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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 3개월-①]홍콩인들은 왜 이토록 분노할까?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19-08-26 13:40 송고 | 2020-04-07 13:18 최종수정
편집자주 홍콩 시위대가 첫 시위를 벌인 때가 6월9일이다. 벌써 홍콩 시위가 3개월이 되는 셈이다. 홍콩 시위의 원인, 중국 공산당의 입장, 앞으로 시위는 어떤 양상을 띨지 등을 점검해 보았다.
18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날 시위에 170만 명이 참석했다. © AFP=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18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날 시위에 170만 명이 참석했다. © AFP=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홍콩에서 반환송법 시위가 3개월째 지속되는 등 홍콩인의 분노가 사그라질 줄 모르고 있다. 홍콩인들은 왜 이토록 분노하고 있는 걸까?

일단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당시 중국이 약속했던 ‘일국양제(1국가 2체제)’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시진핑 집권 이후 홍콩 통제 강화 : 중국은 홍콩을 수복한 이후 사사건건 홍콩에 간섭하며 중국의 홍콩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해 왔다. 특히 2012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홍콩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FP=뉴스1 © News1 자료 사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FP=뉴스1 © News1 자료 사진 

홍콩 특별자치구를 대표하는 홍콩 행정장관은 1200명으로 이루어진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뒤 베이징 중앙정부가 임명한다.

이는 한국의 군부 독재시절을 연상시킨다. 유신 이후 한국의 군부도 체육관 선거를 통해 이른바 ‘체육관 대통령’을 뽑았다.
◇ 홍콩 시민들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 최근 홍콩 시위대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행정장관 직선제다. 직선제로 뽑힌 행정장관만이 베이징에 할 말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9월 우산혁명 때도 홍콩 시위대가 요구했던 것이 바로 행정장관 직선제였다. 당시 시위는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자 시위대가 우산으로 맞서 ‘우산혁명’이라고 불린다. 우산혁명은 시위가 과격화하자 사회 안정을 요구하는 여론에 밀려 미완의 혁명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홍콩정청이 연초부터 베이징으로 범인을 인도할 수 있는 ‘송환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송환법이 제정되면 홍콩의 민주인사들도 중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홍콩인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 송환법 추진이 촉매 작용 :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의 민주주의는 서서히 쇄락해 왔다. 홍콩 시민들은 이번 반환송법 시위를 통해 그동안 억눌렸던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치적 이유 이외에도 경제적 소외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오히려 정치적 이유보다 경제적 이유가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반환 이후 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확대됐기 때문이다.

현재 홍콩인들의 시위는 표면적으로는 송환법을 저지하려는 정치 투쟁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홍콩 반환 이후 누적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 경제적 불평등 확대도 원인
 : 특히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7월 23일 위의 사진을 신문에 게재한 뒤 이처럼 열악한 주거환경이 홍콩 시민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홍콩 시위의 근본 원인은 반환 이후 확대된 경제적 불평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위의 아파트는 5.57㎡로 1.68평 정도 된다. 자동차 한 대를 주차할 정도의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3명의 가족이 생활한다. 윗부분 왼쪽은 수납공간이다. 가운데는 주방, 오른쪽에는 컴퓨터와 오븐이 있다. 아래쪽에는 3층 침대가, 아래 오른쪽에는 냉장고가 있다. 화장실은 공동화장실을 사용한다.

홍콩인 21만 명이 이 같은 아파트에서 산다. 홍콩인들은 이 아파트를 '새장' 또는 '관'이라고 부른다.

더욱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이 더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홍콩은 세계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심한 곳이다. 홍콩의 아파트 값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홍콩의 아파트 월간 평균 임대료는 3685달러(약 444만원)로,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높다는 미국의 뉴욕보다 27% 더 비싸다.

이에 비해 홍콩의 최저 임금은 시간당 4.82달러(5682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인구 760만 명 중 20%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 홍콩 젊은이들 절망 : 특히 홍콩의 젊은이들은 이 같은 상황에 절망하고 있다. 자신의 생애에서 아파트를 구입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환 이후 중국인들이 대거 유입됨에 따라 아파트 가격은 폭등했지만 실질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홍콩 반환 이후 홍콩의 아파트 값은 3배 이상 폭등했다. 그러나 실질임금은 제자리다.

지난해 시민운동가들은 홍콩 정부에 홍콩섬에 있는 54홀 골프장을 없애고 아파트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문제의 골프장은 회원 2600명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이 골프장에 아파트를 건설한다면 3만7000명의 주민이 입주할 수 있다.

그러나 홍콩정청은 이를 거부했다. 홍콩정청의 간부들이 모두 가진 자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반환 이후 중국인의 홍콩 부동산 투자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홍콩의 집값은 수직 상승했다. 이들은 홍콩의 집값 상승에 기뻐하고 있다. 자신의 자산이 늘기 때문이다.

◇ 밀레니얼 세대들이 시위 이끌어 : 이 같은 상황에서 집 사는 것을 포기한 젊은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반송환법 시위를 통해 누적된 불만을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다.

실제 홍콩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계층은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2년~2000년에 태어난 젊은이들로, 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중국인이라는 중화의식이 옅고 '코스모폴리탄'(세계인)이란 의식이 강하다.

이들은 홍콩 역사상 최초로 ‘리더 없는(leaderless)’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리더 없는 시위는 유연성과 복원성이 탁월하다. 그러나 방향을 선회하기 어려운 약점도 있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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