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국민소환제 국민 78% 찬성하지만 …"악용되면 베네수엘라 꼴"

국민소환제 도입 후 폭력정치 일상화된 베네수엘라
"영국처럼 까다롭게 하지않으면 의회 마비될 수도"

(서울=뉴스1) 이우연 기자 | 2019-06-04 18:04 송고 | 2019-06-07 13:38 최종수정
© 뉴스1
© 뉴스1

국회가 장기간 공전하며 '빈손' 국회라는 비난여론이 이는 가운데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하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도입되면 악용될 여지가 클 것이라고 주장, 사회적 논의로 발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국민이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투표로 파면할 수 있는 제도다.

최근 국민소환제 요구의 첫발은 청와대 국민청원이 뗐다. 지난달 23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요구하는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어서면서다.

3일에는 여론조사까지 등장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찬성한다는 답이 77.5%이었다. 반대 의견 15.6%에 비해 훨씬 많은 응답이다.
국회 본회의장. © News1 이종덕 기자
국회 본회의장. © News1 이종덕 기자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국회에 발의된 국민소환제 법안들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법은 3건으로 각각 박주민·황영철·김병욱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국민소환제에 대한 국민적 찬성 여론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지금 국회에 발의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악용될 여지가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정 지지층이 결합해 정치적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순간 의회 민주주의가 마비된다는 것이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당한 의정활동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를 수 있는데 지금 발의된 국민소환제법은 나와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을 언제든지 끌어내릴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도 '헌법, 직접민주주의와 만나다'라는 토론문에서 베네수엘라 사례를 소개하며 국민소환제가 정적(政敵) 제거의 수단으로 악용된 예로 제시했다.

베네수엘라는 2000년 국민투표로 '신헌법'을 채택하며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선출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국민소환제를 실시하게 됐다.

이 제도가 도입되자마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소환 발의와 차베스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야당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 발의가 각각 이뤄졌고, 2004년 8월 소환투표가 진행돼 부결됐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 AFP=News1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 AFP=News1

서 교수는 "당시 차베스에 대한 소환투표를 조직한 세력은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에 개입된 이들과 입장을 같이 했던 원내 야당 세력이었다"며 "이들이 정부를 끌어내리려 하자 차베스도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방어했고 차베스의 임기는 찬성파와 반대파가 거리에 나가 펼치는 폭력적인 정치가 일상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차베스 정부를 13년 거치면서 베네수엘라는 사회적 대화나 의회를 통한 타협이 불가능한 사회로 바뀌었다"고 평했다.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려면 선진국 중 유일하게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영국의 국민소환제처럼 소환요건을 좁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15년 제정된 영국의 국민소환법(Recall of MPs Act 2015)은 범죄행위로 기소돼 구금형을 선고받거나 하원의원직 수행을 14일 이상 정지당하는 경우 등 소환요건을 까다롭게 정했다.

영국 하원.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영국 하원.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김병민 교수는 이미 국내에 도입된 지역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를 예로 들며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무상급식을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주민소환운동의 대상이 됐는데 영국의 국민소환제라면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오히려 국민소환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 안건이 특정 기간이 지나고도 통과되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하는 등 국회 스스로 자정 능력을 기르는 법안이 국민소환제보다 절실하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serendipity@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