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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에 짓밟힌 우리 팬, 존중받지 못한 우리 선수

'호날두 사기극'으로 전락한 유벤투스 친선전 후폭풍 이어져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9-07-28 12:19 송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축구화 끈을 묶고 있다. 2019.7.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은 축구선수라 칭해도 무방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가 많아 팬들 사이 '우리 형'이라 불릴 정도다.

잘하는 이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함축된 단어 '형' 앞에 친밀함을 상징하는 '우리'를 붙인 표현으로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 최근 폴란드에서 펼쳐졌던 U-20 월드컵에서 정정용호의 최연소 선수였던 이강인에게 '막내 형'이라는 애칭이 붙었던 것을 떠올리면 쉽다.

그 '우리 형'이라는 단어는, 이제 과거의 흔적으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호날두가 한국 팬들에게 준 상처가 너무 크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스타가 팬심을 짓밟았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당연히 우리 팬들이다. 들러리로 전락한 우리 선수들의 피해도 막심하다.

'호날두 사기국' '대국민 기만쇼' 등으로 불리고 있는 유벤투스 초청경기에 대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팬들의 분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 vs 유벤투스' 친선경기는 더위에 지친 축구팬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빅 이벤트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더위보다 더 짜증나는 결과를 냈다. 출전할 것이라 믿었던 빅스타 호날두가 내내 벤치만 달구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축구 팬들을 넘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애초 행사를 주최한 '더페스타' 측과 한국프로축구연맹 쪽은 "호날두가 최소한 45분 이상 뛰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고 말해 팬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양측 모두 이 계약 내용은 사실이라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날두는 '피곤함'과 '컨디션 난조' 정도로 추측되는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팬들을 기만한 셈이다.

이미 귀걸이를 착용하고 벤치에 앉는 등 뛸 마음이 없었던 호날두는 팬들이나 주최 측에 어떠한 사과나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은 채 그대로 한국을 떠났다. 미안함도 변명도 없었다. 더더욱 한국을 무시했다는 방증이다. 이 경기 티켓은 일반 경기보다 훨씬 비쌌다. 40만원이라는 거약의 자리도 있었다. 물질적 정신적으로 팬들이 받은 피해가 너무 크다.

K리그를 대표해 무대에 올랐던 선수들도 피해자다. 이 무대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되어야 마땅할 '우리 선수들'은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고도 찬밥 신세에 그쳤다.

솔직히 이번 이벤트는 선수들에게 계륵 같은 경기였다. 폭염 속에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던 선수들 입장에서는 다른 선수들이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을 때 이 친선경기를 위해 또 다른 땀을 흘려야했다. 귀찮을 법한 경기였으나 선수들은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팀의 맏형이던 전북현대의 베테랑 이동국은 "후배들에게 한 마디는 할 것이다. K리그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적어도 성의 없는 플레이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 다짐대로 선수들은 무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세계적인 수준의 팀과 3-3 무승부라는 의미 있는 결과도 냈다. 그런데 성의 없던 유벤투스 측과 호날두 때문에 존재감 자체가 사라졌다.

더페스타의 대표는 이번 이벤트를 앞두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을 더 대접해주고 싶다. 그리고 유벤투스와 호날두가 K리그와 우리 선수들을 존중할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유벤투스를 데려왔다"고 말한 뒤 "우리는 두 팀(유벤투스, 팀 K리그)을 초청한 것이다. 그들의 대우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 K리그 선수들에게 한국 최고에 걸맞는 대접을 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주최 측이 우리 선수들을 무시한 것까지야 아니겠으나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못한 약속에 그쳤다. 한국 축구를,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폭염 속에서 팬들을 위해 땀 흘리고도 초라해졌다. 존중받지 못했다. 우리 잔치가 되었어야할 무대인데 우리형이 많은 것을 망쳐놓았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