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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선포됐는데 취소수수료"…저가항공, 몸집 커졌지만 서비스 '빵점'

국내선 점유율 50% 넘었는데…평균 웃도는 저가항공 고객불만
결항·결항에도 '보상 불가'…소비자원·공정위 '부실관리' 논란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9-07-23 07:00 송고 | 2019-07-23 11:24 최종수정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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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이 선포됐는데 취소수수료라니요"

A씨는 지난 2017년 5월 저비용항공사를 통해 필리핀 세부 여행을 준비하다가 황당한 일을 연달아 겪었다. A씨가 항공권을 구매하자마자 필리핀 남부 전역에 계엄령이 선포된 것이다. 당황한 A씨는 곧바로 항공권을 취소했지만 항공사는 '세부는 계엄령 선포 지역이 아니다'라며 취소수수료를 부과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용률이 해마다 늘어 대형항공사(FSC)의 아성을 넘보고 있지만, 불공정한 소비자 약관이 개선되지 않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저비용항공사의 국내선 여객 점유율이 50%를 훌쩍 넘긴 상황에도 사정당국은 국내외 저비용항공사에서 발생한 피해 현황이나 소비자 약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관리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저비용항공사 6곳 중 4곳 소비자 불만 증가…국적사 평균치 웃돌아

23일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저비용항공 피해구제 접수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총 1146건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나눠보면 지난해에만 379건이 접수돼 전년 대비 25건(7%) 늘었다. 제주항공이 98건(25.8%)으로 가장 많았고, △진에어(85건) △티웨이항공(72건) △이스타항공(57건) △에어서울(44건) △에어부산(23건)이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민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항공사는 진에어(66.6%)였다. 이어 △이스타항공 (39%) △에어서울(18.9%) △티웨이항공(14.2%) 순으로 높아졌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6곳 중 4곳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나란히 증가한 셈이다. 특히 에어서울은 민원이 2016년 1건에서 2018년 44건으로 3년 사이 44배나 껑충 뛰었다.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불만도 국적사 평균치를 상회했다. 지난해 국적사 평균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이용자 100만명당 5.5명이었지만 에어부산(1.8명)을 제외한 5개 저비용항공사는 모두 평균치를 웃돌았다.

에어서울이 평균 26.2명으로 가장 많았고 △티웨이항공 7.3명 △진에어 6.9명 △이스타 항공 6.4명 △제주항공 5.9명이 뒤를 이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각각 5.1명, 4.5명으로 평균 미만이었다.

최근 3년간 숙박·여행·항공 피해구제 접수 현황(한국소비자원·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뉴스1
최근 3년간 숙박·여행·항공 피해구제 접수 현황(한국소비자원·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뉴스1

◇지진·결항에도 취소수수료 부과…병원 신세에도 '보상 불가'

저비용항공사의 소비자 서비스 실태는 더 심각하다. 

B씨는 지난 4월 저비용항공사를 통해 대만 타이베이행 왕복 항공권을 구매했다가 같은달 18일 대만 화롄에서 규모 6.1의 강진이 발생해 예약을 취소했다. 하지만 항공사는 '타이베이는 진앙지가 아니고 여행에 큰 문제가 없다'며 취소수수료를 부과했다.

C씨는 지난해 6월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했다가 병원 신세까지 졌지만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항공기가 착륙하던 중 큰 충격이 발생해 부상을 입었지만 항공사는 '정상적으로 착륙했다'며 치료비 요구를 거부했다.

항공기 기체결함으로 결항이 됐음에도 배상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D씨는 지난해 2월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해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항공기 기체결함으로 결항됐다. 이튿날 대체편을 통해 다낭에 도착했지만 첫날 예약한 숙소는 고스란히 날려야 했다. D씨는 항공사 책임을 주장하면서 숙박비 배상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거절이었다.

이밖에도 △수하물 분실·파손 △기체 결함으로 인한 운항 지연 △운임 차액 반환 거부 등 저비용항공사의 불공정 약관을 호소하는 피해구제가 쏟아졌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형항공사에 비해 저비용항공사의 소비자 서비스나 보상약관이 엄격한 경향이 있다"며 "항공사의 재정 여건이나 항공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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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구체적 현황 파악 불가…소비자 약관도 조사 안 해"

사정당국의 부실한 관리 실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저비용항공사의 국내선·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각각 57.5%, 29.3%까지 커졌다. 국내선 점유율은 최근 3년간 △2017년 56.5% △2018년 58.1% △2019년 57.5%로 일찌감치 대형항공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국제선 점유율도 2017년 25.7%에서 2019년 29.3%로 올라서며 무섭게 성장 중이다.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관련 불만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원과 공정위는 구체적인 피해구제 통계나 소비자 약관의 불공정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원은 국내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민원을 집계하고 있지만, 해외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현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저가항공사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 통계 조사가 어렵다는 이유다. 반쪽짜리 통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국교통원으로부터 '항공사 이용자 100만명당 피해구제 접수건수 현황'을 받아 피해 규모를 추정할 뿐이다.

하지만 지난해 외항사의 100만명당 평균 피해구제 접수건수는 국적사 평균(5.5명)보다 3배 이상 많은 18.4명으로 나타나 사정당국이 놓친 소비자 피해가 상당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소비자원은 "해외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특정이나 개념 규정이 어려워 구체적인 현황 파악이 불가하다"며 "한국교통연구원이 이용자 100만명당 기준으로 작성하여 공표한 항공교통서비스 보고서를 인용하여 피해구제 접수건수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도 과거 위탁수하물 분실·파손, 환불 위약금 관련 규정만 들여다봤을 뿐 저비용항공사의 소비자 약관을 검토한 적이 없다. 공정위는 <뉴스1> 취재가 시작되자 "저비용항공사 소비자 약관의 불공정 여부 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저비용항공사가 대형항공사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적용하고 있는 점은 알고 있다"면서도 "과거 수하물과 환불 위약금 규정을 검토해 수정 지시를 내린 것 외에는 저비용항공사의 소비자 약관을 조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소비자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항공사 서비스 상품을 선택·결제할 때는 △가격 △거래 조건 △상품 정보 △업체 정보 △환급·보상기준을 꼼꼼히 비교하고 결정해야 한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계약서·영수증·사진·동영상 등 증빙서류를 확보하고 보상이 완료될 때까지 보관하는 것이 좋다.

소비자원과 공정위는 지난 17일을 기점으로 여름 휴가철을 맞아 숙박·여행·항공 분야에 대한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공동 발령했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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