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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입자 발견한 지하 100m 속 '빅뱅머신' 실물 공개…CERN을 가다

"힉스입자 다음은? '암흑물질' 찾기…힉스 성질 분석까지"
한국CMS팀 '기체전자증폭기'(GEM) 개발 박차

(세시(프랑스)=뉴스1) 최소망 기자 | 2019-07-04 06:30 송고 | 2019-07-04 11:57 최종수정
3일 프랑스 세시에서 뮤온 압축 솔레노이드(CMS) 실물이 공개됐다.최소망 기자© 뉴스1
3일 프랑스 세시에서 뮤온 압축 솔레노이드(CMS) 실물이 공개됐다.최소망 기자© 뉴스1

지난 2013년 '힉스입자'의 존재를 증명해 세계 과학계를 들썩이게 한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뮤온 압축 솔레노이드'(CMS) 실물이 한국 언론 최초로 공개됐다.

<뉴스1> 기자가 지난 3일 오전 방문한 프랑스 세시의 CERN에는 노란빛 컨테이너박스만 덩그러니 있었다. 그러나 컨테이너박스 지하 약 87.9m 아래에는 빅뱅 초기상태의 에너지를 모사해 '빅뱅머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CMS이 들어있다.
컨테이너박스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분도 채 내려가지 않자 지하 87.9m에 닿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웅장한 CMS가 모습을 드러냈다. CMS는 흡사 '거대한 파인애플 조각' 같았다. 무게 1만4000t, 지름 15m, 길이 28.7m에 달했다. CMS의 특징은 장치 곳곳에 다양한 색상이 있다는 점이다. 장치 구축과정에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전선의 특징에 따라 분류하다보니 CMS가 이러한 모습을 지닐 수 있었다는 게 연구진들의 설명이다.

형형색색 전선 사이를 자세히 보니 거대한 규모 안에 소규모의 검출기를 볼 수 있었다. 검출기가 작동하는 방법은 이렇다. 빔이 가운데 파이프를 따라 양성자가 나오고 양성자가 충돌하면서 나오는 입자 성질에 따라서 각자 맡는 검출기로부터 데이터를 얻게 된다. 안쪽에 위치한 검출기는 전자, 파이온, 케이온을 검출하고 바깥쪽에 분포한 검출기는 미온입자를 검출하게 된다. 검출되는 입자마다 선택되는 검출기가 다른 것.

CERN에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과학 실험장치이자 둘레만 27㎞에 이르는 '대형 강입자 가속기'(LHC)가 있다. LHC는 CMS를 포함해 ATLAS·ALICE·LHCb 등 총 4개 검출기가 포함된다. 모두 우주 초기의 빅뱅입자를 관찰한다는 특징이 있지만 검출기마다 약간씩 목적은 다르다. 그중 CMS가 가장 분해능력이 높다.
이날 안내를 맡은 막심 고브제비타 리옹연구소 선임은 "CERN은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에 걸친 지하에 구축돼 있다"면서 "양성자가 국경망을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라고 비유해 설명했다.

지금까지 지하 약 100m에 위치한 CMS가 가동중에는 일반인들에게 공개가 되지 않고 과학자들에게만 허락됐다. 지난 2018년 12월 검출기의 정기점검과 업그레이드를 위해 잠시 CMS가 가동을 멈춘 상태로 진입이 가능했다. 사실 검출기가 가동되는 동안엔 방사능이 강해 사실 진입이 불가했다.

김태정 한양대 교수가 CM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소망 기자© 뉴스1
김태정 한양대 교수가 CM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소망 기자© 뉴스1

2012년 CMS 실험그룹은 ATLAS 그룹과 동시에 힉스 입자의 흔적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힉스입자를 힉스 입자를 예측한 이론물리학자들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힉스입자는 우주 공간에 가득 차 있는 입자며, 소립자의 질량을 만들어 내는 근원으로 '신의 입자'라고도 불린다. 힉스입자의 발견으로 물리학계의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 완성됐다. 그럼에도 아직 표준이론에 맞지 않는 현상들이 있기 때문에 이 현장을 증명할 모델을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힉스입자의 존재를 증명한 CMS의 다음 목표는 힉스입자의 성질을 분석하고 또다른 '암흑물질'을 발견하는 데 있다. 김태정 교수는 "힉스입자를 발견했기 때문에 1차적인 목적은 이룬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힉스입자의 성질을 분석하고 암흑물질을 새롭게 만들어 내거나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는 CMS에는 한국인의 힘도 크게 보태지고 있다. 한국인 CMS 팀은 기체전자증폭기(GEM) 개발에 있어 성과를 내고 있다. GEM 검출기는 입자가속기 내 미립자 신호를 증폭할 목적으로 CERN에서 1990년대 초 처음 개발한 검출기다. 한국 CMS 팀 역시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대량 생산 기술 단계에 도달했다. 기존 CERN이 개발했던 GEM 검출기 보다 CMS의 뮤온을 고효율로 검출할 수 있다.

이날 기자가 이어 방문한 'GEM 검출기 테스트 공장'에서는 이러한 GEM에 대한 테스트가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국내 중소기업 메카로와 한국 CMS 팀이 공동으로 개발한 GEM에 들어가는 얇은 막(포일)이 핵심 기술이다. 얇은 막은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구멍이 존재해 위에 물을 뿌리면 물이 통과하게 된다. 매우 얇다보니 사실 거울과 같이 반사되는 얇은 막이기도 하며, 투명한 막이기도 하다.

이렇게 생산, 조립, 테스트를 마친 GEM은 올해 10월부터 CMS에 장착될 계획이다. 정용호 성균관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생은 "한국 생산 GEM은 빔 센터 부분에 착장돼 빔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정 교수는 "한국 과학자들 다수가 먼 타지에 나와 힘을 모아 CMS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지 약 10년이 흐르면서 같은기간 우리나라의 기술력이나, 인력 등의 발전이 많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CERN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우수한 인재들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자 유럽 12개국이 핵과 입자물리학 연구를 목적으로 1954년 설립한 공동연구소다. 입자 물리학 연구 활동 외에도 효율적인 자료 검색과 공유를 위해 오늘날 사용하는 인터넷 '월드와이드웹'(WWW)을 최초로 고안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정용호 성균관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생이 GEM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소망 기자© 뉴스1
정용호 성균관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생이 GEM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소망 기자© 뉴스1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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