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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작가 "협박에 전시 중단? 日 관람객 눈물흘리며 공감"

'표현의 자유' 못 지킬 경우 법적소송 진행…아이치현 트리엔날레 미래 의문"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19-08-05 06:20 송고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국제예술에 전시돼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NHK 캡처) © 뉴스1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국제예술에 전시돼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NHK 캡처) © 뉴스1
"평화의 소녀상에 불만을 표하는 '극우'라는 분들이 와도 전시장 지킴이들이 잘 대처해 자연스럽게 밖으로 내보냈어요. 전시장에서는 위험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을 부인 김서경(54) 작가와 함께 만든 김운성(55) 작가는 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두 부부 조각가는 지난 1일 개막한 일본 대표 국제예술제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 그 후'에 소녀상을 출품했다. 이 전시에는 안세홍 작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8명의 사진 등 여러 이유로 표현의 장소를 빼앗긴 작품 20여점이 전시됐다.

그러나 3일 오후 아이치현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4일부터 해당 전시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테러 예고, 협박 전화, 휘발유 방해 경고 팩스 등을 받으며 원활한 운영을 위해 내린 판단이라고 했다.

전시가 열리던 아이치현문화에술센터 전시실은 4일부터 가벽으로 막혀 관람객 입장이 제한됐으며, 해당 전시물의 전시 중단을 알리는 안내판이 내걸렸다.
김 작가는 "실행위측 말과 달리 전시장에서 일본인들의 관람태도는 성숙했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거나 눈물을 흘리고, 소녀상 옆에 앉아 꼭 안아주는 등 작품을 꼼꼼하게 보면서 공감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경비인력도 많았고, 정말 협박을 받았다면 경찰을 부르거나 협박한 사람을 찾아 테러범으로 신고하면 되는 일"이라며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무작정 전시를 중지시켜버려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생각한대로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며 "총감독은 소녀상이 이런 작품인 걸 알면서 전시하기로 해놓고 가와무라 다카시(河村隆之) 나고야(名古屋)시장과 아이치현지사 등 자민당 소속의 극우정치인들이 압박하니까 결국 굴복한 것"이라고 했다.

소녀상 조각가 김서경(왼쪽), 김운성 부부./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소녀상 조각가 김서경(왼쪽), 김운성 부부./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주최측은 공식 공문을 보내거나 만나서 설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시를 중단하겠다고 작가들에게 통보했다. 김 작가는 이런 행위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군사독재 정권 때나 이뤄지던 일이 발생했다"며 "일본은 문화예술을 굉장히 애호하고 예의바른 사회로 비쳤는데, 이번 행위로 인해 그런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 반증됐다"고 말했다.

전시 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한일 각계 문화예술인들은 항의성명 등을 발표했다.

국제펜(PEN)클럽 일본센터는 3일 성명을 통해 “전시는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고, 행사 본 전시에 작품을 선보이던 박찬경, 임민욱 작가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지 않는 주최측에 항의하기 위해 자진 철수하기로 했다.

김 작가는 "주최측 마음대로 작품을 철거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전시가 예정된 10월14일까지 전시를 막아 둔 채로 놔둘 수 있다"면서도 "어떤 이유를 만들어 철거하라고 공문을 보내거나 일본 헌법에도 명기된 표현의 자유를 끝까지 지키지 않는다면 법적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중단 조치로 작가들이 타격을 받긴 했지만 전시를 중지시킨 사람들은 국제적인 망신을 살 것"이라며 "작품을 함부로 여긴 아이치현 트리엔날레가 앞으로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lg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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