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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이 타인에게 무슨 피해를 주죠"…수입업자의 항변

[인터뷰]이상진 대표 “여성혐오 주장, 특정성욕 비하발언”
"실제 인물 본뜬 리얼돌은 문제…만드는 것도 불가능해"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김민성 기자 | 2019-08-07 07:01 송고 | 2019-08-07 09:25 최종수정
리얼돌 수입업체 부르르닷컴 이상진 대표가 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물류창고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9.8.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잠깐 머리 좀 잡아주시겠어요."

6일 오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물류창고에서 만난 이상진 부르르닷컴 대표(31)가 키 158㎝의 '리얼돌' 머리를 분리해 건넸다. 사진 촬영을 위해 리얼돌의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약 35㎏이 넘는 리얼돌을 일으켜 세운 이 대표의 이마에는 금세 땀이 맺혔다.

지난 6월 대법원은 한 성인용품업체가 제기한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소송의 참여한 업체가 부르르닷컴의 수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 엠에스제이엘이다. 이날 이 대표가 땀을 흘리며 소개한 리얼돌은 대법원 판결 이후 처음으로 공식 수입된 제품이었다.  

이상진 대표는 '리얼돌'에 대한 발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개인의 행동을 제약하려면 타인에 대한 명확한 침해가 있어야 하는데 리얼돌 자체는 구체적으로 특정인에게 피해를 주는지 불분명하다"며 "국가가 개인의 행동을 간섭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얼돌이 여성혐오와 맥락과 맞닿아 있다는 주장에 대해도 "오히려 차별적인 발언이고 특정 성욕을 비하하는 발언"이라며 "성적으로 진보된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도 리얼돌 자체를 두고 규제를 하는 경우는 들어본 적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장애인이나 노인 등 성 소외자들이 리얼돌을 구입해 사용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성 소외자) 그분들이 누려야 할 행복추구권과 여성단체서 주장하는 인권침해 등을 비교하면 오히려 행복추구권이 앞선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리얼돌 수입업체 부르르닷컴 물류창고에 키158cm의 리얼돌이 전시돼 있다. 2019.8.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누구든지 행복하게 놀 수 있는 성문화가 목표"…성 기구 관련 소송만 3번째

이 대표는 입사 전부터 선진국보다 경직된 우리나라 성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고 한다. 현재는 "누구든지 성을 행복하게 가지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간 리얼돌은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음지에서 거래가 되고, 국내 제작 리얼돌도 불법이 아니지만 마치 불법처럼 인식돼 왔다.

부르르닷컴의 성기구 관련 수입 승인을 얻기 위한 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부르르닷컴 모회사인 '엠에스하모니'는 2008년과 2010년에 각각 '딜도'(여성용 자위기구)와 '탱가'(남성용 자위기구) 수입을 위한 소송을 진행해 모두 승소했다. 지난 6월 대법원 판결이 난 리얼돌 수입 관련 소송까지 포함하면 3번이나 성기구 수입을 위해 재판에서 이긴 것이다. 

이 대표는 "2008년 첫 판결 이전에는 성이라는 것이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가진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며 "판결 이후 해당 성기구의 판매도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문화적으로 더 친숙해졌다"고 했다.

리얼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공감했다. 그는 "국가가 금지하는 것도 신중해야 하지만 무조건 감정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문제"라며 "앞으로 사회 전체가 (리얼돌 등 성기구에 대해) 논의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형상·실제 인물 본뜬 리얼돌은 문제…만드는 것도 불가능"

리얼돌을 둘러싼 논쟁은 최근 원하는 얼굴로 제작을 해주거나, 아동 형상을 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층 격화됐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실제 존재하는 사람의 얼굴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실제 얼굴을 표현하는 것은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라 마치 찰흙으로 만들듯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만들 수 있는 것과 별개로 아동 형상의 리얼돌이나 실제 인물을 본뜬 리얼돌은 개인의 행동에 대해 타인이 구체적인 피해를 보는 것이 명확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러한 이유 때문에 리얼돌 전체가 금지되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라고 덧붙였다.

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리얼돌 수입업체 부르르닷컴 물류창고에 키158cm의 리얼돌이 전시돼 있다. 2019.8.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sewry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