농가의 자랑거리인 낡은 트랙터들을 전시해 놓았다. 50년이 넘어 골동품같지만 빵빵거리는 큰소리를 내며 아직도 잘 작동하는 트랙터로 밀 타작을 선보이자 농민들과 방문객들은 옛 시절을 회상하며 즐거워했다.
  
아이들에게도 이 축제의 모습은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아이들은 발개진 얼굴로 뜨거운 햇볕 아래 활활 타오르는 오래된 빵 화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빵 만들기 체험을 즐겼다.

농민들이 오래된 트랙터를 몰고 나왔다면 축산 농가들은 자랑스러운 젖소와 양, 그리고 염소까지 다양한 가축들을 몰고나왔다. 품평회 중간엔 가축들이 줄맞춰 품위 있게 행렬하는 행사도 열렸다. 심사위원들은 질 좋은 우유가 많은 우수한 젖소를 뽑아 상을 주었다. 방문객들은 300kg이 넘는 커다란 돼지의 몸무게를 맞히는 놀이에 참가하는데, 돼지 무게를 제일 정확하게 맞추는 사람에게 안겨주는 부상이 바로 그 돼지다.
  
농민들은 수익성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해 농산품 경쟁력을 키우고 일손 부족에 대처할 수 있도록 농업 분야의 현대화 등 여러가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책은 '짧은 유통'을 지향하는 것이다.

짧은 유통이란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나 단 하나의 징검다리거래(중개거래)로 농산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농민들이 자신의 농장에서 직접 고기, 유제품, 곡류를 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 시장 및 농산물 직판장 혹은 지역 농산품 판매 인터넷 사이트를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를 하는 식이다. 이 짧은 유통 거래를 통해 생산자들은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얼마 전 프랑스에선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대형마트의 매출이 감소세를 보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프랑스 소비자들은 지금 어느 때보다 자연에 가까운 재료로 만든 음식들 위주로 '건강하게 잘 먹는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대형마트보다는 지속가능한 재배 환경에서 만든 식품들을 찾고 있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재배되어 생산자들(농민)이 직접 파는 농산품들을 사거나 시장이나 직판장에서 장을 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올해 알프스 지역의 라발 마을에서 열린 품평회에서도 동네 산에서 생산한 지역 농산품인 치즈, 꿀, 햄과 소시지 따위의 돼지고기 제품 등을 사려고 모인 방문객들로 붐볐다. 이번 행사를 통해 농민들과 방문객들을 포함한 이 지역의 모든 주민들이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사는 것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농촌의 걱정거리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는 점. 현재 10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는 라발 마을도 그렇다.  다행히 젊은 농민 8명이 가업을 이어 그래도 다른 지역에 비해 꽤 많은 편이지만 농민들의 수 부족으로 농업은 점점 '희귀 산업'이 되어가고 있다. 

알프스 산맥의 농민 수가 점점 줄어드는데엔 땅값이 크게 오르고 있는 이유가 크다. 심지어 일부 있었던 농토마저 건물 건설이 가능한 토지로 전환돼 땅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또 이렇게 땅값이 오르는 이유엔 주변 대도시 집가격이 올라 농촌으로 거처를 옮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도 작용한다. 이들은 농업에 종사하는게 아니라 도시에서 차로 30분~40분 거리에 위치한 알프스의 가까운 농촌에 집을 짓고 도시로 출퇴근한다. 다가구 주택을 건설할 생각으로 농토에 투기해 떼돈을 벌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 결과 프랑스의 경작지와 목초지의 가격은 1995년부터 현재까지 60%나 상승했고, 치솟는 토지가격에 비해 10만㎡의 토지면적당 수익성은 40%나 하락했다.           

품평회에 몰고 나온 농민들의 트랙터 © 정경화 통신원 제공
품평회에 몰고 나온 농민들의 트랙터 © 정경화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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